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실망을 안겨 준 우쵸텐 호텔. 그 다음에 보려했던 In the pool은 원래의 내 룰을 깨고 미리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 평가가 영 좋지 않아서 결국 보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영화관은 너무 비싸고, 팜플렛도 비싸고, 그냥 그런 영화라면,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받아 볼 수 있다면, 내가 왜 영화관에 가야 하지. 하는 나쁜 생각이 또 들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미리 정보를 찾아 보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어쨌거나, 보자. 하고 자신을 억지로 추스려서 스크랩 해븐을 보러 갔습니다.
이번엔 전혀 사전정보가 없었습니다. 오다기리 죠가 나온다는 것을 제하면. 무슨 내용인지 나는 짐작도 가지 않았습니다.
스크랩 해븐에서 그려진 하늘은,
너무나 맑고 또렷하게 청명하고 높았습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긴장감 있는 카메라 워크로 그려 낸 전혀 다름 짊을 지고 있는 세 명의 주인공.
하늘은 그들 안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 멀어서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테츠 역의 오다기리 죠의 능청스런 연기는 너무나 좋았습니다. 혼자서 키득거리면서 보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민폐인 줄은 알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웃으면서 저 능청스런 청년 뒤에 짊어진 짐의 무게가 숨막히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싱고 역의 카세 료 씨는 처음엔 '저 멀거한 청년은 뭐야'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 수록 너무 귀여운 사람이었어요. 어느 새 오다기리 죠보다 카세 료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 중간중간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 보니 카세 료 씨는 미부기시덴의 곤도 슈헤이 역을 했었군요^^; 아, 그 이지메도련님;;)
마지막 주인공 사키 역의 쿠리야마 치아키 씨도 나름대로 강렬한 누님의 오라를 풍겼는데(실제론 저보다 어리지만=ㅅ=) 등장 횟수가 적다는 것과 남자 두 사람의 유대감이 너무 끈끈해서 겉돌았다는 느낌이 약간. 그래도 마지막 한탕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엔 변함이 없습니다.
각자의 고독을 안고 있는, 전혀 다른 세 사람이 우연히 버스 강도 사건의 피해자로 만나 얽히는 이야기.
이야기는 재밌고. 서글프고.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어쩐지 나는 <무간도>와 <아이다호>라는 두 영화를 떠올렸는데. 사실 이 두 영화와 <스크랩 해븐>은 전혀 관계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두 영화도 관계점이 없지만) 그저 그 푸른 하늘에 덜렁 혼자 서 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싱고를 보면서.
혼자 무간지옥에 남겨진 유건명(유덕화)이 떠올랐고 잠든 마이크(리버 피닉스) 뒤로 끝없이 이어진 '길'이 떠올라서. 역시 씁쓸하게 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또 한번 제대로 보고 싶은 영화인데, 이미 상영은 끝나서 보려면 DVD를 빌리거나 구하는 수밖에 없네요.
무언가 마음에 탈출구가 없을 때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나는 덕분에 다시 영화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다행입니다.
팜플렛에 실린 인터뷰에 대한 잡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