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 후지타 타카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10/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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ゼロ : 藤田貴美 (幻冬舎コミックス/2009.09)

<EXIT> 연재를 버려 놓고 작년에 뭔가 열심히 그리더니 그 결과물이 단행본이 되어 나왔습니다.
이게 얼마만에 나오는 신작인가요. 반가움에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제6국의 공주가 구출되었다. 이름은 비비에나, 당시 7세.
제2국에 인질로서 시집가서 13년째 되던 해의 일이다.

"들었어? 제2국 포로 이야기!"
"그래, 그래. 도저히 믿을 수가 없더라고. 그 이야기 진짠가."
"혼례 날에 시종의 증거로 낙인을 찍었다는군."
"아직 쪼그만 어린애였잖아. 그것도 여자애."
"따라간 유모는 왕의 측실로 삼고 신부의 방은 구출될 때까지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감옥…
연회석에서는 성에서 기르는 사나운 짐승들에게 공주를 쫓게해 놓고 그걸 왕족들이 웃으면서 술을 마시며 구경했다지?"

7살의 나이에 정략 결혼으로 제2국으로 시집간 제6국의 왕녀 비비에나(ビビエナ).
혼례날 노예의 낙인이 찍히고 13년간 지하 감옥에 갇혀 왕족의 유흥거리로 살아온 비운의 공주님과,
13년만에 고국의 병사들에게 구출된 공주를 제4국의 왕에게 운반해 주는 의뢰를 받은 외눈의 운반상 장(ザング),
그리고 공주님의 호위 토키오(トキオ).

세 사람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한 권입니다. 정략 결혼의 비극과 영원한 로맨티스트의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요. 여하튼 설정 자체는 클리셰하고, 토키오의 정체도 처음부터 어쩐지 알 것 같지만, 후지타 타카미와 사막은 왜 이렇게 어울릴까요. 텁텁하고 까끌거리는 이 모래 씹는 맛.
달콤한 모래를 목으로 넘기는 그런 맛.

네타를 하자면 공주님은 물론 진짜 공주님의 대리이고, 호위인 토키오가 진짜 비비에나.
(참고로 표지의 저 멋진 청년이 토키오입니다=.= 즉, 공주님.)
운반상 장은 실은 제4국 왕실의 정통을 잇는 왕자로 비비에나의 진짜 약혼자. 그러나 약혼하는 날 배다른 형의 반란으로 시력을 잃는 중상을 입고 쫓겨나 떠돌이처럼 살아왔지요.


만남은 13년 전, 단 한 번. 드리워진 장막 안쪽에 있는 어린 소녀와 바깥쪽에 있는 소년.
장막 밖으로 나와 긴장한 소년의 손을 잡아 준, 역시나 긴장해서 차가웠던 손만이 두 사람 기억의 전부.
소년은 얼굴 반쪽과 시력을 잃고, 소녀는 목소리를 잃었지만
다만 그 손의 체온만이 서로를 지탱해 온 한 가지.


사람 말도 잊어버리고, 인간다운 행동도 잊어버리고, 바깥 세상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공주님…이라기는 한 마리 늑대 같은 아가씨의 천진함도 좋고. 비겁하지만 악착 같이 살아온 비뚤어진 남자의 순정도 좋습니다.
……… 내가 어쩌다 이런 진득한 순정 만화를 그리는 사람을 좋아해가지고.

아쉬운 것은 세계관에 대해 좀 더 나왔으면 했다는 것과,
두 사람 외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알고 싶었다는 것.
진짜 왕이 되고 싶어 몸부림 치는 제4국의 현재 왕(장의 이복 형)도,
자신의 처지에 너무나 담담한 비비에나 대리역을 맡았던 여자─비비에나의 '이복 언니',
사지인 줄 알면서 자신의 자식을 정략결혼의 말로 삼은 왕비─자신 또한 정략결혼의 희생자인.

나오는 인물 모두 로맨티스트가 아닌 자가 없으니, 이것참 미칠 노릇입니다.
이걸로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자, 이제 슬슬 <EXIT> 다음 권도 내주시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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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1 20:17 2009/10/11 20:17
Posted by 유우

2008년 만화 (1)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9/29 01:06

새로 읽기도, 리뷰 쓰기도 귀찮으니까 하는 뻘짓.
2008년에 읽은 만화 중에 몇 권 골라봤습니다. 2008년에 나온 책이 아니라, 그저 제가 2008년에 본 만화-.- 일어판 기준. 한국어판은 정확히 나왔는지 잘.. 거의 안 나왔을 것 같기도.(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외로울 리 없습니다T_T) 근래에 다시 한국어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어판으로 사기는 좀 망설여지는 책을 몇 권 사봤는데, 역시 일어판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아하하! 근데 한국어판 만화책 너무 비싸요T-T
리뷰를 썼던 건 제목에 링크 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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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T> : 후지타 타카미


제 안의 "올해의 책"은 소설 범위에서만 고르는 게 나름의 철칙이었는데, 올해 폭풍 같은 작품과 만나지 않는 한 이 만화가 "올해의 책"이 될 것만 같은 예감. 후지타 타카미 책은 다 좋아합니다만(얼마 전에 리뷰 쓴 [붉은 군집]도 끝내줬고요;ㅁ;) [exit]는 정말 주옥같네요. 연재 예고만 살짝살짝 보니 역시 한계에 부딪혀서 갈등단계에 접어든 모양이지만. 그 청춘, 청춘, 청춘의 향연.

음악에도 밴드에도 연예계에도 관심은 없지만, 캐릭터 각자가 가진 꿈들이 마음에 와서 부딪힙니다. 좌절하고 갈망하고 망가져 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진짜 탐미 작가는 여기 있어요T_T




<꽃과 늑대의 제국> : TEAM D.O.C(야마시타 토모미&후지타 타카미)

두 작가가 공동으로 그린 2차대전 즈음(정확히 발발 직전인지 발발 후인지 기억이 안 나네요=.=)의 독일을 배경으로, 反나치 저항조직 [백장미]에 대한 만화. 4권까지 나오고, 5권은 동인지로 나왔다는 전설의 작품입니다. 작가들 스스로 종결선언을 해서 더는 뒷권이 나올 가능성 제로. 당시 페이퍼로 예정했던 전개를 다 밝혔다는데 그런 걸 구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절판된 1~4권을 구하는 걸로도 저는 진을 뺐습니다. 4권까진 HLC(학센샤 레이디 코믹스)에서 나왔는데, 사실 이런 시리즈가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학센샤하면 떠오르는 그 단행본 느낌과는 전혀 달라서 처음엔 같은 회사 책이라고 안 믿었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 좀 힘들었던 부분도 있고, 4권으로 가면 허술하게 그린 것도 티가 나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 아, 뭐랄까 미완결 작품에 대한 애증? 소재는 꽤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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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 - 난세열화담> 시모무라 후미


이렇게 그림과 내용이 어울리는 만화를 만나면 기운이 쭉쭉 빠집니다. 명작이란 말밖에 할 말이 없군요.
시모무라 후미 씨 작품은 그림만큼이나 멋집니다. 이런 멋진 작품을 그릴 수 있는 분이, 요즘은 그런 작품[..] 삽화만...(눈물) ...... 어울리니까 무섭지만요. 개인적으론 만화활동을 해 주셨으면 좋겠지만, 다른 일을 하고 계시니.....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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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00~Ultra Black~> 키사라기 요시노리


최근 두 달간 제 안의 최고 히트작. 정말 여기에 모에하느라 다른 데 신경을 못 쓰고 있습니다. [물의 선율]은 참 밋밋했는데, 그림도 내용도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상업지의 오리지널은 첫 책이지요? 그런 걸 생각하면 스케일도 크고 내용도 (아직) 무리 없이 진행 중. 우려되는 건 3,4권 쯤에 후닥 끝나는 일인데, 적어도 7,8권은 나와줬으면 좋겠는 만화입니다.
제가 사심을 빼고도 진짜 괜찮은 만화예요. 근데 아무도 같이 안 좋아해 줍니다T_T 전 정말 진지하게 제가 직접 사서 주변에 뿌리는 일을 고려해 보았습니다. ... 아, 다 부질없어ㅜㅠ 드라마CD 만들기 좋아하는 제로섬에서 이것도 드라마CD나 내줬으면 좋겠네요. 나 혼자 만화보고 CD들으며 좋아하게.(.....)
아마츠키도 그런 식으로 좋아했는데 애니 방영 후 되게 미묘해요. 딱히 팬이 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완전 마이너도 아닌 어정쩡함. 그럴 바엔 아예 외로운 섬이 되리라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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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 야마시타 토모코


[주점 아키라]가 너무 재밌어서, 솔직히 처음 나왔을 땐 실망했습니다. 어느 날 다시 읽고 가슴이 저미더군요. 처음 나왔을 땐 [Touch me again] 쪽이 더 좋았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물론 그 책도 좋아합니다) 표제작인 [사랑하는 마음에~]는 좀 장난스런 느낌도 들지만, 솔직히 주인공의 도M 성향이 저에게 직격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해 버린 이상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누구나 이런, 약간은 비정상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곧게 뻗지 못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선가 꺾이다 보면 이렇게 될지도. [Touch~]도 그렇고 이 작품도 결국은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합니다. 저에겐 직격탄이에요.
[It's My Chocolate]도 귀여워요;ㅁ; 마지막에 어머님에 완전 홀랑 반함. 더불어 [주점 아키라]에 이어 [Touch~] 드라마CD 샀습니다T_T 과연 이건 작가의 취향이 훌륭한 건가요, 제작진에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진 건가요. 왜 이렇게 캐스팅을 잘한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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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하늘의 소리> 긴 토리코


제목은 가제라고 해두죠. 마땅히 와 닿는 한국어 제목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원제는 [架カル空ノ音]. 架カル가 왜 드높은이 되냐 하면, 그건 그냥 센스없는 제 마음입니다...=.=
[드높은~]은 전쟁에 피폐해진 군의와 날개가 달린 소년이 그리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 숨어서 사는, 그러나 멸망의 시기를 눈앞에 둔 또 다른 인류. 멸망의 날을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그들과 세계를 남김없이 장악하려는 인류의 욕심이 마음 아프고, 그런 그들의 알량함을 비웃는 자연의 공포에 몸을 떨며 봐야 합니다.
긴 토리코 다른 단편은 참 미적지근한데. 이 만화는 정말 진짜 완전 초 걸작입니다T_T 아, 진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막 그려? 띠지의 [이마 이치코 추천!]이란 문구가 매우 걸리긴 하지만요. 이유는 그저, 제가 안 좋아하니까-_-;; 유명 작가니까 선전효과는 있으려나.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귀엽고. 족장님 완전 멋지고;ㅁ;ㅁ; 에피소드 하나하나 마음을 찢는데. 기본적으로 이 작가가 '동화같은 이야기 지향'이라 그 마음 아픈 이야기를 둥글둥글 참 따뜻하게도 그립니다. 그래서 더 나빠. 지금 3권까지 나왔어요. 언제 꼭 장황한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고 있던 작품. 아. 정말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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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후지 타마키


가벼운 BL인데, 머리가 복잡할 때 읽어서 그런지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선선하다고 할까. 실은 같이 도착한 작품이 꽝이라서 더 좋았던 걸지도. 금전감각이 유별난 마미야. 실제로 이런 남자 엄청 피곤하겠지만, 귀여워요. 젊고 잘생긴 부자라서 좋은 건 아니고.(콜록) 정말 어쩜 이런 생각 없는 바카플?! 가끔은 이런 것도 좋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후지 타마키에게 꽂혀서 [호라이즌]을 샀는데 이건 아직 못 읽었어요. 이건 또 엄청 우울한 이야기더라고요-_-;; 게다가 [시이나~]의 외전. 진짜 모르고, 그냥 제목 마음에 들어서 샀습니다;; 후지 타마키 작품은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게 반반 정도예요. 느낌 자체는 아주 좋아요. 투명하고 부도덕한. 사람들은 이 작가 작품은 우정이상 BL미만 소프트라고 하는데, 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게 에로틱하다고 느껴요. 오히려 적나라한 책은 별 감흥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아서인지 이런 은근한 것들에게 자극받는지도 모릅니다.


(그림은 [사랑하는 마음에~]만 7&Y, 나머지는 아마존 재팬에서. [꽃늑대]는 웹에 이미지 없습니다ㆀ [불사]도 작은 이미지밖에 없네요. 사진 찍는 것도 스캔하는 것도 귀찮은 한 마리)

--

번외

새삼스러워서 <충사> 9권은 뺐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것도 너무 좋았어요. 보고 울고, 또 보고 울고, 다시 봐도 울고. 아마도 완결편이 될 10권도 그렇겠죠? 이렇게 기대에 늘 부흥하는 작가도 무섭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에는 어머니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어..음..-_-

지난 달 제로섬에 또 예고도 없이 카야세 시키 단편이 실렸습니다. 여전히 뒤통수 때리는 단편. 근데 솔직히 이해를 못 하겠다? 뭔가 멋있다는 건 알았는데 뭐였는지 잘 모르겠네??!! 그래도 어쨌든 이 작가는 단편이 좋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작성했고, 아직 2008년이 안 끝난고로 언젠가 (2)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 워스트 작품도 좀 써볼까?(진짜 심심함) 그 전에 새로 산 책도 읽어야하고, 새로 올 책 맞이도 준비해야 하는데. 어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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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01:06 2008/09/29 01:06
Posted by 유우

붉은 군집(「CAPTAIN RED」 중에서) : 후지타 타카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9/08 04:45

절판된 책이라 구할 수 없다고 빌빌거렸더니, 천사님이 내려와서 스캔본을 덥석 안겨주셨습니다.
정말 뭐라 감사드려야할지. 구성물은 표제작 [캡틴 레드]와 [붉은 군집] 두 작품인데요. 두 작품이 또 엄청나게 취향이 다름. 대체 언제나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이유는 뭔가요.

[캡틴 레드]는 제목에서 풍기는 대로 해적에게 납치된 공주님들이라는(그것도 파티가 열린 성 안에서.. 해적이라기보단 괴도인가. 해적인데 다들 젊고 잘생긴 이 말도 안 되는 설정-.-) 유쾌발랄엉뚱한 연애물. 솔직히 제가 좀 쥐약인 페이스였습니다.
이런 개연성없는, 페이지가 흘러가니 반했네 하는 연애물은 좀. 근데 이게 후지타 타카미 페이스라서 뭐라고 하기도 좀. 웃기긴 웃겼습니다. 캡틴도 멋졌고요. 그보단 캡틴 레드를 잡으려고 혈안인 부사령관이 취향이었지만.(웃음)

[붉은 군집]은, 또 전형적인 후지타 타카미 페이스. 땅끝으로 파다 파다 용암과 만나서 다 녹아버릴 것 같은 우중충한 이야기. 이게 무려 [한여름 연애특집 3부작]으로 그린 거라는데. ... 아, 배경이 사막이니 덥기는 했습니다. 읽다 보니 숨이 턱턱 막혀서 몇 번 쉬어가야 했으니, 한여름 특집 맞네요.
말도 안 되는 애정행각 단편들을 보면 이 사람이랑은 역시 근본적으로 안 맞는가 싶은데, 가끔 이런 걸 던져줘서 전 정말 죽겠습니다.

이런저런 개인 취향의 편애로 표제작을 버리고 [붉은 군집]에 대한 잡담을 좀 하겠습니다.


제 연인은 벌레에게 먹혔습니다
연인을 잃은 남자는 고국을 떠나 사막을 건넙니다. 사막에서 쓰러진 그를 주운 것은 작은 여관에서 매춘을 하는 소녀, 유에. 그녀는 직설적이고 속물이지만 밝고 작고 따뜻합니다. 이윽고 그는 유에가 그저 사람의 체온을 그리워하는 여자아이란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전쟁과 인간의 욕망에 지친 그는 유에에게 안식을 기대합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그의 나라. 의미 없는 많은 살생과 금지된 인체실험. 이상발현한 '사람을 먹는 벌레'. 그런 것들이 없는 작은 도시, 작은 소녀.

와아. 스토리 정리하는 걸로 가슴이 벅찹니다. 절 죽이는 설정이 저 안에 대체 몇 개가 들어 있는 거죠. 일단 세상에 지친 남자와 여자아이란 설정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봐야 할 만큼 좋습니다. 현실의 매매춘행위는 물론 싫어합니다만, 이런 '판타지 속 판타지적인 설정'의 매춘부에는 좀 약한데. 으음, 뭐랄까 그 소녀성이랄까, 순수함이랄까, 작고 약하지만 분명히 따뜻한 피가 흐르는 그 느낌이랄까. 안 그래도 요즘 후지 타마키 만화를 섭취한 후라 더 마음이 약해져있습니다.(후지 타마키 만화에도 이런 느낌 꽤 많지요. 여기는 거의 상대방도 비슷한 연령의 소년이나 청년이지만) 이런 게 제 안에선 일종의 판타지적인 가학성인 것 같아요.

결국 남자의 안식은 현실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도시에도 역시 전쟁도 사람을 먹는 벌레도 시간 차가 있을 뿐 다가올 현실이었죠. 따뜻하게 웃는 유에의 미소도 그저 눈속임이었습니다.
'사람을 먹는 벌레'라는 건 일종의 기생충 같은 거라고 전 이해했는데요. 벌레는 체내에 들어가서 혈관에 알을 낳고, 유충은 내장을 먹고 자라 성충이 되면 다시 혈관에 알을 낳는 벌레라네요. 이 무슨 [7SEEDS]에 나올 법한-_-ㆀ
이런 끝까지 세상에 절망하는 엔딩도 좋습니다. 전 분명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파이긴 한데 말이죠.(사람들이 안 믿지만)

"인간이란 참 이상한 생물이야. 분명히 선악 구별을 할 줄 알면서, 태연하게 나쁜 짓을 하잖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유에. 하지만 그러니까 인간다운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 아, 갑자기 이 귀여운 여자아이 때문에, 올 봄에 부끄럽다고 버렸던 유에라는 닉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3초간 들었습니다.

결론 : 하나유메코믹스로 나온 단편집 3권 중에선 이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절판된 단편집을 드디어 겐토샤에서 복간하는 모양이니 이것도 기다려도 되겠지요.(9월엔 [순정투쟁]이 발매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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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04:45 2008/09/08 04:45
Posted by 유우

잡감상, 잡문

Under 감상의 늪/잡다한 것들   Posted @2008/07/29 12:51

★ 후지타 타카미
후지타 타카미 10주년 기념 화집, [10-ten- Takami Fujita ALL WORK BOOK]을 손에 넣고 희희낙락.
이걸로 전부 다 모았다고 생각했더니만... ... 단편집 두 개를 안 샀다는 걸 알았습니다. 왜 체크에서 누락된 건지 알 수 없음; [순정전투]랑 [꽃과 늑대의 제국]에만 너무 몰입했군요. 특히 [꽃늑대]는 여러가지로 쇼킹한 작품이어서 거기에 휘청거리느라 그 사이에 끼어있는 책들은 눈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T_T

어쨌거나 부랴부랴 아마존에 들어가서(이미 절판 된 책들인지라) [전기]는 구입했는데, [CAPTAIN RED]는 해외발송이 안 되서 구매시도 실패. 언젠가 올라오려나요. 흑흑.

그리고 또 하나. 제가 잘 못 알고 있었던 사실.
[EXIT]의 봉쨩. 전 성이 오오시 이름이 코-치, 라고 생각했는데, 붙여서 오오시코-치가 성이었군요. 이름은 미발표. 있기는 한 모양인데 타이밍을 놓쳐서 이제는 안 알려줄 것 같은 분위기. .... ..... 타쿠야가 메인이긴 해도, 두 사람이 같이 주인공인 거 아니었나요? ...주인공인데 성 밖에 안 나와.. 이름이 안 나와. 뭐 이런T_T



★ 나츠메 우인장 애니
그럭저럭 원작 훼손없이 아직까지 괜찮은 듯. 성우진도 좋고요.
개인적으로 엔딩곡이 좋습니다. 오키나와 노래는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요. 따라부를 수도 없는 그 미묘한 음색이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랄까.

색깔이 다르긴하지만 민요라는 건 기본적으로 가장 편한 음들이 아닌가 싶기도. ... 아, 점점 마음이 아저씨.(먼산)


★ 양세기 13번째 CD
EMS의 위대함을 알았습니다. 보통 이틀정도 걸리지만, 주말이 꼈으니 월요일에 오겠지하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일요일에 집에 돌아와보니 도착해있더군요. 아저씨 나 때문에 주말근무?T_T
여하튼 나카이 상 양세기 CD가 왔는데. 이게 아주 미묘하십니다. 왜 설정이 BL이야. 그리고 나카이 상이 우케...=.= 요즘 점점 나카이 상 우케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어음.. .. ...(어느 쪽도 좋지만) 세메 쪽의 그 분이 아주 미묘했음. 마지막에 [오야스미]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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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9 12:51 2008/07/29 12:51
Posted by 유우

순정투쟁 : 후지타 타카미 / 학교호텔 : 모리에 사토시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7/1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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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급성 연애물 알러지를 환기시켜 준 작품 두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순정투쟁> 후지타 타카미, 학센샤, 1991년 8월 (사진 왼쪽)

웹에서 표지 이미지를 구할 수 없어서 기어코 수전증을 가진 누구에게 카메라를 꺼내게 한 후지타 타카미의 데뷔작. 제목부터 도전적인 단편집입니다. 이미 그녀의 연애관이 제 알러지 대상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도저도 애정의 콩깍지에 되도 않는 관용의 마음이 무럭무럭.
하지만 단언하겠습니다. 후지타 타카미는 단편보단 장편이 빛나는 작가입니다. 단편은 더 할 나위없이 좋은데 장편으로 가면 분열을 일으키는 작가는 다수 있지만1, 그 반대는 매우 드물지요. 정말 애정이 생길 수 밖에 없구나.(..뭔소리-_-)
당시는 데뷔연령이 낮은 편이라(지금도?) 데뷔작 발표시기 아직 고등학생이었다고. 책이 나온 시점도 대학 새내기.(그렇다는 건 EXIT도 고등학생 작품이었단 거군요. 갑자기 밉다) 여러의미로 무서운 책을 사고 말았습니다.
수록작은 <순정투쟁><빈사의 미스 이노센트><공중회로><눈빛으로 죽여라><천사들><하나님께 HELP!> 내용은 고등학생 연애담.
데뷔작이란 걸 감안하면 완성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지만, '히이익'한 전개가 때때로.(그리고 알러지 두드러기가)
표지에 작게 적힌 "행복해지자"라는 말이 전체적으로 통하는 그런 단편집.


<학교 호텔> 모리에 사토시, 학센샤, 2008년 3월 (사진 오른쪽)

모리에 사토시 단행본이 드디어! 데뷔 7년 만에, 거의 포기하고 있던 시점에서 나온 첫 단행본. 코끝이 찡하네요. 큰 출판사들이 다 그렇겠지만, 조용히 묻히는 좋은 작가들을 보면 대신 울고 싶어집니다. 학센샤 이 놈!!
그런 모리에 사토시 책이지만.
....... 아, 뭐랄까 빅맥을 먹는 이 기분은.2
일상 생활에서 진짜 자신을 숨기고, 우등생/성인군자로 지내는 주인공 아마노. 믿음직한 성인군자가 어느 새 주변 사람들에게 뭘 부탁해도 좋은 사람처럼 각인되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그녀에게 학교호텔 초대장이 도착하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밤의 학교라는 은밀함, 선남선녀 캐릭터들.
근데 이게 좀 클리셰합니다. 캐릭터 각자는 개성이 있지만 같이 있으면 서로의 색이 죽는 느낌도 들고요.
제가 반했던 모리에 사토시의 단백함이 어딘가 힘을 못 내는 작품입니다. 전 솔직히 뒤에 실린 [돌아 봐 츠카다]의 바보 같은 내용이 더 마음에 드네요.
그렇다고 해도. 이 [학교 호텔]이 무사히 뒷편 게재 중이니 다음엔 ②라는 숫자를 달고 나올 수 잇을 듯. 이걸 계기로 다른 단편들도 좀 내주시요T_T


------
[사족] 사실 두 권다 읽은 건 한 달반~두 달 가량 전. 위의 메모를 적은 건 6월 25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에서야 올립니다. 솔직히 내용이 둘 다..기억이.. 어음...-_- 학교호텔은 요즘 열심 연재 중이더군요. 취향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열심히 계속 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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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실은 제가 애정의 콩깍지로 무한관용을 베푸는 또 한 명, 카타무라 슈도 이 분열증의 소지자 [Back]
  2. 빅맥을 먹을 땐 고기 두 장을 빼고, 나머지 빵과 야채 치즈만 먹습니다. 실은 빅맥 뿐 아니라 모든 쇠고기 버거를 먹지 못하는 나. 그 소금 덜 친 것 같은 냄새나는 고기가 비위를 팍팍 건드립니다. 한 때 맥도O드에서 쇠고기에 다른 것은 무첨가라고 선전할 때, 제발 뭔가 넣어서 맛있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다는 후문.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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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4 19:26 2008/07/14 19:26
Posted by 유우

EXIT 1~11 : 후지타 타카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5/24 23:32

이렇게나 멋진 무명 밴드

90년대 초반에 학센샤 3권까지, 90년대 중후반 소니매거진에서 재판 6권까지, 그 후 겐토샤에서 재판. 현재 웹코믹 스피카에 연재, 올해 11권이 나왔습니다.
후지타 타카미의 대표작 [EXIT] 한국어판은 학산에서 10권까지. 지금은 절판.
출판력이 화려합니다만, 여하튼 다소의 신경을 쓰며 구하기는 무난한 책입니다. 아마도. 한국어판은.. .. 글쎄, 어느 취향 이상한 책방 구석에 있을지도.

내용은 간단합니다. VANCA라는 밴드의 성공기. 성장청춘드라마?
그렇게 말하기도 참 미묘한 색깔의 만화. 저에게는 오히려 이 이야기의 주제가 "한계라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재능의 한계. 위치의 한계. 체력의 한계. 정신의 한계.
어떤 이는 한계와 만나면 벽이 있는 앞이 아닌 위로 방향을 바꾸어 나아가고, 어떤 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합니다. 희망이 되는 한계도 있고, 정말로 끝까지 와버린 한계도 있기 마련이지요. [EXIT]는 그런 여러 한계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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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상단 좌측부터→우측 순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1권 : 사와구치 타쿠야 (VANCA 보컬. 작사. 리더) 주인공다운 난폭함(?). 솔직. 단순?
2권 : 봉카와나이 오오시코치 (VANCA 기타. 작곡 및 프로듀싱) 통칭 봉쨩. 쿨. 건조. 하지만 승부욕은 절정.
3권 : 카가미 마사미 (VANCA 베이스) 극소심. 이지메 캐라. 그러나 베이스를 들고 무대에 서면 180도 변신.
4권 : 쿠리하라 신지 (VANCA 드럼) 온화. 처자 딸린 유부남. 얼굴에 비해 (실은) 꽤 젊음. 20대?
5권 : 타치바나 히나코. 타쿠야의 여자친구. 동거 중. 박정함에 익숙. 여려보이지만, 강한 성격.
6권 : 센고쿠(가브리엘) & 우사미(프랑시스) VANCA가 데뷔전부터 신세지고 있는 사람들. 일단 이 사람들도 밴드인데, 지금은 밴드로서보단 VANCA가 외상으로 밥을 얻어먹는 식당의 주인, 내지는 의상협찬자. 상당히 독특한 사람들이라 말로 표현불가.
7권 : 이슈. 통칭 캔디 쨩. 음악잡지 기자. VANCA 데뷔 초부터의 지지자. 유하지만 완고. 현재 프리랜서.
8권 : 아사이. VANCA 소속사 리프의 사장. 타쿠야를 고등학교 때부터 지켜보고 기다린 불굴의 남자. 신인발굴이 특기(취미?) 미묘한 의미로 나쁜 사람.(웃음)
9권 : 유즈루. 타쿠야 고향 후배. 추정나이 15세. 제멋대로. 가수지망. 중학교 졸업 후 행방불명. 조만간 타쿠야를 위협하는 보컬이 될 듯도?
10권 : 유텐지 료이치. 음악평론가. 쓴소리 제왕. 하지만 꽤 좋은 사람, 아마.
11권 : 타카나시 유키. 인기있는 아이돌 가수. 이외로 털털한 성격. 곡에 대한 스캔들로 활동중단. 재기 준비 중. 봉 쨩과는 미묘한 관계.



밴드 만화라면, 화려한 연애 스캔들이나 라이벌과의 치열(혹은 비열?)한 경쟁이 따라붙기 마련.
이란 건 역시 내 편견이었나? 어라?

그래도 분명, 연애 이야기도 조금 있고, 라이벌처럼 나오는 밴드도 있지만. 실상 연애는 투닥거리기 이전에 이미 안정노선에 접어들은 상태에서 시작했고,(랄까 연애보단 밴드?) 라이벌이라고 부르기도 황송할 정도로 상대 밴드가 너무 톱클래스라서 둘은 아예 마주치지도 않는 그런 상태라.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네요. 이 만화, 굉장하네요.


후지타 타카미의 그 공백많은 그림에 느릿느릿한 진행 속도에. 20년 가까이 연재 중이지만, 여전히 카메라에 경직하는 새내기 밴드(일단 나온 앨범 수야 꽤 되지만;)라니,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데. 그럼에도 그 엄청나게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가 확실히 눈에 보여서 사람을 흥분하게 합니다.

언젠가 책을 읽다가 먹는 이야기가 나오면 같은 음식이 먹고 싶어져서 곤란하단 이야길 한 적이 있는데, 이 만화는 보고 있지만 음악이 듣고 싶어져요. 대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건지, 눈으로 듣는 것으론 부족해서 진짜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몹시 듣고 싶어지는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 듣기는 거슬리는 시끄러운 음악, 때로는 가만히 한숨을 내뱉게 하는 그런 음악들.

이 이야기가 굉장한 건 단지 VANCA의 이야기만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네 사람을 둘러 싼 사람들의 성장, 그리고 쇠퇴.
9권에서 드디어 같은 무대에 선 VANCA와 ESK DUEL의 노래는 정말 일품. 그걸 보는 사람들이 눈물 콧물 흘리는 장면이 '이런 오버가 필요한가' 싶은데, 문제는 나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는 사실이네요. 진짜 어쩜 이렇게 멋질 수가 있나. 내용 안에선 대부분이 니이나(ESK DUEL) 멋있다, 근데 옆에 있던 그 신인가수(?)도 신경쓰여, 란 식의 반응인데. 독자의 입장에서 VANCA를 메인으로 보던 저는, 타쿠야 멋지다 근데 니이나도 완전 감동T_T ←이런 상태였습니다.

처음에 상징처럼 나왔을 땐, 저 긴 머리 밥맛- 이란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아하하! 이젠 왜들 그렇게 니이나에 열광하는지 공감도 무한 상승 중.

성장해가는 VANCA를 둘러 싼 사람들의 열기, 무너져 가는 ESK DUEL을 둘러 싼 사람들의 적막. 어느 쪽도 정신 건강에 좋지는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길지만 더 길어져서 접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대사들 모음.






>연재분 이야기. '08년 5월호에서 드디어 1위를 노려보겠다고 선언한 반카. .. .. 아무리 그래도, 난 이 잡지까진 손대지 않을.... 자신이 없다lllorz 어차피 넷잡지인데, 그냥 구독할까? 응... ...으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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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4 23:32 2008/05/24 23:32
Posted by 유우

SHIMAVARA : 후지타 타카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5/1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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スペシャル版 SHIMAVARA : 藤田貴美 (幻冬舎 / 2003年11月)


Eloi, Eloi, lama sabachthani
(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약 370년 전, 기독교 탄압의 시대. 아마쿠사에 예언의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마쿠사 시로 토키사다,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아름다운 용모,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글을 읽고, 예언을 하고, 바다를 맨발로 건너는 기적을 일으킨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연이은 기근과 다이묘들의 압정에 못 이긴 민중은 결국 봉기를 일으킵니다. 그들의 대부분이 박해받던 기독교도들이었던 탓에, 시마바라에서 시작 된 이 난을 종교전쟁으로 분류합니다.

시마바라, 아마쿠사 - 그러니까 규슈의 나가사키 지역은 서양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항구로 그 지역에는 당연히 기독교 역시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그곳을 다스리던 다이묘(영주)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그런 것과, 또 뭐어-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렇고 저런 이유 때문에 막부에 의해 다이묘들이 실각하거나 참수당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 봉기에는 농민뿐 아니라, 주군을 잃은 신하(무사)들 역시 가담하게 됩니다. 일본 역사상 최대의 봉기 중 하나라는 이 [시마바라의 난]의 총대장은, 당시 구세주라 불리며, 이미 신격화되어 있던 종교적인 카리스마를 앞세운 16세의 소년 아마쿠사 시로였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등에 업고 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아주 평화롭게, 우아하게, 천진하게.
계절을 잊고 10월에 만개한 벚나무 위에 잠든 소년(시로)와 그런 소년을 찾아다니는 소녀(유리)와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화가 에모사쿠. 이런, 그야말로 순정만화 다운 상황이 후지타 타카미답다고 할까요. 여하튼 시로도 유리도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꽃이 채 지기도 전에, 인접한 시마바라에서 봉기가 일어납니다.
뭐, 장난꾸러기 소년이 반란의 선봉이 되어서 그렇고 저런 이야기들은 상상에 맡기고.

결론적으로 하라성(原城 별칭 하루죠春城)에 입성해서 농성하던 3만 7천 명은 이듬해 3월 1일 진짜 봄을 기다리지 못하고 전멸합니다. 일본에서 이교도였던 그들은 (자신들이 같은 종파라고 생각했던) 서양인의 눈에도 역시 사도(邪道)였습니다. 신의 아이라 불렸지만 아마쿠사 시로는 결코 천국으로 갈 수 없는 죄에 물듭니다. 이 이야기는, 그것이 시마바라의 비극이라고 조용히 규탄합니다.

맞아, 나는 순교할 수 없어. 이대로 천국에 간다면, 천국에 끌려간다면 두 번 다시 시로와 만날 수 없는걸…

그렇게 절벽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유리도,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싸우던 아라타의 허무도, 불길 속에서 괴로웠던 생의 마지막을 조용히 기다리던 시로의 마지막 절규도, 유다가 되어 살아남은 에모사쿠의 연민도.
꽃이 피고 지는 것만큼 짧고, 덧없어서 숨이 막힙니다.

후지타 타카미의 만화를 모르던 시절에 나는 그녀가 그리는 세계는 코노하라 나리세의 [HOME]같은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건 어떤 의미에선 꽤 맞아떨어져요. 그런데 이따금 그보단 [WELL]이었단 생각을 합니다.
후지타 타카미는 제가 보는 만화 중 드물게 '보통 순정만화'를 그리는 사람인데, 그게 전혀 가벼운 느낌이 안 듭니다. 알콩달콩한 이야기도 많은데 말이죠. 결국 그 엉성한 그림의 여백에 압도당합니다.
이 끝없이 찝찝한 뒷맛을 누가 책임질 겁니까.
가장 싫은 건 이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펑펑 울어버린 나.... 또 자신의 취향을 저주 중입니다. 이로써 후지타 타카미 내 안의 베스트자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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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2 01:31 2008/05/12 01:31
Posted by 유우

잠자는 공주님의 관 : 후지타 타카미 (「나비에게 물어보렴」 중에서)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4/0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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蝶々に聞いてごらん : 藤田貴美 (幻冬舎 / 2004年10月)
 ───「眠り姫の棺」

같은 대학의 동기인 신타니와 사쿠라는 가족들도 헷갈릴 정도로 뒷모습이 똑 닮았다. 신타니의 여동생이자 사쿠라의 여자친구인 마유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
기면증이 처음 나타난 건 4년 전 화재로 부모님을 잃고 나서.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났던 건 작년, 신타니의 여자친구 아야카가 누군가에게 떠밀려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을 때.
그 후 줄곧 괜찮았던 증세가 사쿠라의 등장으로 다시 일어난다. 이유도 없이 잠드는 마유와, 그런 마유를 병적으로 감시하려 드는 신타니. 그리고 마유를 도와주고 싶은 사쿠라.



후지타 타카미의 단편집 [나비에게 물어보렴]에 실린 두 번째 단편. 표지가 그럴 듯해서 대체 어떤 음산(?!)한 내용인가 했는데 표제작 [나비~]는 아주 귀엽고 상큼했습니다. 대신 다른 두 단편이 나락. 마지막 단편 [BAD MEDICINE]은 또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소녀적 배덕의 단편(의미불명?)이라 패스하고. 인상 깊었던 [잠자는 공주의 관]에 대한 코멘트 몇 가지.
대충 줄거리를 적어보았습니다만, 감이 오시는지요? 근친입니다. 샤라라~(웃음)
너무 오랜만이라 제 감은 완전히 녹슬어서 마지막에 그렇고 그런 이야기였단 걸 알고 잠깐 기겁했습니다.
분위기가 어쩐지 모치즈키 카린의 [진흙탕의 아이들]을 생각나게 하는데, [진흙탕~]의 경우 너무 강렬함을 담으려고 해서 저로선 조금 소화불량이었습니다. [잠자는 공주~]는 음, 약간 소화불량인 부분도 있지만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거기에 플러스 점수를 조금.

확실히 요즘 취향이 좀 유해진 부분이 있어서, 너무 강렬한 불행의 기운은 좀 무섭다고 할까요. 제 안의 이상적인 남매는 우루시바라 유키의 [Mar·man] 같은 조용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게 남매가 아니라 모자관계였다면 제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취향에 잠깐 우울.

어차피 장르가 근친이란 걸 밝혔으니 내용을 전부 밝혀버리자면, 집착하는 듯이 보였던 오빠는 사실 여동생의 집착의 거미줄에 걸린 희생양, 이란 게 반전.
아야카가 사고당하던 날 근처에 잠들어 있던 여동생, 화재가 나던 밤 불길에서 냉정하게 자신을 끌고 밖에 나왔던 여동생. 남매가 단둘만 남은 게 기쁘다는 듯이 희미하게 웃던 여동생. 그 공포감, 그 사랑스러움. 이미 망가져 버린 두 사람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사쿠라의 절망감.
그런 것들이 후지타 타카미의 공백 많은 그림과 그럴싸하게 어우러집니다. 역시 여자는 무섭네요.


"전부 나를 위해 한 거야. 단지 나랑 단둘이 되고 싶어서. 방법은 틀렸지, 미친 짓이야. 어리석어. 하지만 사랑스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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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9 20:41 2008/04/09 20:41
Posted by 유우

주인님에게 달콤한 사과과자 : 후지타 타카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4/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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ご主人様に甘いりんごのお菓子 : 藤田貴美 (幻冬舎 / 2002年04月)
ご主人様に甘いりんごのお菓子2 : 藤田貴美 (幻冬舎 / 2007年08月)

일하다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꾸리기 위해 산속에 있는 저택의 메이드로 가게 된 애플비. 괴팍하기로 소문난 수수께끼의 저택주인은, 병약하고 신경질적인 달콤한 디저트를 식사 대신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청년. 하지만 가난한 생활에 제대로 오븐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애플비는 파이를 굽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언제나 대실패)하는 나날. 티격태격하면서도 각자의 리듬에 익숙해져 가는 두 사람, 그런 어느 날 애플비의 여동생이 위독하다는 연락이 오는데..


제목이 그럴싸한 단편집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와 후속작이 시간 차가 꽤 남에도 그림의 차이는 별로 없는 점이 묘하게 기쁜 책.(웃음) 지금까지 후지타 타카미는 코노하라 나리세 소설의 삽화로만 접해왔기 때문에 어떤 만화를 그릴지 전혀 상상도 가지 않는 시점에서의 도전이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삽화에서 봤던 이미지 그대로의 만화였습니다. 삽화건 만화건 그 엉성하고 허여멀거한 그림으로,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음울한 그런 색색의 단편집이었습니다.

표제작인 [주인님에게 달콤한 사과과자]는 제목과 표지에서 풍기는 대로 코믹 로맨스(?), 병약하고 신경질적인 젊은 주인님과 굴하지 않는 쾌활한 메이드 아가씨의 시끄러운 하루하루를 그립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감초역할인 집사아저씨♥ 표지에도 잘 보시면 숨어있습니다.(웃음)

전형적이긴 하지만 역시 메이드로망이랄까.(혹은 젊은 주인 쪽이 로망인가) 오랜만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네요. 같이 실린 단편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제각각이지만.
실린 단편 중에 백합풍인 게 두 개 정도. 전 백합 쪽은 좋아하지 않아서 얼른 읽고 넘기긴 했지만, 뭐 이런 것도 10대의 풍미라고 해야하나. 단편의 느낌은 제각각이지만 다 합쳐서 오토메풍이라고 하는 게 이 작가에겐 어울릴지도요.

가장 좋았던 건 역시 표제작이었고, 그 다음은 첫 번째 권에 실린 [651의 BLUE]와 두 번째 권에 실린 [영구애인]. 둘 다 모럴도 위험하고 내용도 위험합니다만. [영구애인]은 제목부터 끌려서 대체 어떤 위태로운 이야긴가 했는데, 마지막에 허를 찔렸습니다. 그러고보니 [연인]이 아니라 [애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도 좋아할 예정인 작가. 실은 이미 이 작가 책을 잔뜩 주문해 놓은 뒤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같이 좋아해 주실 분도 모집 중.

(그림출처 : 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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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3 00:26 2008/04/03 00:26
Posted by 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