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시바라 유키'에 해당되는 글 7

  1. 2010/01/18 유우 수역(水域) 1화 : 우루시바라 유키 (《애프터눈》 2010년 1월호) (6)
  2. 2008/11/24 유우 충사 10 : 우루시바라 유키 (2)
  3. 2008/08/10 유우 그 모든 것이 애정의 잔해다 (2)
  4. 2008/07/15 유우 蟲襖(충사 이십경) (2)
  5. 2006/02/26 유우 충사 7 : 우루시바라 유키 (4)
  6. 2006/01/31 유우 それが嬉しいの
  7. 2005/08/19 유우 Mar·man : 우루시바라 유키

수역(水域) 1화 : 우루시바라 유키 (《애프터눈》 2010년 1월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10/01/1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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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만에 등장한 우루시바라 유키의 신작입니다. 연재를 계속 챙겨볼 수는 없지만 첫화가 실렸다는 《애프터눈》 1월호를 사 보았습니다. 지난호라서(곧 3월호가 나올 시기이니) 체크하고 계셨던 분께는 완전 뒷북이 되겠습니다.

배경이 모호했던 《충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현대입니다.
주인공은 중3 여자아이 카와무라 치나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찌는 듯한 여름 날.
운동장을 달리다가 어지럼증으로 쓰러진 치나미는 눈을 뜨자 낯선, 그러나 기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산 속 마을에 서 있습니다.
공기가 깨끗하고, 맑은 물이 풍족한 그곳.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물'을 매개로 현실과 그곳을 왔다 갔다 하며 아마도 '어떤 기억'을 연결하는 이야기입니다.(아마도 연발=ㅅ= 1화만 보았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1화에서 나온 단서로는 그곳이 (외)할머니의 고향이고, 치나미도 2살쯤에 가 본 적이 있다는 것밖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네요.

1화를 본 감상은. 위의 사진에 있는 표지 느낌 그대로 입니다.
숨막힐 듯한 자연에 대한 묘사가 여전히 무척 아름답습니다.
작가도 말했지만 참 계절과 안 어울리는 이야기지만,
지금의 계절을 잊고 정말 무더운 여름 날 계곡에 놀러간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하는,
씹으면 조금 씁쓸한 풀 냄새가 날 것 같은 만화입니다.
무대는 다르지만 《충사》의 분위기를 좋아했다면 안심하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작가 후기로 봐서는 어쩌면 여름이 올 즈음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역시 정확하지는 않고요.
어쨌거나 월연재라고 하니(《충사》는 격월연재) 여름이나 늦어도 가을에는 단행본을 볼 수 있겠네요^_^


>그나저나 《애프터눈》 2월호부터는 야마시타 토모코의 신작도 연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BL로 대성한(?) 야마시타 토모코는 사실 《애프터눈》의 신인상으로 데뷔한 작가인데,
아는 사람 알다시피 도작 의혹으로 거의 매장당하다시피했던 어두운 과거가 있어서
(실제로 작품을 읽어 보지 못해서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절대로 이쪽에 다시 돌아올 일은 없겠다 했는데. 정말 야마시타 토모코가 뜨기는 떴나 봅니다.
옛날에는 청년지에서 연재 하나 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는데, 작년의 모 작품들을 보고,
이 사람은 BL단편이 가장 어울린다고 마음을 굳힌 고로…… 솔직히 불안합니다=.=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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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23:28 2010/01/18 23:28
Posted by 유우

충사 10 : 우루시바라 유키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11/24 14:38

기다리고 기다리던 완결편이 오늘 배보다 큰 배꼽(송료)을 달고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까지 깅코였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인데, 더 무얼 말해야 할까요.


깅코의 여행은 혼자지만, 늘 누군가 그를 지탱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야기가 건너 뛰는데 얼마 전에 [영원의 아이](덴도 아라타) 작업 노트를 번역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이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충사의 세계는 사람이 산이 나무가 풀이 벌레가 짐승이 무시가 서로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든 것이 다 꽉 차 있는 세계. 충만한 세계.

그래서 이렇게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거겠죠.


자세한 감상은 언제나 그렇듯이 나중에 쓸지 안 쓸지. 다시 저는 총총히 원고 보러 갑니다. 절대 내일까지 못 끝낼 것 같은데 어쩌지lll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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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4 14:38 2008/11/24 14:38
Posted by 유우

그 모든 것이 애정의 잔해다

Under 취향 고찰/집착 열변   Posted @2008/08/10 20:53

다카무라 가오루의 연애는 풋내가 난다. 청춘의 격정과 어리석음과 찬란함이 가득가득 넘쳐 흐른다.
그에 반해 우루시바라 유키가 그리는 애정은 좀 더 투명하다. 순수하게 위태롭다. 다카무라가 절벽에 돌진하는 스릴이라면, 우루시바라는 외줄에 서 있는 안타까움이다. 다카무라는 멈출 수 있지만, 우루시바라는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면 떨어져 죽고, 나아가도 허공이다.
그렇기 때문에 충만한 세계. 외줄 위엔 제 몸뚱아리 외에 짊어지고 올라갈 수도, 짊어질 필요도 없다. 그저 두 사람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된 세계─그게 우루시바라 유키다.
신을 죽이고, 부모를 죽이고, 자신을 죽이고. 그 애정의 맹목적임. 이기적일 정도의 투명함.




---
라는 글이 메모되어 있는데.(쓴 날자는 2008/06/13) 제목도 그 때 쓴 부끄러운 문구 그대로 -//-
연애물에 데여서 내친 김에 충사 DVD를 돌려보고, 만화책을 다시 보고 감동에 넘쳐 흘러 꾸역꾸역 써 놓은 메모. 뭔가 우루시바라 유키의 애정관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쓰고 싶은데, 결국 저만큼 쓰고 그만뒀습니다. 언제나처럼. 하지만 아마 더 길게 썼어도 저 내용을 늘리는 것 정도겠지요.
하고 싶은 말은 [외줄 위의 애정]이란 것, 그래서 [충만한다]는 것. 그래서 우루시바라 유키 만화가 정말 미치도록 좋다는 겁니다.

평소에는 다카무라가 쓰는 그런 격정적인 애정이 좋은데, 역시 마음의 고향은 잔잔함입니다. 잔잔한데 위태로운 게 진정한 탐미지요/// 하아///

충사 8권은 너무나 탐미탐미라 정말 좋아하는데, 덕분에 9권은 시큰둥했다. 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9권을 다시 읽고 격침했습니다. 대체 왜 이런 눈물이 주륵주륵 나는 이야기를 그리는 건지요.
이 사람을 생각하면 정말 숨이 턱턱 막힙니다. 턱턱 막히고, 가끔은 질투로 미치고, 결국은 그런 것도 다 부질없을 정도로 너무 높은 세상이라 다시 한 숨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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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0 20:53 2008/08/10 20:53
Posted by 유우

蟲襖(충사 이십경)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7/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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蟲師二十景 漆原友紀画集 蟲襖 : 漆原友紀 (講談社 / 2007年 6月)

우루시바라 유키 원화집 [무시아오]
원본의 사이즈, 종이 재질까지 그대로 살렸다는 정말 돈을 쏟아부은 화집입니다.
화집이랄까... 실제로 큰 원통입니다. 원통 안에 그림다발과 그림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곁들어진 안내책자가 들어있습니다.

정가 4800엔(세금포함) 완전예약 생산제.
라고 하지만 한국 쇼핑몰들이 여기저기 사재기를 한 덕에 처분하지 못한 이 고가의 화집을 곳곳에서 땡처리. 저는 지난 3월에 교보에서 3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일본에선 프리미엄 붙고 난리났던데 정가보다 싸게 산 이 만족감//

사놓고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계속 방치플레이만 거듭하다, 드디어 휴가의 여유를 틈타 포장을 열었습니다. 20장의 일러스트를 보는데 약 2시간 가량 소요한 것 같아요. 완전히 사람의 기력을 쭉쭉 빨아들입니다.
일러스트 크기도 상당하지만, 색채가 단순해지고 있는 요즘에. 무슨 만화를 수채화로 그려? 이 누나는 왜 만화에다 아트해?! T_T

수채물감의 얼룩이며, 희미하게 보이는 섬세한 연필선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저 만화라고 하기는 아쉬움, 또 아쉬움.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단행본 5권 표지. 종이에 물을 뿌린 후 마르기 전에 배경부분의 채색을 했다는 괴물 같은 그림.(...)

그저 그림이 좋아서, 마음에 담은 것을 그리고 싶어 그린다는 느낌이 강렬합니다. 그런 자연스러움과 집요함이 우루시바라 유키의 매력이겠죠. 느려도 좋으니까, 계속 이 느낌으로 이 퀄리티로 보고 싶은 작가입니다.


사족) 그림 설명을 보다 깨달은 것 하나. 충사 완결 소식에 꽤 쇼크를 받으면서도, 내용이 클리셰해지기 전에 멈추는 건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의 클리셰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관의 고정화였을지도.(아예 메이지초기로 설정해서 전기가 들어오네 마네 헛소리를 지껄인 영화의 만행을 생각하면 감독에게 원작을 읽긴했는지 묻고 싶어지지만) 어느 시대인지 어느 나라인지 알 수 없는 느낌이 충사의 매력이겠습니다만, 내용이 진행되면서 세계의 모습이 하나씩 정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인지도. 어쨌든 여전히 인기있는 만화를 끝내기로 정한 것에 대해서 작가도 출판사도 현명합니다. 그리고 팬으로선 아쉬움과 씁쓸함이 가득.

사족2) 무시아오(虫襖)는 흑청색을 말하나 보더군요. 그래서 통이 저런 요상한 색인건가.


(이미지는 고단샤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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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23:44 2008/07/15 23:44
Posted by 유우

충사 7 : 우루시바라 유키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6/02/26 22:19

나는 요즘 이상할 정도로 빠져 있는 만화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 '충사' 라는 만화.
아직 만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만화인데, 어째선지 요즘은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흥분하면서도 내가 언제부터 이 작가를 알았다고 이렇게 좋아하지, 하는 위화감이 이따금 들어 버립니다.
그래도 역시 좋다. 역시 좋습니다.

7권을 읽고 다시 한 번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된 이유의 증거를 잡았습니다.
단편집 필라멘트를 읽고서, 그리고 애니를 보면서 느낀 '애증의 기운'은 역시 내가 비뚤어져 느낀 게 아니었습니다.
충사는. 잔잔한 시골풍경이라도 보는 듯한 드라마 풍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애증으로 점철 된 초 탐미 만화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확신하고 말았습니다.

충사의 인물들은 그다지 표정이 풍부하지 않은 편이고, 내용 자체도 어딘가 절제 된 느낌이 들지만, 역시 가장 무서운 건 그 단아함입니다. 그 무표정한 미소인 듯 아닌 듯한 평온한 표정으로 어딘가 공허한 듯 바라보며 인간이 가진 욕망의 끝없음을 '툭'하고 내뱉는 것입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툭'

7권은 두 번째 이야기가 조금 개그였긴 하지만 나머지 이야기들은 한 없이 무거웠습니다.(두 번째 이야기가 그나마 숨 트는 곳이랄까요)
몇 백 년이고 한 여자만을 사랑해 버린 일족의 이야기와 아무리 해도 자신의 아이를 사랑할 수 없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영혼을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의 어머니의 말이 자꾸만 자꾸만 귓가를 울립니다.

"그럼 같이 죽을까
이번엔 반드시 제대로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어머니로 다시 태어나 줄 테니까──"


그렇게 말 하는 어머니의 절망은 아들에게 닿았을 까요. 그런데도 어머니를 책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소년의 마음은 어머니에겐 아마도 영원히 닿을 수 없는데.
이런 모자관계가 정말 너무나 진짜로 좋습니다. 제 최고의 모에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불타는 설정이란 건 대부분 보통 건전한 사고를 지닌 사람이 인상을 쓸 만한 것 뿐인데, 이 잔잔한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는 그런 설정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잔잔함 안에 던져 놓는 겁니다. 그 파문마저도 잔잔합니다. 그게 정말 오싹오싹해서 좋습니다.


요 며칠 활자를 읽을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충사 7권은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깅코의 대사는 역시 읽었다기 보단 자꾸 소리로 들려서 곤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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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6 22:19 2006/02/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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それが嬉しいの

Under 감상의 늪/영상과 공연과 소리   Posted @2006/01/31 19:19

여자는 순진하게 웃습니다.
수줍은 듯. 수줍은 듯.

드라마를 가장 한 초 애증 절정의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날이 가면 갈 수록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빠져들 만 합니다.

나는 여전히 탐미 인간입니다.


대나무 숲에서 나올 수 없는 여자와 남자와 두 사람의 아이.
본디 마을 사람이었던 남자는 언젠가 마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

모두가 있는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이라고 남자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는 조용히 웃으면서 말하는 겁니다.
대나무 숲에서 빠져 나갈 수 없는 여자와 남자와 두 사람의 아이.
그 넓은 대나무 숲에서 단 세 사람만이 존재하는 세계.

"그게 기뻐요" 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합니다.


한 발 내딛으면 이건 무서울 정도의 독점욕입니다. 하지만 그 한 발을 결코 내딛지 않는 것이 이 작가를 탐미향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잔잔한 이야기가 오히려 과격하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나이 탓인가?(..)

어쨌거나 좋아 죽겠습니다. 이러다간 화보집이 나오면 화보집도 사 버리겠어... ....(아무리 봐도 예쁜 그림 아닌데, 요즘 자꾸 감탄하면서 보게 된단 말입니다) 이 애증의 마음, 어디다 풀 곳도 없군요.


하여간 '유키'라는 이름이 나쁩니다. 취향은 다르지만(한 쪽은 마음 껏 한 발도 두 발도 내딛는 사람이니까) 유키라는 이름에 탐미의 마가 끼어 있는 게 틀림 없습니다.



>요는 충사 14화 무한 반복하며 보다가 침몰 중. 충사는 DVD로 살 예정이라(이미 전권 예약 끝;) 받아서 보고 지우는데.. 지우지 못하고 계속 보고 있습니다. 방금 보고 또 봐도 눈물이ㅡㅜ 아아아아아, 혼이 빠져 나간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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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31 19:19 2006/01/31 19:19
Posted by 유우

Mar·man : 우루시바라 유키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5/08/19 04:58

단편집 필라멘트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사는 남녀의 이야기. 여자의 이름은 비오나, 남자는 아울이라고 합니다. 아울은 솜씨 좋은 어부로, 아울이 잡아 온 생선을 비오나는 장에 가지고 나가 그 날의 식량으로 바꿔 옵니다.
더함도 덜함도 없는 하루하루의 충만한 삶.

아울에게는 불특정 다수의 연인이 있고, 비오나에게도 연인이 한명 있습니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충만한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해서 뿐.
바다를 바라보는 아울을 바라보는 비오나. 그러나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두 사람.

일은 비오나의 연인이 돌아오면서 급반전됩니다. 연인은 비오나에게 청혼을 하고 아울은 두 사람을 지켜보는 입장이 됩니다.

"남쪽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어. 거의 이 세상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풍광이었지.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물론, 여기 바다도 못지 않게 아름답지만.
의지할 데 없는 너희 남매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바다니까."

'남매'. 그래. 그랬지….



그 담담함이 가슴을 탁 막히게 하고, 비오나가 아울을 보며 충만해지 듯이 내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늘 이야기하는 거지만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주식으로 먹어야 배탈이 안 난다고, '남매'라는 말의 잔잔한 쇼크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 주는 군요.
제목인 Mar·man은 어릴 적 이 남매에게 아버지가 해 주었던 동화입니다.

Mar·man은 순박한 어부였다.
어느 날, 그는 실수로 인어를 잡았고, 어부와 인어는 곧 사랑에 빠졌다.
어부는 인어를 데리고 돌아와, 아무도 보지 못하게 꽁꽁 가뒀다.
인어는 바다가 그리워, 잠시 바다에서 헤엄이나 치려고 어부의 집을 몰래 빠져 나갔다.
인어가 다시 돌아왔을 때, 어부는 노발대발하며 다시는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그녀를 꽁꽁 가뒀다.
인어는 어부를 사랑했지만 결국 비쩍 말라 죽고 말았다.
그제서야, 어부는 자기 다리가 지느러미로 변해 있음을 깨달았다.
인어는 매일 어부의 밥에 자신의 비늘을 빻아 넣었던 것이다.
인어는 바다 밑에서 단 둘이 조용히 살고 싶었던 것이다.
인어가 된 어부는 홀로 깊디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함께 바다에 가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
함께 바다에는 가지 못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


눈물나게 좋은 이야기를 오랜 만에 만난 반가움은 이루 말할 데가 없지만.
이 단편집은 너무나 쓸쓸하네요. 가장 쓸쓸하다고 생각했던 건 '미로 고양이' 그 곳에서 계속 길 헤매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외로울 것 같아서. 어쩐지 [녹색의 나의 집(오노주상의 소설)]이 오버랩 되고 말았습니다. 미로 고양이씨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겠군요.(*녹색의 나의 집의 사토루군은 예의 그 집에서 나와서 고양이가 되어 고스트헌트의 스님네 집에 살고 있다는 후문을 듣고 정말 마음의 고뇌가 한겹 벗겨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쩌다 스님네 고양이가 된 거야, 사토루?;)



근친이란 소재를 좋아하는 것은 역시 이런 느낌 때문입니다. 이 닿을 수 없고 풀 수 없는 실타래 같은 느낌. 그런 집착이 나의 로맨스와 죽이 잘 맞나 봅니다. 플라토닉하지만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나락으로 떨어 질 것 같은 그 아슬아슬한 선. 계속 그 선을 밟고 있으면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죠. 어떤 사람 눈엔 순수하게 보이고, 어떤 사람 눈엔 정신병자처럼 보일 것 같은 애정이나 집착이나 그런 것들.
그렇지만 눈물나게 담담하고 일상적이고 부질 없는 것들.

우루시바라 유키님은 알게 된지 얼마 안 되는 작가 분인데. 완전히 제 취향이에요. 어째서 지금까지 몰랐을까 후회가 될 정도로. 어쩐지 여름냄새가 나는데, 끈적끈적하진 않고. 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내용이랄까요. 녹음이 아주 짙은 그런 여름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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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9 04:58 2005/08/19 04:58
Posted by 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