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저렇게 쓴 이상 엄청나게 논리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는데,
이것도 하나의 잘못된 훈련의 폐해겠지요.
저는 언제나처럼 어려운 이야기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오늘도 편한 마음으로 잡설.
사실 저는 일하기 전까지
책에 있는 해설 다음으로 뒷표지 문구를 경멸하며,
출판사 서평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나마 출판사 서평을 읽기 시작한 게 서점에 다니면서.
책을 전부 읽어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제가 경제서를 담당하고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고요)
영업자가 가져오는 보도 자료를 열심히 읽게 되었지요.
그리고 출판사에 다니면서 직접 뒷표지 문구를 생각하고, 보도자료를 써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더 열심히 출판사 서평을 읽고 있어요.
남들은 어떻게 쓰는지 보고 공부할 심산이었지만,
끝내 제가 보도자료를 잘 쓰는 인간은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드는 생각은 그 전에 제가 오만방자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들이 책을 고르는 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이게 어떤 장르의 책인지는 알 수 있으니까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그런데 여기저기 매체에 올라온 리뷰를 보면 해설과 출판사 서평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4개(또는 5개)의 보기 중 단 하나만 정답이어야 하는 모의고사를 보고 있는 기분이에요.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오싹해집니다.
우리는 어떤 글을 읽을 때, 글을 읽기도 전에 글에 대한 정보를 받아쓰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국어 선생님이 불러준 작품 개요를 달달 외우고, 정말 그 개요만큼만 작품을 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물론 출판사가 이 책을 내는 의도는 출판사 서평에 그대로 들어 있을 것이고,
그 의도에 반한 내용을 해설로 싣는 일도 없겠지만
꼭 정해진 틀로 그 책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요.
(가끔은 너무나 강렬하게 '출판사의 의도'가 들어 있어서 위험한 출판사 서평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는 그리하여 언제나 '오독'을 즐기는 바르지 못한 독서인입니다=_=(당연히 제 언어 영역 점수는 바닥이었고요)
그런 사람이 쓴 출판사 서평이며 편집자 후기(를 빙자한 해설)을 그대로 남이 쓴 리뷰에서 볼 때마다 이 죄를 대체 어떻게 값아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마성의 아이>는 <십이국기>와 별개의 작품이라고 목 놓아 외쳤지만, 사실 <십이국기> 시리즈 맞아요.(..)
지금과 전혀 변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무언가 낯선 새파란 신인 야마시타 토모코.
지금은 너무 다작을 해서 점점 클리셰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는데,
간만에 초기작을 보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드라마CD를 너무 들어서 만화를 보는데 내가 그림으로 보는 건지 귀로 듣는 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야마시타 토모코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CD가 언제나 높은 질을 유지한 건
원작에 충실한 연출과 절묘한 캐스팅의 힘이 컸지만 무엇보다 야마시타 토모코의 작품 스타일이 시각보다는 청각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눈으로 쫓을 때는 들어오지 않았던 작은 대사들이 소리로 들으면 꾹꾹 사람 마음을 찌릅니다.
주점 아키라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이거예요.
"뭘 먹어서 그렇게 인기가 있는 거야?"
"쌀이요."
'쌀이요'라고 말하는 그 시크함이야말로 야마시타 토모코답지 않나요?
뭐랄까, 대부분 금요일에는 늘 그렇지만, 나도 조금은 쿨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밤입니다.
최근에 자기에게 초조해진 것 같아요. 천천히 꾹꾹 나아가야 할 텐데. 쌀밥이라도 먹으면서.
덧)야마시타 누나 신간 두 권이 왔는데, 정말이지 책을 펼칠 용기가 안 나네요.
남자도 못 그리는데 여자는 더 못 그리는…(웃음). 무난한 순정 만화로 빠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단 읽어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마성의 아이 서평쓰신거엔 따로따로 보라고 쓰셔놓고선...............OTL
인용글 볼때마다 뜨끔뜨끔 하신가봅니다....(먼눈)
편집자 노트에 쓴 내용에 거짓은 없지만, 좀 오버한 건 사실입니다=.=;;
제가 가장 뜨끔한 건 그냥 발췌를 하는 게 아니라 긁어온 내용을 자신의 의견처럼 쓰는 사람들을 보는 거예요. 이런 감상을 보면 기분 나쁘다기 보다 안타깝더라고요. 여하튼 오노 주상에게는 여러모로 죄송하고요o<-<
만든 책을 팔아야 하는 자와 좋은 책을 골라보려고 하는 자의
소리없는 전쟁입니까...라는 생각이 번뜩.
뭐, 읽어서 독이되는 책은 없는 거죠. 해서 독이되는 경험 또한 없는 것 처럼.
많이 읽고, 많이 속고, 또 많이 느끼다보면 저절로 깨닫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책 많이 만들어서 많이 속여주세요. 유양.
독이 되는 책도 없지만, 좋은 책이란 참 애매모호하고 어려운 것 같아요. 착하게 살면 많이 만들 수 있나요ㅜㅠ 힘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