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레몬, 가지이 모토지로, Candied Lemon Peel

Under 근로 삼매/불법 잡기(번역하고 찍고 만듦)   Posted @2010/01/30 22:41

아버지가 가지이 모토지로의 팬인 데다
실은 여자애를 원했단다

취업하지 않고 프리라이터가 된 건 면접에서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과
펜네임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람도 아닌데 소개팅 자리에선 웃음 거리가 되고
여장이 취미인 변태 녀석에게는 '귀여워' 따위의 소리를 들어서
대체 뭐가 즐겁겠냐.

이름!
이름!
이름!!

"미안하지만 검문이라 면허증 좀 보여 주세요."

젠장!!

"에..이름이..이도..레몬..씨? 풉"
"그런데 뭐가 잘못됐습니까!?"

제기랄!!!!

─〈Candied Lemon Peel〉, 야마시타 토모코


레몬(檸檬)

가지이 모토지로(梶井基次郎) 지음
유우(saeyue@hanmail.net) 옮김


정체 모를 불길한 응어리가 마음을 종일 짓누른다. 초조라고 해야 할지, 혐오라고 해야 할지─술을 마시고 나면 숙취가 남듯이 매일같이 술을 마시면 오래도록 숙취에 시달리게 되어 있다. 그것이 왔다. 이게 아주 몹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얻은 결핵이나 신경 쇠약이 문제가 아니다. 등골이 빠질 듯한 빚 따위가 문제인 것도 아니다. 몹쓸 것은 불길한 응어리다. 예전에 나를 기쁘게 했던 아름다운 음악, 훌륭한 시구, 그 어떤 것도 견딜 수 없었다.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일부러 발걸음을 했음에도 두세 소절 만에 불쑥 일어나고 싶어진다. 무엇인가가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종 거리에서 거리를 떠돌았다.
어째서인지 그 시절 나는 볼품없고 아름다운 것에 크게 마음이 끌렸다. 풍경 중에서도 허물어져 가는 마을이라든지, 그 마을에서도 찬바람 부는 큰길보다 친근함이 느껴지는, 더러운 빨래가 널려 있거나 잡동사니가 굴러다닌다거나 지저분한 집 안이 들여다보이거나 하는 뒷골목이 좋았다. 비바람이 좀먹어 이윽고 땅으로 환원될 듯한 느낌의 거리, 토담이 허물어졌거나 집들이 기울어졌거나─식물만이 기세 좋게 쭉 뻗어, 이따금 깜짝 놀랄 만큼 훌륭한 해바라기니 홍초가 피어 있는 그곳이 좋았다. ……

<이하 아래 파일로>



파일의 수정 및 이동을 금지합니다.
(2010-02-02 파일을 jpg에서 pdf로 수정했습니다. 폰트는 산돌명조L입니다.
파일이 이상하거나 폰트가 깨지면 댓글에 알려주세요.)



여러분, 서점에서 이런 짓하면 혼납니다.
진짭니다.
제가 혼낼 겁니다.

'내'가 저런 못된 장난을 한 서점 마루젠 교토 가와라마치점은 아쉽게도 2005년에 폐점했다고 합니다.
그 전에 가 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가지이 모토지로는, 20세기 초반의 작가로 워낙 일찍 죽는 바람에 남긴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문학사적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습니다만...솔직히 그런 졸리운 부분은 제 알 바가 아닙니다.
저는 이 사람의 글이 무척 발랄해서 좋아요.
대부분이 소설이라기보다 거의 일기 같은 느낌인데, 묘하게 말투에 소년 같은 장난끼가 느껴져서 재밌습니다.
실제 인물이 그렇게 발랄했는지는 모르겠지만.(폐병으로 요절한 사람이 발랄했을 것 같지는 않군요;)
..혹시 이 사람 문장이 발랄하다고 느끼는 거 혹시 저 뿐인가요=.= 아니죠? 아니죠? 아닐 겁니다.. 아니려나.


더불어 이 작품, 〈레몬〉은 소화 출판사에서 이강민 님 번역으로 정식 한국어판이 나와 있습니다.
번역도 훌륭하고 해설도 붙어 있고 가지이 모토지로의 다른 소설도 실려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서점으로 고고씽.
'가지'라고 읽을지, '가지이'라고 읽을지 고민했습니다만, 위의 책도 있고 아직 가지이라고 읽는 분이 많은 듯하여 최종적으로 가지이로 옮겼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폭죽 이름중에 '中山寺の星下り' 말인데요.
위의 책에는 '주산지의 호시구다리'로 되어 있습니다. 영어판도 그렇게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정확한 요미가 있으면 좋을 텐데, 일단 수정하지 않고 그냥 '나카야마데라의 별똥별'로.. 이런 식으로 오역이 탄생하는 겁니다, 여러분. 후훗.


집에 마침 언니가 레몬차가 마시고 싶다며 만들어 놓고 마음에 안 들었는지 버려둔 레몬 절임이 한 통 있어,
레몬을 아득아득 씹어먹으며 번역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레몬도 막 먹었는데, 이제 그런 짓은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레몬은 좋아합니다.


쉬운 말로 풀어 쓸 수 있으면 어려운 한자는 쓰지 않는 게 옳은 번역입니다만,
작품의 분위기상 한자를 살리는 방향으로 했습니다.
워낙 문장이 분열적이라서 완전히 풀어서 옮기고 싶은 문장도 있었지만 역시 가급적 원문에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이것 때문에 아들 이름을 '레몬'으로 지은 겁니까, 아버니임!
남자 이름이(그것도 야쿠자처럼 생긴 건장한 남자 이름이) 레몬인 것도 심란하지만,
폐병으로 다 죽어 가는 사람의 하루를 그린 소설 제목을 자식 이름에 붙이는 것도 심란하네요.
레몬 군 화이팅=ㅅ=

다음 작품은 (아마도) 오카모토 기도의 〈黄八丈の小袖〉.


가지이 모토지로(1901-1932), 첫 작품집 《레몬》 간행 이듬해 폐결핵으로 영면. 향년 3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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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0 22:41 2010/01/30 22:41
Posted by 유우

Yes, It's Me : 야마시타 토모코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9/25 17:27

누구나가 뒤돌아본다.
아아, 부러워.

다른 사람들이.

"젠장 나를 돌아볼 수 있다니 미치도록 부럽다고. 나도 나랑 길에서 마주쳐서 뚫어져라 보고 싶어. 어째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은 거야!"

-<Yes, It's You>


미치도록 웃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경우를 한번도 당한 적 없는 나르시스트 남자의 이야기.
그렇다고 재수가 없다거나 한 건 아니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보?(..)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텐넨 캐릭터예요.

앞서 나온 신간 두 권에 철저히 실망하고 나가떨어져 있어서
이번 책이 평균점이라 해도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는데, 설마 개그 단편집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대놓고 개그더라고요… 광고 문구부터.

에로는 전무하니 그쪽(?)을 찾는 분은 패스하셔도 되고요.
저는 밝고 반짝반짝해서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무거운 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역시 야마시타 토모코는 야마시타 토모코의 개그 센스가 빛을 발하는 이야기가 좋네요.
한마디 한마디가 사랑스럽습니다.

한 가지 불만인 점은 미묘하게 그림이 예뻐..진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무난해지고 있네요?
'못난 그림'의 카테고리에서 점점 빠져 나오고 있달까. 첫 번째 단편의 주인공은 무려 귀여움.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ㅜㅠ 당신은 모든 캐릭터의 야쿠자화가 매력인데ㅜㅠ


덧1)초판에는 페이퍼를 끼워 준다니 사실 뿐은 빨리 사셔요>_<(별 내용은 없습니다;)

덧2)후기를 보니 야마시타 토모코가 미대 출신이란 이야기가 얼핏 나오는데, 시스털님께 책을 보여 주면서 '이 작가 미대 출신이래'라고 말했더니 냉정하게 한마디.
"뭐? (그림 안 그리고) 조각(만) 했대?"

....우리 언니지만 너무 좋다ㅜㅠ 으하하하하하하핫.
뭐, 인체 비율이 이상하고 그런 건 아니니까;; 그냥 얼굴이 야쿠자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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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5 17:27 2009/09/25 17:27
Posted by 유우

야마시타 토모코 신작 두 권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9/14 17:40

<Love, Hate, Love> / <Mo' Some Sting>

결국 제가 좋아하는 건 위선적인 이야기예요.
하기야 어떤 이야기가 위선적이지 않겠습니까만은.

위선적인 이야기가 울리는 감동의 끝자락을 찾는 게 좋아요.
위선이란 걸 알지만 위로받는 순간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 위선이다'라고 생각하면(자각하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디 엔드.
이야기 속에서 튕겨져 나온 저는 멀뚱거니 이야기 밖에서 위선을 봅니다.
더 이상 이해의 범주 내에 있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좇으며 토할 것 같은 현기증을 느낍니다.


야마시타 토모코의 만화가 처음부터 100점이었던 건 아닙니다.
<주점 아키라>는 재밌었지요. 재밌지만 크게 마음을 울렸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 이 사람이 100점짜리로 과대포장되고 만 걸까요. 어쩌면 잘못은 그렇게 멋대로 평가를 부풀린 나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히 야마시타 토모코의 몇 작품은 100점 그 이상의 빛을 발하고,
그녀의 센스는 숨은 대사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줍니다.

하지만 저는 기어코 이번 두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아, 위선이다.
사랑이 야쿠자를 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잖아요? 사랑으로 뭐든 이루어지면 그건 다 위선입니다.

아, 위선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가슴을 뛰게 했던 대사들이 무의미하고 무질서한 말의 나열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보았던 대사를 좀 더 포장해서 나열했을 뿐인 거짓말 상자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어쩌면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저는 이제와서 야마시타 토모코를 버릴 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나온 <장미 폭탄> 드라마CD는 정말 너무 좋았고요. 아마 앞으로 나올 것들도 기대해도 좋겠지요. 아주 조금 거리를 두고 돌아볼 때인 것 같아요. 아주 조금. 그래도 너무 멀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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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4 17:40 2009/09/14 17:40
Posted by 유우

何食ったらそんなモテんの

Under 취향 고찰/말을 이야기함   Posted @2009/09/11 23:47

정말 오랜만에 <주점 아키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지금과 전혀 변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무언가 낯선 새파란 신인 야마시타 토모코.
지금은 너무 다작을 해서 점점 클리셰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는데,
간만에 초기작을 보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드라마CD를 너무 들어서 만화를 보는데 내가 그림으로 보는 건지 귀로 듣는 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야마시타 토모코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CD가 언제나 높은 질을 유지한 건
원작에 충실한 연출과 절묘한 캐스팅의 힘이 컸지만 무엇보다 야마시타 토모코의 작품 스타일이 시각보다는 청각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눈으로 쫓을 때는 들어오지 않았던 작은 대사들이 소리로 들으면 꾹꾹 사람 마음을 찌릅니다.

주점 아키라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이거예요.


"뭘 먹어서 그렇게 인기가 있는 거야?"
"쌀이요."

'쌀이요'라고 말하는 그 시크함이야말로 야마시타 토모코답지 않나요?



뭐랄까, 대부분 금요일에는 늘 그렇지만, 나도 조금은 쿨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밤입니다.
최근에 자기에게 초조해진 것 같아요. 천천히 꾹꾹 나아가야 할 텐데. 쌀밥이라도 먹으면서.



덧)야마시타 누나 신간 두 권이 왔는데, 정말이지 책을 펼칠 용기가 안 나네요.
남자도 못 그리는데 여자는 더 못 그리는…(웃음). 무난한 순정 만화로 빠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단 읽어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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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23:47 2009/09/11 23:47
Posted by 유우

토요일은 광란,

Under 감상의 늪/잡다한 것들   Posted @2009/07/27 09:48

언제 감상을 쓸 시간이 날지 알 수 없으니 우선 이 말만.


나카무라 아스미코 신작 <Double Mints> 대박ㅜㅠ
<동급생>의 순수한 콩닥콩닥을 원하시면 약간 움찔할 수도 있지만, 금방 극복 가능합니다. 콩닥콩닥계인 것은 확실하고요. 여하튼 살까말까 고민중이라면 지르시라는. 이 작품에 관심도 없고 나카무라 아스미코도 모르지만, <리오우>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보시라는.(이유는 없습니다=.=)


야마시타 토모코 <쥬뗌므 카페 느와르>
제목이 저렇지만, 표지도 그렇지만, 여전히 야마시타 토모코. 아, 콩닥콩닥.


야마시타 토모코 드라마CD
<사랑 이야기가 하고 싶어> 별 기대 안 했고, 역시 그냥 그랬는데 마지막 나레이션에 무너졌습니다.으아아..ㅠㅠ 프리토크도 좋았습니다.(무사히 초회특전 받았음) 개인적으로는 번외편도 해 주길 원했는데 본편뿐이라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사랑..폭탄>(멋대로 부르고 있음)도 드라마CD화 된다고. 에피소드 세 개인데 캐스팅이 세 명인 걸 보니 돌아가면서 하는 듯. 아는 사람이 유사 코지밖에 없는 나;;; 어쨌든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하므로 이번에도 사겠지만... ..... <터키 아침>(멋대로 부르고 있음 2)은 정녕 따로 노는 존재인가ㅠㅠ 페이퍼에도 없었고, 당연 드라마CD에서도 빠졌다. 이거 나레이션 소리로 들으면 죽을 것 같은데, 엉엉.





-토요일은 무사 도착한 EMS와 함께 광란의 하루.(웃음) 조만간 상세 리뷰를 올릴 수 있기를.ㅜㅠ(올리게 되면 이 게시는 폭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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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09:48 2009/07/27 09:48
Posted by 유우

The turquoise morning (「장미의 눈동자는 폭탄」중에서) : 야마시타 토모코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1/15 21:21

네타가 작렬하는 줄거리




'사바흐'는 아침이란 의미라고 합니다.
제목의 <The turquoise morning>은 사바흐를 의미하고, 또 푸른 눈의 제드를 의미하고, 찬란한 이 이야기 자체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억측을 해 봅니다.

찬란한 제목과는 대조적으로 온통 먹칠과 푸석함으로 점철된 단편입니다.
새카만 프레임 안에 대사 없는 컷들.
마치 카메라가 담은 말 없는 장면들처럼. 움직임 없는 장면들처럼.

24페이지의 단편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하츠 아키코의 <9개의 밤의 문>이었습니다.
하츠 아키코 만화는 성공률이 반반인데, 그래도 나는 이 사람 만화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9개의 밤의 문>이란 단편이 있기 때문이죠. 아마도 야마시타 토모코 역시 나는 앞으로 어떤 실망을 하더라도 버릴 수는 없을 겁니다. <The turquoise morning>이 있는 한은.

이런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하츠 아키코의 <9개의 밤의 문>이 그렇고,  카타야마 슈의 <노래하는 달>이 그렇고, 우루시바라 유키의 <Mar·man>이 그렇습니다. 가끔은 한 대사, 한 장면 때문에 좋아하는 작품 같은 것도 있고요.

각자 책을 읽는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책(만화책이든 소설이든 전혀 엉뚱한 분야의 책이든)을 읽는 목적은 이겁니다. 마음에 남는 대사를 찾기 위해서죠. 궁극적으론 나에게 가장 맞는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그런 건 정말 세상을 백만 번 살면 한 번쯤 오는 기적인지라, 여기저기서 비슷한 냄새가 나는 문장을 이리저리 굴려 보며 찾고 있습니다. 제겐 이게 바둑에서 말하는 신의 한 수(웃음!) 같은 거예요.


저는 결코 슬픈 결말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아닙니다. 오히려 꺼리는 편이죠. 하지만 아마도 절망에서 조금 빗겨난 곳, 질서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광기라는 이름의 행복(질서 안에 있는 사람에겐 명백히 불행으로 보이는 행복)에 매료됨이 사실입니다. 현실에선 결코 없을, 혹은 '인간'인 상태론 결코 맛볼 수 없는 황홀경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겠습니다.

첫눈에 반해서, 그토록 열망하던 사람의 죽음을 확인한 제드의 그 고통스러운 행복이 북받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아름답지 않았나요? 이것은 '아름다운 결말'일 망정 '슬픈 결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드가 짊어져야 할 저주도, 그 순간 사바흐의 작은 애정의 조각을 손에 넣은 것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나는 절대로 살 수 없는 그런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동경.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겁쟁이인 나는 결코 택하지 않을 길. 그러니까 동경할 수 있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거겠지요. 그것은 오만입니다. 그래도 나는 조금 부럽습니다. <망량의 상자>에서 누군가가 그랬듯이.


>이프리터를 '여신'이라고 했는데, 원문에도 '여귀신'이라고 나와 있듯이 사실은 '마인'이라 말해야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동의 어느 나라라고 나오지 않았지만 아프가니스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사건인지 명확히 표기되지 않은 '무시무시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 2001년 9월이니까요. 누구를 미워하면 되느냐고 울부짖는 사바흐의 모습에서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애도하는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이 소설, 결국 나오키 상 받았더군요. 받을 거라고 생각은..했다만. 여하튼 여기서 할 소린 아니지만 수상 축하드립니다, 덴도 아라타 씨. ...그 정신병자 같은 소설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아랍 특집으로 이걸 그렸다는 사실이 더 마음에 듭니다. 그래, 아랍엔 왕자님이니 석유 부자니 하는 녀석들만 있는 게 아니었어ㅜㅠ 정말 이제 그런 폭군에게 밑도 끝도 없이 잡혀가는 일본인(;;) 따위 싫다. 뻔하디뻔한 소재로 어딘가 약간 어긋난 이야기를 그리는 사람은 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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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5 21:21 2009/01/15 21:21
Posted by 유우

백만 년만에 성우 잡담

Under 감상의 늪/영상과 공연과 소리   Posted @2008/12/25 23:16

트리를 보고도 감동하지 않고, 세상에서 캐롤이란 음악이 몹시 귀에 거슬리는 인간입니다만,
일단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라 올해도 집에서 혼자 집을 보고 있... ....(각혈)


제이드 보이스 2009 신년 이벤트 1,2부 다 가게 되었습니다. 두 분의 토모카즈 님의 보우하사 P석 강림.
입금 완료. 따로 따로 9만원 씩이랄 땐 별 느낌이 없었는데 두 자리를 입금하고 나니 왜 허리가 휘청이는 걸까요o<-<


★★
크리스마스 새벽을 <폭풍우 치는 밤에>로 맞이했습니다.
솔직히 애니메이션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지루해서 45%는 보고 55%는 졸았던 트라우마 때문에 드라마CD는 안 듣고 있었거든요. 아, 그런데 진짜 이시다 아키라 상은 너무 염소 같았음T_T 어떻게 인간의 목소리로 이렇게 염소 같단 말입니까?(칭찬입니다!)
히라타 상의 천연덕스러움 늑대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근데 애니에선 해피 엔딩이었죠? 자다 꿈을 꾼건지 모르겠지만, 애니 엔딩은 다 같이 아하하- 한 느낌이어서 끝까지 벙쪄있었는데.. ... 아, 그렇군요, 원래는 이런 내용이었군요T_T
설마설마 하는데 나레이션으로 '나키가라' 운운 나오는 건 좀. 그렇게 꿈과 희망을 앗아가도 되는 건가.
이 이야기의 교훈은 "친구 잘못 사귀면 안 된다"...?(..)

여하튼 히라타 상 만만세의 기분으로, 역시 받아만 두고 방치했던 <망량의 상자>를 조금 보았습니다.
같은 목소리인데 이 인격의 차이는 뭐야?! 방금 전까지 귀여운 소릴 하던 상냥한 늑대 오빠는 어디로 가고 미운 말만 하는 장광설 아저씨가T_T 엥엥엥.(그래도 좋기야 하지만;) 근데 전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요.

유즈키 요코(망량의 상자)의 목소리가 요코 님(십이국기)!? 한자도 같아요, 훗.. 요코 님이 그리워지는 크리스마스입니다. <히쇼의 새>라도 다시 읽을까 봐요. 요코 님, 요코 님, 요코 님..


★★★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급하게 찍었더니 CD가 마구 뒤집혀 있군요;;;)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 도착~ 전 크리스마스 선물은 제 돈으로 직접 사고 있습니다ㆀ
자기 선물로 100달러나 쓰는 나는 제정신이냐. 환율 따위, 환율 따위 조금 무섭다!T_T(지난 달에 bk1에서 책 5권 샀는데 11만원 나왔다능. 이번엔 20만원 안으로 나오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겠음ㆀ)

왼쪽 사진/좌측 하단 : Voice Calender -Story of 365 days- chapter.SPADE
양세기에 이어 정말 일본은 아이디어 하나는 끝내 주네요. 네 종류의 카드 당 세 명의 성우가 3개월 분량의 달력을 코멘트와 함께 읊어 주는 CD. 대본 쓴 사람에겐 박카스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
각오는 했지만 제대로 쓸데없는 CD입니다o<-< 스기타 군은 이상한 캐릭터로 정착을 한 건가(웃음)
10월 12일 두유의 날(;;) 나카이 상의 멘트를 듣고 나도 이제 두유를 마셔 볼까 진심으로 고민했습니다 -.-;; 아저씨가 먹으라면 먹겠어요, 훗훗.
9월~12월 달력이라 연말 분위기에 그럴싸합니다. 히힛.

왼쪽 사진/상단 : 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
드디어 나왔습니다. 히라카와 상 도M CD.(웃음) 사실 이번엔 노지마 형님이 나오지 않아서 살 의욕이 좀 꺾이긴 했지만, 어쨌든 샀습니다. 히라카와 상 도M 연기 역시 좋았고요.(웃음) 역시 저는 <It's my chocolate>이 좋았습니다. 성우진으로만 보면 <Fool 4 You>가 좋지만, 이건 내용에 제가 좀 꺼리는 소재가 포함되어 있어서. 하지만 스기타 군의 바보 연기는 좋았..정말 스기타 군, 이런 캐릭터로 굳은 거야T_T?
초회특전으로 붙은 프리토크 CD가 어째 아저씨 텐션이라 놀랐습니다. 작렬하는 시모네타. 스기타 군 요즘 하는 바보짓은 샀던 에로 잡지 또 사기;; 중복해서 산 에로 잡지는 친구네 집에 가서 몰래 책장에 꽂아 놓고 온다고..;;; ;;; ;;;;;;;; 정말 그런 캐릭터인 거니? 흑.

왼족 사진/우측 하단 : 게공선
"사와키, 이게 나라인가. 나라는 누구를 위해 있는 거지?"
"부자를 위해 있는 모양이군."

왔닷. 명작 시리즈(;) 한국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근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큰축중 하나인 유명한 작품입니다.(올 여름에 한국어판도 나왔으니,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일독을! 실은 저도 아직 카트에만 담겨 있습니다만^^; 일본웹을 뒤지시면 원본은 그냥 보실 수 있습니다.) 전전 일본 근대 소설은 흥미가 있기도 했고, 낭독 CD가 아니라 드라마 형식이라 듣기에 편했습니다. 저 음산한 자켓은 야마시타 토모코 누님 작. 멋져요//
나카이 상 출현은 그다지 많진 않았지만 앞뒤 나레이션을 맡으셨습니다. 처음에 '워킹푸어 시대~'로 시작해서 물 한번 뿜었지만^^;; 시대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는 역시 좋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지옥이란 걸 알지만 또 다시 배를 탈 수밖에 없는 그들이 인상적입니다.
과연 크리스마스에 들을 만한 이야기인지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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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5 23:16 2008/12/25 23:16
Posted by 유우

일루미나시온 : 야마시타 토모코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10/13 21:19

사용자 삽입 이미지
イルミナシオン :ヤマシタ トモコ (宙出版 / 2008年 8月)

  스도 키요토시 24세 남자
  바텐더
  취미 TV게임
  사람과 쉽게 사귀는 편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않음.


 세상은 나에게만 누구와도 관계를 맺어주지 않는다.
 인연을 주지 않는다. 나만 두고 나아간다.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세상에서 나만 죽을 때까지 외톨이일 리도 없는데'

 고독이 메워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않는다.
 세상이 나를 거부한다.

 -<일루미나시온> 스도 편


눈에서 광선 나오겠습니다. 이 무슨, 울트라맨 가면을 쓴 것 같은 얼굴-.- 어머니께서 보시고 잠시 비웃으셨습니다.(..) 야마시타 누나에게 그림 예뻐지라곤 바라지 않는데(모든 캐릭터의 야쿠자스러움이 누나의 매력!) 표지가 이러니까 촘 부끄럽긴 하네요. ...

각설하고.
누나의 8월 신작인데 여기저기의 농간 때문에 10월에 받아 본 심정은 뼈 아픕니다. 다음 작품은 그냥 bk1이나 망가오를 이용할까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나의 폭주를 막아주는 저 아름다운 환율)

각오는 했지만 이번에도. 랄까, 이번엔 정말 전부 이야기가 모노톤이군요. 아주 갑갑합니다. 우정 이상 사랑 미만도 아니고, 그냥 스치고 지나치는 인연?-.- 꽤 긴 표제작은 끝내 어떤 안식도 없고, 세 사람은 엇갈리고. 말은 통하는데 마음은 통하지 않는 이 미묘함은 뭐란 말입니까. 반칙도 이런 반칙이 있나.

야마시타 누나 캐릭터 중엔 유난히 어둡고 외곬인데 (도)M이기까지한 녀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이 누나 자신은 분명 도S-_- 그리고 이 누나를 좋아하는 팬은 다 M(자폭발언)

위에서 살짝 말했듯이 표제작 [일루미나시온]은 세 사람의 엇갈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각자 고독하고, 각자 상처받고, 각자 사랑하는 얘기. 그중에 개밥의 도토리 같은 스도가 참 제 타입입니다. 세상이 자길 거부한다니 사춘기냐. 이런 수치 캐릭터가 좋은 나는 나대로 부끄럽네요.

사실 표제작보다 [ばらといばらとばらばらのばらん](제목 해설 불가. 장미와 가시와 엉망진창 투당투당...? -_-;;;)가 제가 좋아하는 야마시타 토모코 만화입니다. 어느 정도 이렇게 개그페이스가 깔려야 좋거든요. 전 정말 밝고 명랑하고 바보 같은 이야기가 보고 싶은 거거든요. 야마시타 누나 그래서 좋아하는 거거든요T_T
아무래도 장르가 BL이니 자주 나오는 건 아니지만 야마시타 토모코 만화의 여자 캐릭터는 강해서 좋습니다. 남자 때문에는 울지 않지만, 우정 때문엔 울어 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굳이 BL이 아니더라도 청년지 쪽에 연재해도 꽤 괜찮을 것 같아요.(비록 옛날에 한번 실패했지만) 물론 BL 많이 나와주고 바람직한 드라마CD 많이 내주면 저는 좋습니다. 제 지갑은 웁니다.

기본 제 취향이 [장미와 가시~]라면, 숨기고 싶지만 제 본성이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역시 [신의 이름은 밤] 같은 스타일일까요. 그림이 꽤 고전이다 했더니 오래전 작품인 모양. 그림만 야쿠자가 아니라 진짜 야쿠자가 나오는 능욕(?!)과 집착의 단편-.- 아무리 칙칙해도 두 사람 다 서로 좋아하는 게 느껴지니 우키우키와쿠와쿠이지 않겠습니까.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보단 낫지요. 엉엉.



> 본편이야 어찌 되었든 그 뒷이야기들이 언제나처럼 유쾌발랄이니 너무 좋습니다. 그 우울한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 버리나T_T

> 작가 후기에 [죽으면 장례식도 묘도 없이 기억에서도 지워져 버리길 바라는 인종(派). 혹은 장례식 대신 생일 파티를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함]이란 말이 있습니다. 생일 파티는 좀 그렇지만, 앞의 말들은 저도 종종 하는 생각이라. 이런 데서 무한 공감. 누나의 사고방식은 어두운 건지 유쾌한 건지 종잡을 수 없음.

> 카타가나를 기준으로 [일루미나시온]이라고 했는데, 정작 표지에는 [illumination]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음? 뭐가 말하고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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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3 21:19 2008/10/13 21:19
Posted by 유우

2008년 만화 (1)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9/29 01:06

새로 읽기도, 리뷰 쓰기도 귀찮으니까 하는 뻘짓.
2008년에 읽은 만화 중에 몇 권 골라봤습니다. 2008년에 나온 책이 아니라, 그저 제가 2008년에 본 만화-.- 일어판 기준. 한국어판은 정확히 나왔는지 잘.. 거의 안 나왔을 것 같기도.(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외로울 리 없습니다T_T) 근래에 다시 한국어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어판으로 사기는 좀 망설여지는 책을 몇 권 사봤는데, 역시 일어판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아하하! 근데 한국어판 만화책 너무 비싸요T-T
리뷰를 썼던 건 제목에 링크 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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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T> : 후지타 타카미


제 안의 "올해의 책"은 소설 범위에서만 고르는 게 나름의 철칙이었는데, 올해 폭풍 같은 작품과 만나지 않는 한 이 만화가 "올해의 책"이 될 것만 같은 예감. 후지타 타카미 책은 다 좋아합니다만(얼마 전에 리뷰 쓴 [붉은 군집]도 끝내줬고요;ㅁ;) [exit]는 정말 주옥같네요. 연재 예고만 살짝살짝 보니 역시 한계에 부딪혀서 갈등단계에 접어든 모양이지만. 그 청춘, 청춘, 청춘의 향연.

음악에도 밴드에도 연예계에도 관심은 없지만, 캐릭터 각자가 가진 꿈들이 마음에 와서 부딪힙니다. 좌절하고 갈망하고 망가져 가는 것들의 아름다움. ...진짜 탐미 작가는 여기 있어요T_T




<꽃과 늑대의 제국> : TEAM D.O.C(야마시타 토모미&후지타 타카미)

두 작가가 공동으로 그린 2차대전 즈음(정확히 발발 직전인지 발발 후인지 기억이 안 나네요=.=)의 독일을 배경으로, 反나치 저항조직 [백장미]에 대한 만화. 4권까지 나오고, 5권은 동인지로 나왔다는 전설의 작품입니다. 작가들 스스로 종결선언을 해서 더는 뒷권이 나올 가능성 제로. 당시 페이퍼로 예정했던 전개를 다 밝혔다는데 그런 걸 구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절판된 1~4권을 구하는 걸로도 저는 진을 뺐습니다. 4권까진 HLC(학센샤 레이디 코믹스)에서 나왔는데, 사실 이런 시리즈가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학센샤하면 떠오르는 그 단행본 느낌과는 전혀 달라서 처음엔 같은 회사 책이라고 안 믿었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 좀 힘들었던 부분도 있고, 4권으로 가면 허술하게 그린 것도 티가 나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 아, 뭐랄까 미완결 작품에 대한 애증? 소재는 꽤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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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 - 난세열화담> 시모무라 후미


이렇게 그림과 내용이 어울리는 만화를 만나면 기운이 쭉쭉 빠집니다. 명작이란 말밖에 할 말이 없군요.
시모무라 후미 씨 작품은 그림만큼이나 멋집니다. 이런 멋진 작품을 그릴 수 있는 분이, 요즘은 그런 작품[..] 삽화만...(눈물) ...... 어울리니까 무섭지만요. 개인적으론 만화활동을 해 주셨으면 좋겠지만, 다른 일을 하고 계시니.....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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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00~Ultra Black~> 키사라기 요시노리


최근 두 달간 제 안의 최고 히트작. 정말 여기에 모에하느라 다른 데 신경을 못 쓰고 있습니다. [물의 선율]은 참 밋밋했는데, 그림도 내용도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상업지의 오리지널은 첫 책이지요? 그런 걸 생각하면 스케일도 크고 내용도 (아직) 무리 없이 진행 중. 우려되는 건 3,4권 쯤에 후닥 끝나는 일인데, 적어도 7,8권은 나와줬으면 좋겠는 만화입니다.
제가 사심을 빼고도 진짜 괜찮은 만화예요. 근데 아무도 같이 안 좋아해 줍니다T_T 전 정말 진지하게 제가 직접 사서 주변에 뿌리는 일을 고려해 보았습니다. ... 아, 다 부질없어ㅜㅠ 드라마CD 만들기 좋아하는 제로섬에서 이것도 드라마CD나 내줬으면 좋겠네요. 나 혼자 만화보고 CD들으며 좋아하게.(.....)
아마츠키도 그런 식으로 좋아했는데 애니 방영 후 되게 미묘해요. 딱히 팬이 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완전 마이너도 아닌 어정쩡함. 그럴 바엔 아예 외로운 섬이 되리라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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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 야마시타 토모코


[주점 아키라]가 너무 재밌어서, 솔직히 처음 나왔을 땐 실망했습니다. 어느 날 다시 읽고 가슴이 저미더군요. 처음 나왔을 땐 [Touch me again] 쪽이 더 좋았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물론 그 책도 좋아합니다) 표제작인 [사랑하는 마음에~]는 좀 장난스런 느낌도 들지만, 솔직히 주인공의 도M 성향이 저에게 직격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해 버린 이상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누구나 이런, 약간은 비정상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곧게 뻗지 못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선가 꺾이다 보면 이렇게 될지도. [Touch~]도 그렇고 이 작품도 결국은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합니다. 저에겐 직격탄이에요.
[It's My Chocolate]도 귀여워요;ㅁ; 마지막에 어머님에 완전 홀랑 반함. 더불어 [주점 아키라]에 이어 [Touch~] 드라마CD 샀습니다T_T 과연 이건 작가의 취향이 훌륭한 건가요, 제작진에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진 건가요. 왜 이렇게 캐스팅을 잘한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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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하늘의 소리> 긴 토리코


제목은 가제라고 해두죠. 마땅히 와 닿는 한국어 제목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원제는 [架カル空ノ音]. 架カル가 왜 드높은이 되냐 하면, 그건 그냥 센스없는 제 마음입니다...=.=
[드높은~]은 전쟁에 피폐해진 군의와 날개가 달린 소년이 그리는 휴먼 드라마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 숨어서 사는, 그러나 멸망의 시기를 눈앞에 둔 또 다른 인류. 멸망의 날을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그들과 세계를 남김없이 장악하려는 인류의 욕심이 마음 아프고, 그런 그들의 알량함을 비웃는 자연의 공포에 몸을 떨며 봐야 합니다.
긴 토리코 다른 단편은 참 미적지근한데. 이 만화는 정말 진짜 완전 초 걸작입니다T_T 아, 진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막 그려? 띠지의 [이마 이치코 추천!]이란 문구가 매우 걸리긴 하지만요. 이유는 그저, 제가 안 좋아하니까-_-;; 유명 작가니까 선전효과는 있으려나.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귀엽고. 족장님 완전 멋지고;ㅁ;ㅁ; 에피소드 하나하나 마음을 찢는데. 기본적으로 이 작가가 '동화같은 이야기 지향'이라 그 마음 아픈 이야기를 둥글둥글 참 따뜻하게도 그립니다. 그래서 더 나빠. 지금 3권까지 나왔어요. 언제 꼭 장황한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고 있던 작품. 아. 정말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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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후지 타마키


가벼운 BL인데, 머리가 복잡할 때 읽어서 그런지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선선하다고 할까. 실은 같이 도착한 작품이 꽝이라서 더 좋았던 걸지도. 금전감각이 유별난 마미야. 실제로 이런 남자 엄청 피곤하겠지만, 귀여워요. 젊고 잘생긴 부자라서 좋은 건 아니고.(콜록) 정말 어쩜 이런 생각 없는 바카플?! 가끔은 이런 것도 좋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후지 타마키에게 꽂혀서 [호라이즌]을 샀는데 이건 아직 못 읽었어요. 이건 또 엄청 우울한 이야기더라고요-_-;; 게다가 [시이나~]의 외전. 진짜 모르고, 그냥 제목 마음에 들어서 샀습니다;; 후지 타마키 작품은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게 반반 정도예요. 느낌 자체는 아주 좋아요. 투명하고 부도덕한. 사람들은 이 작가 작품은 우정이상 BL미만 소프트라고 하는데, 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게 에로틱하다고 느껴요. 오히려 적나라한 책은 별 감흥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아서인지 이런 은근한 것들에게 자극받는지도 모릅니다.


(그림은 [사랑하는 마음에~]만 7&Y, 나머지는 아마존 재팬에서. [꽃늑대]는 웹에 이미지 없습니다ㆀ [불사]도 작은 이미지밖에 없네요. 사진 찍는 것도 스캔하는 것도 귀찮은 한 마리)

--

번외

새삼스러워서 <충사> 9권은 뺐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것도 너무 좋았어요. 보고 울고, 또 보고 울고, 다시 봐도 울고. 아마도 완결편이 될 10권도 그렇겠죠? 이렇게 기대에 늘 부흥하는 작가도 무섭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에는 어머니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어..음..-_-

지난 달 제로섬에 또 예고도 없이 카야세 시키 단편이 실렸습니다. 여전히 뒤통수 때리는 단편. 근데 솔직히 이해를 못 하겠다? 뭔가 멋있다는 건 알았는데 뭐였는지 잘 모르겠네??!! 그래도 어쨌든 이 작가는 단편이 좋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작성했고, 아직 2008년이 안 끝난고로 언젠가 (2)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 워스트 작품도 좀 써볼까?(진짜 심심함) 그 전에 새로 산 책도 읽어야하고, 새로 올 책 맞이도 준비해야 하는데. 어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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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01:06 2008/09/29 01:06
Posted by 유우

야마시타 토모코는 대체..?

Under 일상의 재/일 년의 363일   Posted @2008/01/06 02:57

대체 어떤 작가인 겁니까?;; 뭐하는 사람입니까? 정체가 뭐예요?ㆀ
웹서핑 도중에 이상한 문구를 발견해서 설마설마했는데, 동일인물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고단샤의 애프터눈 신인상인 사계상을 받았다는데.
여기서 먼저 흠칫하고ㆀ
그 수상작이 도작위혹을 받았다는 것에 또 흠칫하고ㆀ
비교해 놨는데... 정말 비슷해보이긴 하는데. 비교한 사람의 악의가 담긴 편집때문인지, 진짜 베낀건지
제가 두 작품을 나란히 본 것도 아니니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 답답함을 누가 애프터눈 2005년 10월호를 구해준다면 조금 해결될 것 같습니다만..(그냥 보고 싶을 뿐-.-)


또 놀란 건. 아니, 사실 따져보니 놀랄 일도 아닌데.(아마 더 젊은 작가들이 넘칠테고;)
81년생이라고..? 캐릭터가 항상 시부이해서 신인 쪽에 속한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ㆀ 젊구나. ... 젊은데, 왜 그래.(....)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출근걱정을 하는 이런 나lllorz



>아무래도 좋으니까 사인회에 가고 싶.....lll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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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6 02:57 2008/01/06 02:57
Posted by 유우

주점 아키라 : 야마시타 토모코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7/10/0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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くいもの処明楽 : ヤマシタトモコ (東京漫画社/2007.04)

그림 너무 못 그려서 진짜 좋아요.(....)
코노하라 여사 덕에 좋아진 작가 그 두 번쨉니다. 좋아진, 이라고 해도 야마시타 토모코 씨 만화는 이게 처음. 삽화만으론 느낄 수 없던 개그센스 향연에 더 좋아졌습니다. 근데 이 그림, 개선 안 돼?(안 돼도 좋지만) 요런 눈 감고 그린 것 같은 그림이 매력이란 말입니다.

★ 주점 아키라
소꼽친구 4명이 같이 만든 주점 아키라, 의 점장 아키라와 알바 토리하라의 그야말로 바보 연애담...?(의문점은 오너가 따로 있는데 왜 주점이름이 점장 이름으로..? 아무래도 좋은가요. 음.)
듣던 대로 전개는 너무 빨랐지만 BL에서 개연성 따위 마리 씨가 사람 말할 때쯤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아키라의 끝없는 바보 텐션과 이외로 네거티브인 토리하라가 잘 어울립니다. 주점의 다른 인물들도 좋고요.

「나는 당신을 향한 사랑의 덩어리랍니다」

요딴 바카플.._-_

★ Foggy Scene
미묘하고 우울한 삼각관계. 아, 또 이런 거 좋아해요. 자학적이고 네거티브한 소녀 같은 느낌이 가학심에 불을 댕깁니다.(뭐래) 친구를 좋아하지만, 그래서 고백하지 못하는, 두 번째로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기대려는 토오루는 답답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사랑받고 싶은, 그만큼 한편으론 불행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정말 소녀다워 좋습니다.
그걸 차갑게, 그러나 씁쓸히 바라보는 선생님이 제 취향♥
개인적으로 선생님과 잘 되길 바라는데요. 그냥 평생 저런 찌질모드로 이어질 것 같기도 하고.(먼산)
본 설정은 좀 더 처절한 얘기였던 모양인데, 보고 싶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인 것만으로 이렇게 괴로운 나는, 너에게 미움받으면 분명히 죽어 버릴거야」

★ Riverside Moonlight
바보 무뇌 Be happy. 그 이상 무슨 말도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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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6 22:22 2007/10/06 22:22
Posted by 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