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모토 기도 괴담 선집 : 오카모토 기도 (日)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4/07 04:18

岡本綺堂 怪談選集[文庫] (小學館文庫) (文庫) - 10점
岡本 綺堂/小學館

사랑하고 은혜로운 아오조라 문고를 애용하다가 결국 책으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글은 책으로 읽어야 맛이 납니다. 최근 열심히 모으는 건 (여전히) 오카모토 기도의 괴담, 기담집.
《한시치》도 좋지만 역시 괴담을 이야기할 때의 오카모토 기도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단순히 제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너무 많은 괴담을 남겼고, 또 너무 많은 버전으로 나와 있기에 책을 고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만,
저는 아주 속물적으로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비싸지 않은 순서로 책을 고르고 있다는 거. 후후.
(직접 보고 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잠시)

이 책에는,

〈도네 나루터(利根の渡)〉
도네의 나루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람을 찾는 장님의 집념어린 과거 이야기

〈원숭이의 눈(猿の眼)〉
눈을 가려 놓은 원숭이 가면 이야기

〈뱀의 정령(蛇精)〉
뱀을 기가 막히게 잡는 땅꾼(..은 사실 아니지만) 부자(父子)의 비밀

〈영험한 우물(清水の井)〉
아름다운 청년이 비치는 우물에는….

〈게(蟹)〉
게의 복수

〈외다리 여자(一本足の女)〉
아름답지만 다리가 하나뿐인 여자의 비밀

〈피리 무덤(笛塚)〉
세상에 둘도 없는 피리를 둘러싼 저주

〈그림자를 밟힌 여자(影を踏まれた女)〉
십오야의 밤에 그림자를 밟혀 미친 여자의 이야기

〈백발귀(百髪鬼)〉
매년 시험장에 나타나는 머리가 하얀 여자

〈요파(妖婆)〉
눈이 거세게 내리는 날 길가에 구부리고 앉은 기묘한 노파를 둘러싼 무사들의 이야기

〈투구(兜)〉
돌고돌아 한 집안에 다시 돌아오는 투구의 정체

〈장어의 저주를 받은 남자(鰻に呪われた男)〉
장어를 산 채 잡아먹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기구한 사연

〈검둥이(くろん 坊)〉
원숭이도 인간도 아닌 '검둥이'가 불러온 한 가족의 참화

이렇게 13편의 괴담이 실렸습니다.
작품 제목만 나열해도 괴담집이란 느낌이 확 들지 않나요?


《한시치 체포록》을 읽어 주신 고마운 분이라면 알겠지만, 오카모토 기도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쿠쾅! 하고 임팩트가 있지는 않습니다. 이따금 몸이 부르르 떨리는 정도지요. 그렇게 부르르, 부르르, 열 몇 번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 오싹한 기분이 스물스물 올라와서 밤을 지새우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요.
'공포'라기보다는 '정체모를 것에 대한 인간적인 혐오감'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혐오감이라고 하면 또 어폐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게》도 무서웠고(잠시 게 요리가 먹고 싶어지지 않는 데 효과가 있음), 무엇보다 《백발귀》가 오싹했어요.
《백발귀》의 서술자 '나'는 변호사를 목표로 공부하는 서생 시절, '내'가 사는 하숙집의 주인은 기품 있는 부인입니다. 부인에게는 한 번 시집 갔다 돌아온 아름다운 딸이 있고요. 그 딸과 심상치 않은 관계인 남자는 같은 하숙집에 살고, '내'가 존경하는 선배입니다. 부자에 똑똑하기까지 한 이 선배가 이상하게 변호사 시험에 낙방을 거듭하지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 선배에게 '나'는 그가 시험에서 떨어진 이유를 듣게 됩니다.
매년 시험을 볼 때마다 백발의 여자가 그의 곁에 서 있어서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죠.
여기까지 매우 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한마디가 아주 섬뜩한 이야기예요.

정통 괴담을 그리면서도, 그 문체는 여전히 담담하기 이를 데 없고,
때로는 괴담을 과학으로 풀려고 하는 사도 같은 짓마저 오카모토 기도답게 우아합니다.
이야기 하나만 두고 보았을 때는 7,8점 정도인데 여러 편을 모아두면 9점, 10점이 되는 작가예요.
덕분에 그만 오카모토 기도 삼매에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통 못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오카모토 기도의 첫 느낌은 교고쿠 나쓰히코였는데(특히 교고쿠가 미미부쿠로 등의 고전 소설을 완전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 놓은 《구 미미부쿠로》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읽다 보니 그보다는 오노 후유미의 《귀담 초지》가 떠오르네요.
낡은 도시 전설을 뻔뻔하리라 만큼 무미건조하게 엮어나간 이야기집입니다. 무미건조하지만 뜻밖에 따뜻한 이야기나, 눈물 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괴담이니 도시 전설이란 결국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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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04:18 2010/04/07 04:18
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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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atsy님의 코멘트, Posted @2010/04/10 17:18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 괴담들 좋아하는데...일본괴담들은 무섭지 않아서 좋아요 <- ;;;
    혹시 [게]는 그건가요? 몸무게가 없어지는 이야기...
    • 유우의 답변, Posted @2010/04/11 05:50 수정/삭제
      몸무게가 없어지는 이야기!! 이런 거 있음 대박이겠다는.ㅜㅠ 그런 괴담이면 당해도 좋다는.ㅜㅠ
      일본괴담이 무섭지 않아 좋다는 점도 공감합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