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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Under 일상의 재/일 년의 363일   Posted @2009/05/24 09:34

나는 결국 자연사 이외의 방식으로는 죽을 수 없었다. 적탄에 쓰러져 죽는 나의 죽음까지도 결국은 자연사일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적이 물러가버린 빈 바다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나는 갈 것이었다.
-『칼의 노래』, 김훈


몇 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시끄러웠던 때, 이 책이 거론되었다.
국민이 대통령을 사랑하는 건 알지만, 대통령이 읽었다고 너도나도 읽는 것도 참 이상하다고 웃었다.
(물론 이 책은 그 전부터 사랑받는 책이었으며, 정말 훌륭한 책이지만)

그런데 문득, 어제 뉴스를 보면서 이 책을 떠올렸다. 굳이 저 문장을 떠올렸다.
당신은 그런 죽음을 원했던가. 아니면 그곳에서 자신을 이미 보고 있었던가.

아니다, 당신은 저렇게 죽으면 안 된다. 당신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당신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됐다.
우리가 못나서 못난 사람 하나를 죽였다. 못나서 아름다운 사람을 잃었다.



조금 굽히고, 조금 뻔뻔하면 어떤가. 뚝 하고 부러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2002년은 아득하다. 그때는 온나라가 축제였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마치 월드컵 때처럼 언니와 부둥켜 안고 환호를 질렀다. 그날 밤은 잠못이루었다. 그러나 동시에 저런 사람도 언젠가 더러워지겠지, 그렇다면 대체 국민은 무슨 희망을 보며 살아야 할까, 하고 걱정했다. 우려대로 그는 참 좋은 대통령은 아니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것처럼 더러워지는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에게 소박하게 감사할 줄 알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저씨였는지도 모른다. 뻔뻔함이 덕목인 정치인이 될 사람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이 나라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소박하게 살려고 하는 것을 지켜주지 못한 나라의 국민이라 나는 어제 하루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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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4 09:34 2009/05/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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