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렇죠-_-;;
코노하라는 애초에 BL에서 시도할 수 없는 이야기를 쓰던 BL작가이지만, 점점 거기에서도 일탈해서 코노하라 월드를 구축중인 듯해요, ㅎㅎ; 어쨌든 글재주는 참 좋은데 BL작가란 것 때문에 평가받지 못하는 건 아쉬워요. 순문학이라고 해서 읽다 보면 이것과 그게 뭐가 다른가 싶은 작품도 있는데 말이죠(..)
올해 목표 '밝고 명랑한'에 따라 제 독서 취향도 꽤 해맑아졌습니다만.(믿어 주세요=.=) 여름이 오고 하니 역시 '다~크'한 게 고파져서(이게 다 오노 주상 때문이다) 줄곧 노려만보던 <양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만화는 여전히 손을 대는 게 무서워서 드라마CD를 먼저 듣고 너무 무섭지 않으면 만화도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왜 이 만화를 이렇게 꺼리고 있었을까요. 근친+저주받은 흡혈 일족, 이렇게까지 취향인 소재를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게다가 그림도 예쁘구요. 이 만화를 손 대는 걸 두려워하는 자신을 저는 종종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저는 제 야생(?)의 감을 믿기 때문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든 생각은 역시 '누나'의 존재. 확실히 초반의 그녀는 '팜파탈'(웃음)이니까요. 그 강렬함이 거부감을 일으킨 걸까 싶었죠. 하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그녀의 초반 이미지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 상과 똑 닮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처음 화제가 되었을 땐 아직 이런 기구한 악녀를 구체적으로 좋아한다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당시의 제가 꺼릴만도 합니다. 지금으로선, 뭐, 아시다시피 미칠듯이 좋아합니다.
저는 '악녀' 찬양론자니까요.(뭐, 악녀 지상주의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트렌드처럼 되어 버린 '팜파탈'이란 말이, 그냥 그 말 자체로 어쩐지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결국 제 자신이 좋아하는 게 그런 여자들이란 사실을 깨닫고 괜히 쇼크. 옛날부터 '요부'라는 말은 좋아했으니 그냥 꼬부랑말의 어감이 싫었을 뿐이군요;
어쨌든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치즈나의 아버지에 대한 욕망이라든가 미움이라든가 혈족에 대한 집착, 그 모든 악의를 남동생 카즈나에게 쏟아부어 그를 휘두르는 모습은 분명히 제가 '좋아'할 수 있는 패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초반에 제가 생각했던 것 같은 악녀는 아니었습니다. 너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독기가 너무 부족했다는 느낌.
게다가 남동생 쪽은 끝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카즈나의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가 좋아한 건 치즈나였는지 야에가시였는지. 아니면 둘 다 그 나름대로 사랑했는지. 그렇다면 그 사랑의 방향은 결코 치즈나의 애정과는 부합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만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애정은 지금까지 세상에 단 둘 뿐이라느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서로 뿐이라느니 등등 두 사람만의 세계를 강조하던 것과는 너무나 먼 세계네요. 그러니까 그에게는 새로운 빛의 세계가 펼쳐진 것이겠지만.
저는 어두운 건 좋아하지만 너무 어두우면 종종 거부감이 드는데 그래서 아마도 <양의 노래>가 꺼려졌던 것은 너무 어둡기 때문일 거라고 믿어왔습니다. 모든 게 반전이었습니다. 치즈나의 집착은 분명히 훌륭했으며 카즈나가 그녀의 세계로 빠져들고 금단의 한 걸음을 내딛으려는 위태로운 모습도 보였지만, 결국은 정말 그냥 '가족애'에 불과했습니다. 혈족끼리의 금단의 무엇이 아니라 피가 이어져있다면 당연히 가져야 할 따뜻한 가족애요. 분명히 훌륭한 이야기였지만, 개인이 어떤 것에 대한 기대치는 다르니 감상이 갈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간만에 우울의 늪에 빠지고 싶었던 저는 갑자기 뙤약볕 아래 내동댕이쳐져서 지금 매우 난감합니다.
이 우울함에 목이 마른 괴현상은 여름이기 때문이련가요. 여름은 납량특집 대신 우울특집 이런 게 있으면 참 즐거울 텐데요.
>간만에 드라마CD를 들으면서 캐스팅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목소리들이라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카즈나의 친구 역할 성우 토리우미 상이 맞지요? 애니는 스즈라고 되어 있어서 깜짝. .... 음, 두 사람 목소리도 비슷하고 같은 소속사라 신인 때부터 엑스트라로 번갈아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경우도 있네요=.= 영화판 캐스팅을 보고는 한바탕 웃었습니다. 오구리 슌, 나는 평생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좋아하진 못할 것 같아.
그럴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정말 제가 좋아하는 소재의 총집합이거든요^^;; '주인공은 치즈나'라는 말을 들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카즈나 시점에서 봤는데 어느 순간 치즈나에게 감정이입~! 아직 드라마CD만 들어서 원작도 어서 봐야 할 것 같아요. 좀 더 축축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흐흣.
감정이란 건 결국 변질 된 이기의 덩어리로, 변질 되었어도 이기는 이기입니다. 그런 시답잖은 소린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역시 석연치 않은 것이 있습니다.
타카오 시게루의 '요정의 집으로 오세요'에 등장하는 츠네-토키와-는, 어째서 그 여자와 결혼한 건가요?
제 안에선 '좋아하는 여자 아이를 다시 만나려고 여자 아이의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식으로 성립되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로망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지만. 그거, 굉장히, 이기적이지 않습니까. 아니면 단순히 좋아하는 여자 아이를 닮은 여자가, 또 좋아져서? 그래도 결국 그 여자를 버릴 거란 걸 알고 있고, 그 여자가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 아이를 낳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그저 재회를 위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또 과거의 자신은 그 아이와 만나 같은 짓을 반복하는 겁니까.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에 실린 단편은 전체적으로 반짝반짝하고 순수하고, 서툴러서 좋아합니다. 서툰 첫사랑, 씁쓸하지만 달콤한 사탕 같은 이야기들이 꽉 차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첫사랑은 결국 동화 같은 거란 생각이 듭니다. 꿈 같은 게 아니라 정말 꿈일 뿐인, 잡지 못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진실은 순수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눈을 감고 애써 예쁜 부분만 보고 있습니다.
그걸로 됐다고, 다 그런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따금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견 예쁘지만 사실은 더러운 건지, 더럽기때문에 아름다운 건지는 개인의 취향이 결정할 일입니다. 전 결국 후자를 택해버리는 쪽이니 가타부타 할 자격도 사실 없습니다. 이기적이지 않은 사랑은 (제 안에선)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그런 애정따위 꿈에서도 본 적 없고 동화에조차 없습니다. 결국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중얼중얼하고 있는 거 보니 근친영양실조에 걸려 어째 비뚤어진 것 같네요. 최근 섭취한 거라곤 테츠이치의 형제덮밥(부녀의 시각) 밖에 없습니다. 데몬성전도 덮밥이던가?(이건 정상적인 시각으로 봐도?) 반짝반짝 예쁜 거 말고 너덜너덜하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고픕니다. 예, 가능하면 가족애 듬뿍 들어 간 걸로.(뭐라 해도 결국 그쪽 인간) HOME이라도 재독할까 봅니다. 피는 안 섞였어도 정말 마음(의 썩은 부분)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어요.
>인형의~는 사실은 좀 더 순수한 이유가 있는데 제 눈엔 안 보이는 걸 수도 있습니다. 왜 결혼했다고 생각하세요? 저 정말 근친에 경도되지 않은 사람이 본 시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ㆀ
또 선정적인 제목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그나저나 검색어의 태반이 근친관련이라 좀 곤란합니다)
개인적으로 '근친 싫어. 피가 안 섞이면 괜찮아.'라는 말을 굉장히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쭉 해왔던 것인데. 싫은 전부 싫은 건 아닙니다.
피는 섞이지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상황설정이 하나가 있습니다.
이혼하거나 죽은 남편과 다른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청년과의 불륜, 입니다.(와하하) : 이 경우 서로 모르고 좋아했네가 아니라 서로서로 다 알면서 애증성립이어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확실히 따져서 피가 섞이지 않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숨겨 놓은 자식이라 남편 호적에 안 올라와 있고, 이러면 괜찮지 않을까요)
여하튼 이 설정은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근친'이라기보단 단순한 '불륜'이라고 하는 편이 나으려나요.
여기서 확실한 근친을 성립시키기 위해 굳이 더 꼬아서 어머니와 재혼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보니 내 오빠네? 란 설정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건 확실히 근친이죠. 이런 근친은 좋아합니다. 하지만 너무 너무 꼬이기 시작하면 그게 또 짜증나기 시작하기 때문에 역시 어머니단계에서 깔끔하고 애증스럽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요즘은 '애증의 어머님'이 폭풍처럼 좋기도 하고 말이죠)
얼마 전에 실제로 근처에서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단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놀란 적이 있습니다. 기뻐서요. ..........
참 그 여자 팔자 기구하네, 라고 동정할 수도 있고, 무슨 그런 일이, 하고 멋대로 비난할 수도 있지만,
역시 세상은 비좁고 어둡다♥라고 무심코 좋아하고 마는 자신. 땅을 파다보면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차라리 건전하게 숙부님♥을 외치던 시절이 더 건전했던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요.
>실은 남편의 숨겨 둔 자식과 결혼해서, 그 재혼상대가 딸과 찌릿찌릿 하고.. 어쩌고의 이야기는 중학생인지 고교 때인지 써 볼까 하고 설정했던 적이 있는 이야기입니다만..;(주인공은 딸) 사실 독자의 입장으로선 얽히고 섥힌 것 보다, 담백한 설정 쪽을 좋아합니다. 그저 태연히, 자연스럽게, '아'하고 짧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설정.
'남매. 아 그랬지.'하고 조용히 두 사람의 사이를 고백하는 독백이 인상적인 우루시바라 유키의 「Marman」이나 너무나 해맑게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떠나는 모습이 가슴 저렸던 미도리카와 유키의 「나날이, 깊이」가 근래 본 근친물 중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여하튼 이름에 '유키'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그런 자신의 실제 취향과는 반대로 자신이 이야기를 굴려나가면 이런 얽히고 섥히고 질척하고 짜증나는 방향으로 수평선처럼 땅을 파버려서.(수직으로 파면 지구 반대편으로 나가련만) 좀 슬픕니다. 담백하게 살고 싶습니다.
날 때부터 근친인간인 유모씨. 그렇지만 형제덮밥은 처음부터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마저 편식을 하는 건가 고뇌의 씨앗(과장)이었다고 합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바보 같은 편식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뭐라고 해도 나는 근친인자를 가지고 태어나, 결국 개화해 버린 인간이니까. 근친에 편견을 가지고 있다니, 그런 바보 같은.
그래도 나는 '형제덮밥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싫었습니다. 그 때 불쾌하게 느낀 것들을 지금 봐도 마찬가지로 불쾌하고 느낄 겁니다. 대체 왜? 그 때 몰랐던 이유를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스는 어머니-아들. 아버지-딸(-어머니 삼각). 물론 남매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같은 비중으로 형제와 자매도 좋아합니다.(형제덮밥과 같은 이유로 백합물로 그려진 자매근친은 역시 거부감을 느낄지도. 백합물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약간 떨어져서 삼촌과 조카라거나 이종사촌도 나쁘지 않습니다. ... .... 이러면 남자형제가 없다는 걸로 설명이 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지요.
역시 인간은 근친인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집니다. 사람에 따라 싹트기 좋은 조건을 가지기도 하고, 영 싹틀 조건이 아닌 사람도 있지요. 제 경우 싹트기도 좋은 조건의 정신 상태를 가진데다, 제3자에 의해 개화가 촉진된 케이스입니다.(그 제3자는 다름 아닌 Y키 씨) 한 번 개화하면 뒤는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내 자신은 씨는 뿌리지 않는 꽃입니다.(아마도)
남에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 따위 없습니다. 내 안의 로맨스를 그 사람의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춰 봤자 의미도 없고 말이죠. 근친이 소름끼치게 싫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강요하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내 로맨스를 비난할 권리는 없습니다.
라는 이기적인 마음인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전 요즘 그분 소설 읽으면 우스워 죽겠어요.
BL인데 미묘하게 BL을 포기해가고 있는 듯한 이 미묘함ㅋㅋㅋㅋ
뭔가 점점 소설이 되 가고 있는 것도 한데 그렇다고 해서 절대 일반 소설계에 내놓을수 없는ㅋㅋㅋ
코노하라는 애초에 BL에서 시도할 수 없는 이야기를 쓰던 BL작가이지만, 점점 거기에서도 일탈해서 코노하라 월드를 구축중인 듯해요, ㅎㅎ; 어쨌든 글재주는 참 좋은데 BL작가란 것 때문에 평가받지 못하는 건 아쉬워요. 순문학이라고 해서 읽다 보면 이것과 그게 뭐가 다른가 싶은 작품도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두권만 읽고 일단 중단.. '아웃'은 정말 무서워서 못 건드리겠어요.;
쪽지 보냈어요. 오시는 분들 보니 새삼 정말 제가 껴도 되는 자리인가 싶지만^^; 저는 팬 모드로 가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