단편집 필라멘트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사는 남녀의 이야기. 여자의 이름은 비오나, 남자는 아울이라고 합니다. 아울은 솜씨 좋은 어부로, 아울이 잡아 온 생선을 비오나는 장에 가지고 나가 그 날의 식량으로 바꿔 옵니다.
더함도 덜함도 없는 하루하루의 충만한 삶.
아울에게는 불특정 다수의 연인이 있고, 비오나에게도 연인이 한명 있습니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충만한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해서 뿐.
바다를 바라보는 아울을 바라보는 비오나. 그러나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두 사람.
일은 비오나의 연인이 돌아오면서 급반전됩니다. 연인은 비오나에게 청혼을 하고 아울은 두 사람을 지켜보는 입장이 됩니다.
"남쪽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어. 거의 이 세상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풍광이었지.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물론, 여기 바다도 못지 않게 아름답지만.
의지할 데 없는 너희 남매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바다니까."
'남매'. 그래. 그랬지….
그 담담함이 가슴을 탁 막히게 하고, 비오나가 아울을 보며 충만해지 듯이 내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늘 이야기하는 거지만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주식으로 먹어야 배탈이 안 난다고, '남매'라는 말의 잔잔한 쇼크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 주는 군요.
제목인 Mar·man은 어릴 적 이 남매에게 아버지가 해 주었던 동화입니다.
Mar·man은 순박한 어부였다.
어느 날, 그는 실수로 인어를 잡았고, 어부와 인어는 곧 사랑에 빠졌다.
어부는 인어를 데리고 돌아와, 아무도 보지 못하게 꽁꽁 가뒀다.
인어는 바다가 그리워, 잠시 바다에서 헤엄이나 치려고 어부의 집을 몰래 빠져 나갔다.
인어가 다시 돌아왔을 때, 어부는 노발대발하며 다시는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녀를 꽁꽁 가뒀다.
인어는 어부를 사랑했지만 결국 비쩍 말라 죽고 말았다.
그제서야, 어부는 자기 다리가 지느러미로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인어는 매일 어부의 밥에 자신의 비늘을 빻아 넣었던 것이다.
인어는 바다 밑에서 단 둘이 조용히 살고 싶었던 것이다.
인어가 된 어부는 홀로 깊디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함께 바다에 가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
함께 바다에는 가지 못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
눈물나게 좋은 이야기를 오랜 만에 만난 반가움은 이루 말할 데가 없지만.
이 단편집은 너무나 쓸쓸하네요. 가장 쓸쓸하다고 생각했던 건 '미로 고양이' 그 곳에서 계속 길 헤매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외로울 것 같아서. 어쩐지 [녹색의 나의 집(오노주상의 소설)]이 오버랩 되고 말았습니다. 미로 고양이씨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겠군요.(*녹색의 나의 집의 사토루군은 예의 그 집에서 나와서 고양이가 되어 고스트헌트의 스님네 집에 살고 있다는 후문을 듣고 정말 마음의 고뇌가 한겹 벗겨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쩌다 스님네 고양이가 된 거야, 사토루?;)
근친이란 소재를 좋아하는 것은 역시 이런 느낌 때문입니다. 이 닿을 수 없고 풀 수 없는 실타래 같은 느낌. 그런 집착이 나의 로맨스와 죽이 잘 맞나 봅니다. 플라토닉하지만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나락으로 떨어 질 것 같은 그 아슬아슬한 선. 계속 그 선을 밟고 있으면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죠. 어떤 사람 눈엔 순수하게 보이고, 어떤 사람 눈엔 정신병자처럼 보일 것 같은 애정이나 집착이나 그런 것들.
그렇지만 눈물나게 담담하고 일상적이고 부질 없는 것들.
우루시바라 유키님은 알게 된지 얼마 안 되는 작가 분인데. 완전히 제 취향이에요. 어째서 지금까지 몰랐을까 후회가 될 정도로. 어쩐지 여름냄새가 나는데, 끈적끈적하진 않고. 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내용이랄까요. 녹음이 아주 짙은 그런 여름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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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8/19 유우 Mar·man : 우루시바라 유키
Mar·man : 우루시바라 유키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5/08/19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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