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치 체포록'에 해당되는 글 2

  1. 2010/02/22 유우 《한시치 체포록》 이모저모 (최종갱신일 10/03/24)
  2. 2010/02/04 유우 3번째 작품, 《한시치 체포록》 (2)

《한시치 체포록》 이모저모 (최종갱신일 10/03/24)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10/02/2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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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2010.02/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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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습니다. 토요일에 출판사에서 책을 받고, 이제나저제나 인터넷 서점에 등록되기를 기다렸는데,
교보 오프라인 매장에는 지난 주말에 벌써 깔렸다고 하는군요.

관련 게시 : 3번째 작품, 《한시치 체포록(가제)》

작품에 대한 소개는 윗글에서 간략하게 이미 한 바 있습니다.

한국 독자에게는 조금 낯선 오카모토 기도라는 작가는 세계의 괴담, 기담 수집가이고,
무엇보다 에도의 괴담 연구에 힘쓴 인물입니다. 신문기자를 거쳐 극작가, 소설가, 번역가 등으로 폭넓게 활동했고, 그가 번역한 작품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대표작이 바로 《한시치 체포록》인데요.
특기인 에도의 괴담 분위기를 살린 탐정 소설입니다. 쉽게 읽을 수 있고, 단편 모음이라 템포도 빠르죠.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시대에 대한 고증은 에도 시대 전문서의 참고 문헌으로 쓰일 만큼 신뢰도가 높은 것도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이야기 안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 때문에 에도 시대를 잘 모르는 분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요.


책세상에서 나온 또 다른 일본 명작선, 《일본 호러 걸작선》과 《한시치 체포록》.
《한시치 체포록》이 조금 작고, 더 두툼하지만 적색과 흑색이 조화를 이룬 표지 분위기가 흡사합니다.
《일본 호러 걸작선》에는 오카모토 기도의 〈유령풀〉이 실려 있으니 필히 체크! 기도의 소설 외에도 실려 있는 단편들이 다 주옥같은 작품뿐입니다. 임희선 선생님의 번역도 매끄럽고요.

《일본 호러 걸작선》에서도 내용에 딱 들어맞는 삽화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한시치 체포록》에도 이렇게 곳곳에 삽화가 있어요. 어울리는 삽화를 찾느라 고생하신 편집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사실 책 받고 제일 먼저 확인한 게 삽화였어요. 이번에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했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는 A/S 주저리주저리 코너. 이 말을 이렇게 옮긴 배경, 변명 등등을 수시로 업데이트 합니다. 오탈자, 오역, 이상한 부분 신고 받습니닷.(신고받은 부분은 확인해서 책세상 편집부에 전달하도록 하겠사와요)


고등유민 (업뎃 10-03-24)

이 말을 풀어씀이 옳을까 했지만, 굳이 그대로 옮겨 봤습니다. 어감이 마음에 들어요.
100년 전에 일본에서 유행하던 말인데, 요즘 일본말로 하면 '니트족'이네요. 그런데, 이 말이 국어사전에도 그대로 등록되어 있더군요. 일본에서 유행하던 시절이 구한말이니, 같이 유행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나라건, 아마도 이런 사람이 있었겠지요. 개인의 탓일 수도 있고, 이 소설 속의 K삼촌을 비롯한 에도 시대 '고등유민'처럼 시대가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엇비슷한 처지인데. 그다지 '고등'하지는 않군요. 후후.


나쁜 짓은 할 게 못 돼요 (업뎃 10-03-12)

후기에 이 말을 꼭 인용하자고 생각하고 빠뜨렸다는 모 씨.
눈치를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매 편 한시치 대장은 이 말을 합니다.(대장 외의 사람들도 하지만)
원문은 "悪いことは出来ない".
이 말에서 이야기의 성격이 잘 드러나죠. 나쁜 짓을 하면 무조건 어떤 형태로든 벌을 받습니다. 씁쓸한 뒷맛이 남는 이야기도 있지만, 절대로 교활한 인간을 내버려두지 않죠. 이런 권선징악적인 부분을 낡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시치 대장과 참 잘 어울려서 저는 매 이야기에서 이 말이 나올 때를 두근두근 기대했답니다.


모키치 (업뎃 10-03-12)

먼저 사죄의 말씀을.
〈단발뱀〉에서 셋집에 사는 담배장수 모키치는 원래 '다이키치'입니다. 옮기는 작업에서 작품에 손을 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는데, 읽으셨다면 알겠지만 이 이름과 어떤 단어의 연관성 때문에.
적절한 대체 단어를 찾으려고 며칠 동안 사전을 뒤지다가 결국 나가떨어져서 다이키치의 이름을 모키치로 일부러'오역'했습니다.(편집부의 허락은 받았지만, 하늘 나라의 오카모토 기도에게는 문의할 방법이 없고ㅜㅠ)


오카모토 기도의 모던한 문장

배경도 에도이고 백 년 전에 발표한 소설인데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의 문장과 느낌이라, 번역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도 여기였어요.
배경은 에도지만 구성이나 말투, 용어는 완전히 현대식으로 꾸민 교고쿠 나쓰히코의 《구 미미부쿠로》처럼 아예 현대풍으로 갈까도 생각했죠. 아무래도 상업도시 에도가 배경이다 보니 각종 상점이 나오는데 흔히 쓰는 대행수, 행수 말고 점장, 부점장이란 단어를 사용할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그리고 기각당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소 예스러움을 추구했습니다. 예스러움이 고리타분함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읽기 좋은 문장을 쓰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데사키와 시탓피키

웬만한 것은 한국어로 바꾸었지만, 관직명, 요리키, 도신, 오캇피키 등등은 어쩔 수 없이 일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특히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즐겨 읽는 분들은 이 부분을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미야베 여사의 소설에는 오캇피키=데사키이고 그 부하들을 시탓피키라고 부르는데, 《한시치 체포록》에는 오캇피키의 부하가 데사키이고, 시탓피키는 데사키가 부리는 첩보원으로 나옵니다. 보통 오캇피키=데사키로 보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어느 쪽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문제네요.
일단 본문에 따라 책 뒤의 에도 시대 치안 유지 기관 설명에서는 오캇피키, 데사키, 시탓피키를 따로 설명했습니다.
또한 본문에는 가급적 '데사키'라는 말은 '수하'라고 옮겼습니다.


自身番, 파수막과 자경소

각 마을마다 두었던 자치적인 경비초소입니다. 치안과 화재를 동시에 관리하던 곳이지요. 셋집의 관리인들이 교대로 당번을 서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말이 옮기기가 미묘한 부분인데요. 인문서라면 '지신반'이라고 원어를 그대로 사용함이 옳습니다만, 소설이나 만화에서는 파수막이나 자경소라는 말로 옮기는 게 보통입니다. 확실히 말해서 압도적으로 '파수막'이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한시치 체포록》에서는 '자경소'라는 말을 택했습니다. 튈려고 그런 건 아니고 자치적으로 마을 치안을 둘러보는 '자경단'들이 자주 나와서 말을 맞추기 위해 그렇게 했는데, 음, 여전히 고민되는군요.
다음에 또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옮긴다면 이번에는 어느 쪽을 택할지? 일단 에도 시대 용어들은 따로 용어사전을 만들어서 정리하고는 있습니다만, 참 까다롭습니다.

*自身番, 自身番屋, 番屋를 다른 말로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다 같은 말입니다. 더불어 무가 저택이 모인 마을의 경비 초소는  辻番(쓰지반)이라고 합니다.


코난 도일의 단편

본문이 끝나고 뒤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한시치 체포록》 탄생 비화가 짧막하게 나옵니다만, 앞서 말했듯이 이 이야기는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 영향을 받았습니다. 홈즈를 읽고 받은 충격, 그 후에 도일 경의 유명한 단편들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본 작품의 한국어판은 도통 찾을 수가 없더군요.
대표작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ㅜㅠ(그나마 챌린저 시리즈는 행책 등에서 내주었지만)
그런 이유로 제가 옮겨서 편집부에 넘길 때 한국어 제목 없이 원서 제목만 넣었는데, 편집부에서 친절하게 한국어 제목을 달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 실수가 있었어요. 〈Round the Fire Stories〉는 〈난로가 이야기〉가 맞습니다. 겨울밤 난롯불 주위에서 읽을 만한 무섭고 기괴한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합니다.
어쨌거나 영어를 보면 도망가는 제 잘못도 큽니다. 죄송합니다(__)

*기도는 이 책들을 원서로 읽은 모양입니다-^-(요런요런 엄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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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2 23:30 2010/02/22 23:30
Posted by 유우

3번째 작품, 《한시치 체포록》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10/02/04 23:12

관련게시:《한시치 체포록》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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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책세상

지난 11월~12월 두 달에 걸쳐 작업한 작품. 원고지 1300매가량이니 책으로 나오면 400페이지 내외가 될 것 같습니다.(국판 456P라고 하네요. 두껍고 가벼운 이라이트지를 사용해 볼륨감 있을 듯^.^ 딱 <세이초 컬렉션> 중권 크기에 두께가 아닐까 합니다) 분량에 비해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반성 반성. 그래도 처음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마무리를 지어서 뿌듯합니다.(담당 편집자님께는 'XX일까지는 꼭..'이란 메일을 끝없이 보냈지만… 죄송함다T_T)

5년쯤 전에 괴담전문지 《幽》의 특집기사를 읽고 흥미를 가지게 된 오카모토 기도. 언제나 그렇듯 흥미만 가지고 있다가 막상 작품을 이거저거 찾아 읽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괴담과 범죄가 적절하게 잘 배합된 그 분위기가 무척 좋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를 떠올리게도 하고요.

그런 작가의 대표작을 덜컥 맡아 번역하게 되었어요. 기쁜데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근질근질한 기분.
시리즈 제목 그대로 오캇피키(에도 시대 서민 주거지의 치안을 맡던 경찰) 한시치 대장이 사건을 해결한 내용을 담은 작품이에요. 에도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건도 있고(이를 테면 괴담이나 전설을 이용한 〈쓰노쿠니야〉, 〈단발뱀〉 같은), 요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사건(묻지 마 살인 사건을 다룬 〈창 찌르기〉 같은)도 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책 안에 《한시치 체포록》 시리즈 중 하나인 〈간페이의 죽음〉이 실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오는 건 처음입니다. 책임이 무겁습니다.

《한시치 체포록》은 원고지 50매~200매 정도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로, 작품 수가 70편 가까이 됩니다. 도저히 한 권으로 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라 이번에는 그중에서 평이 좋고, 재미있는 작품 12편을 골라 선집 형태로 나옵니다. 수록 작품은

오후미의 혼령(お文の魂)
석등롱(石灯籠)
수상한 궁녀(奥女中)
쓰노쿠니야(津の国屋)
미카와 만자이(三河万歳)
창 찌르기(槍突き)
여우와 승려(狐と僧)
한겨울의 금붕어(冬の金魚)
보라잉어(むらさき鯉)
외눈박이 요괴(一つ目小僧)
단발뱀의 저주(かむろ蛇)
사라진 두 여자(二人女房)
+《한시치 체포록》의 추억(《문예클럽》 1927년 8월호)


이렇습니다. 다 각각의 재미가 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창 찌르기〉의 마지막 부분이에요. 소름이 오싹 돋았습니다. 〈겨울의 금붕어〉에 나오는 이상한 커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다시 읽으면서 새삼 좋아진 것은 〈석등롱〉의 범인이었습니다. 어디로 보나 악녀였지만, 저는 이렇게 '사랑에 미친' 여자에게 한없이 끌립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 죄의 결말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눈물도 납니다.

각각 작품마다 기억에 남는 것들,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한시치 체포록》이라고 하면 이 문장(선언)이 가장 유명하지요.

한시치는 에도 시대의 숨은 셜록 홈즈였다. (〈오후미의 혼령〉 중에서)

에도 시대의 셜록 홈즈…(웃음). 그렇담 오카모토 기도가 왓슨(..).
사실 저는 저 문장에서 '셜록 홈즈'보다 '에도 시대'가 더 눈에 띄어요. 소설 속에서 이 이야기를 발표하는 '나'는 메이지를 넘어 다이쇼 시대를 사는 사람입니다. 한시치가 활약한 것은 에도 시대 말. 작품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가장 마지막 사건은 게이오 3년(1867년) 8월에 일어났습니다.
그해 말에 대정봉환, 왕정복고…이듬해 무진 전쟁. 그렇게 에도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드러내놓고 에도 말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지만 배경으로 스쳐지나가는 에도 마지막 모습들이 어쩐지 막말 좋아하는 제 가슴을 떨리게 하는군요. '라스트 사무라이'는 아니지만 '라스트 오캇피키' 되겠습니다^.^

*에도 시대 경찰 조직의 최하위에 속한 오캇피키와 그 수하들은 사무라이가 아니라 서민이었습니다. 무사가 아닌 부분이 또 어쩐지 제 취향입니다.

*사진은 광문사에서 나온 《한시치 체포록》 전집. 띠지에 "미야베 미유키 씨 애독! '저에게는 <성전> 같은 작품이에요. 책이 망가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퇴사하면서 미야베 여사와는 한동안 만날 일이 없겠다 했는데, 이런 끈질긴 인연이^^ 출판사에 반납해서 지금 가지고 있지 않지만, 기타무라 가오루&미야베 미유키가 편집한 《한시치 체포록》 앤솔러지가 번역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석도 잘 달려 있고, 후기의 두 사람 대담도 재미있는 책이에요. 저, 미야베 여사 소설보다 미야베 여사가 내는 앤솔러지가 더 좋은데 어쩌죠;

+반응이 좋으면 후속작이 있을지도…. 없으면 그냥 개인적으로라도 계속 번역해 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그게 책으로 나오면 더 좋고요^.^(책 사세요 빔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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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4 23:12 2010/02/04 23:12
Posted by 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