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야세 시키 모에주간으로 명명합니다.
ZERO-SUM 12월호에 생각지도 못한 카야세 시키 단편이 실렸습니다. 역시 당신은 단편 체질T_T
그게 너무 좋아서 참지 못하고 이미 Yes24에 주문해놨던 Arcana Vol.5를 교보에서 덥석 사버렸습니다. 한 권 사는 것도 돈 아까운 이런 책을 내가 꼭 두 권이나 사야하나 싶었지만(남는 한 권은 우리 둘째에게 떠넘겼음)
그런 무시무시한 책을 떠넘겼음에도 둘째가 가지고 있던 워드에서 카야세 시키 단편 5개를 분철해줘서 여하튼 풍년입니다.
제 안의 카야세 시키 만화의 세계관에 대한 이미지송은 B-T의 <환상의 꽃>입니다. 새카만 틀에 갇힌 메마른 세계는 에덴일 수도 있고, 지옥일 수도 있습니다. 카야세 시키가 그리는 인물들은 마치 실험용 쥐 같단 생각을 합니다. 에덴이라 믿었던 실험장에서 앞뒤 막힌 희망을 품고 열심히 챗바퀴를 돌리는 그런 상황이죠.
[zion]이 끝나고 그림은 예쁘니 스토리작가를 따로 써보는 건 어떨까라고 말했던 건 절반 취소합니다.
역시 이 사람 그림엔 이 분위기가 제일 좋아요.
그런데 절반만 취소하는 건, 역시 아직은 장편은 불안합니다.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의 갭이 커서, 아직은 절반입니다. 그 출렁이는 갭이 카야세 시키 답다는 생각도 안 드는 건 아닙니다.(미묘)
★ Arcana Vol.5 和風/侍 <정토안담(浄土眼譚)>
"돌려드리겠습니다, 대사님. 어미가 빼앗은 정토 돌려드리겠습니다."
태어나면서 극락정토의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 설법 한 번 제대로 들은 적 없는 무학의 비천한 신분이지만, 그가 만든 불조각의 아름다움은 사람을 매료시키고, 덕망 높은 노승마저 감탄할 정도인데. 소년의 깨끗한 마음과 여자의 욕심과 정토의 부질없음이 절묘한 조화입니다.
어느정도 흔한 반전이지만 카야세 시키 특유의 여운이 살아있습니다. 야마시로 아사코의 첫 단편 <긴 여행의 시작>을 봤을 때의 오싹함이 다시 찾아온 듯 희열을 느꼈습니다. 야마시로 아사코도 또 마니악한 사람이네요.(...) 야마시로 아사코의 첫 단편는 기묘한 부녀, 혹은 모자의 이야기입니다. 떠돌던 부녀가 강도를 만나, 강도가 아버지의 성기를 잘라낸 칼로 딸의 배를 찌릅니다. 칼에 묻어있던 아버지의 정액으로 아이를 임신한 딸과(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는..판타지 소설이니 깊이 생각하지 말도록 합시다) 딸이 낳은 아들-혹은 딸이 낳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알쏭달쏭한 소설이었죠. 아, 이런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절 행복하게 합니다.(......)
>딴소리. 야마시로 아사코는, 실은 유명 O작가란 소문이 왕왕. ... 완전 신인이라기엔 무서울 정도로 멋진 단편을 쓴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런 소문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 소문의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유명작가의 또 다른 팬네임..일 가능성은 꽤 있을까요. 여하튼 11월 초에 첫 단행본이 나온 모양입니다. 하드커버라 부담은 되지만, 지를 테다! 예~! 다빈치 12월호도 지를 테다~!
★ Zero-Sum '07 12월호 <G>
인간이 갑자기 흙이 되어 사라져버리는 괴현상이 일어나자 조사원 에릭은 연금술구에 진위를 파악하고자 파견된다. 연금술사들은 흙에 성문을 새겨 만든 골렘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글자가 지워진 골렘은 흙이 되어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 대륙 어딘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의 골렘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간만에 제로섬에 카야세 시키 작품이 실렸습니다. 조만간 새연재를 할 분위기도. 제 욕심은 새연재 말고 이런 단편을 매달 그려줬으면 좋겠는데요.(..) 조금 섬뜩하고 황폐하며 폐쇄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진짜 세계종말 너무 좋아한다. 작중에 나온 골렘이 무척 귀엽습니다. 근데 글자 지워지면 죽는다니, 목욕도 하면 안 돼...?(...)
★ 하이&세키 시리즈
천사같은 류하냥에게 받은 워드 과올호 분철 5편 중 3편 <나비 상자(蝶の匣)>, <월식제(月蝕祭)>, <노래를 덧씌우는 밤(歌なぞりの夜)>은 아무래도 시리즈인 모양.
여기에 대해 제가 할 말은 이것.
역시 이 작가, 얘기가 길어져도 안되고 희망을 주는 엔딩이어서도 안됩니다...-_- 그래도 뒷편이 더 있다면 보고 싶어요. 주인공 두 사람의 과거 얘기도 있는 듯하고. 캐릭터들은 꽤 마음에 듭니다. .. 근데 뭔가, 음식에 간을 안 맞춘 듯한 이 느낌……
★ 그림자가 방황하는 거리(影惑いの街)
[대일식]이 다가온 마을은 불안정하다. [그림자]가 본인과 분리돼 도망치는 일이 속출하는 것이다. 그림자를 잃은 사람의 대부분은 미쳤고, 제정신으로 있는 대신 몸의 일부를 빼앗긴 자들은 그림자가 없단 이유로 박탈당한 시민권을 되찾기 위해 당국의 정식 그림자사냥꾼이 된다.
"나는 이제부터 너랑 살아가는 거야."
그러니까 이런 막 우울한 세계종말 직전 절망의 늪, 좋다니까요. 5편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카야세 시키의 세계관은 좋지만 이런 세계에선 절대 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좋습니다.
★ 취도(翠都)
제 12차 세계대전 후 황폐한 세상에서 인류는 둘로 나뉘었다. 종래의 [인간]인 채 남은 [구인류]에 비해,
체내에 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에 의한 성장도 가능한 [신인류]는 과혹한 환경에 적응해 그 수를 폭발적으로 증식시킨 것이다.
[신인류]는 모두 온화하고 비호전적이며 다산, 단명──
구인류인 나, 스이카는 자신의 친구들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신인류)이 하나 둘 쇠약해져 죽어가는 걸 지켜본다. 마침내 친구인 한이, 그리고 자신을 보살펴주던 사제가 숨을 거둔다. 그러나 그 시체조차 볼 수 없다. 아무도 그들의 무덤의 위치조차 알지 못한다.
[zion]의 모티브라고 어디도 써있진 않지만 아무래도 그래 보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zion]보다 훨씬 좋았어요.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해도 세계관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여기서 신인류라고 표현 된 사람들이 [zion]에선 식물의 싹을 틔우고, 자신은 그 능력에 의해 서서히 돌로 변해가는 재정자라고 할까요. 누군가를 희생시켜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만든다는 이런 이기적인 세계관이, 다시 말하지만 좋다니까요.




미네쿠라 카즈야가 내년에 W.A 6권이랑 드라마시디랑 아라이소 드라마시디랑 bus gamer 재연재에 애니화까지 한다는 말에 더욱 더 좌절 중이구요. 바빠서 못 그린다면 사람 기대나 시키지 말라구 ;ㅅ; 근데 카야세 시키 스토리 훑어보니 완연한 "어둠" 이네요.
몸도 안 좋다며, 진짜 너무 바쁘다, 미네쿠라=ㅁ=
카야세 시키는 정말 개그 하나 없는 게 마음에 들어. 근데 후기는 좀 얼빠졌음. 그것도 마음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