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결혼시대 : 왕하이링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4/04 02:32

신 결혼시대 - 8점
왕하이링 지음, 홍순도 옮김/비채

젠궈는 어깨에 아주 큼직한 가방을 메고도 다른 손에는 커다란 가방을 더 들고 있었다. 가방 무게로 인해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이 완전히 꼴불견이었다. 배용준의 그림자는 고사하고 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로 비쳐지지 않으면 다행일 모습이었다. 샤오시는 젠궈의 그런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아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보지 않으면 속이 상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p.256~257
그러고 보니 중국의 현대 소설을 진지하게 읽었던 적이 있었나?
언제나 들춰 보는 것은 역사서나 고전 시가, 이렇게 '중국적인 생활감에 넘치는' 작품을 처음 읽는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낯설지만 어쩐지 반가운 이 느낌. 일본 소설은 워낙 많이 나와 있어서 일본의 '심플한' 가정에 우리는 꽤 익숙해져 있지만, 사실 중국의 이 '복작스러운' 가족 관계가 우리가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처럼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메인은 도시 여자와 시골 남자지만, 그와 얽혀서 두 커플의 애정담(?)이 나옵니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 부분인가는 조금 괴로워하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읽었습니다. 읽기 어렵다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서요. 이 소설의 분위기는 주말 8시에 하는 가족 드라마 같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살면서 생기는 얽히고설킨 관계. '뭐, 저런 시부모가 있어!'라고 화내면서 다음 주를 열심히 기다려서 시간에 맞춰 보고야 마는 그런 드라마요.
전체적인 전개도 드라마 같은 느낌이지만(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 원작의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했었다고!) 구석구석의 서민적인 냄새가 킁킁 나는 게 참 그렇더군요.

그런 과장된 상황극이 싫다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게 그렇게 '심한'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화를 내면서도 보게 되는 건 역시 어딘가 내 처지(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의 처지)와 비슷한 구석을 느끼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등장인물이 대신 언젠가 역경을 딪고 행복을 찾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기대하고 마는 것이겠지요.

저 역시 시골에서 어렵게 공부해 베이징에 올라와 성실히 사는 젠궈와 천상 도시 태생 여자인 샤오시의 부부 관계에서, 어릴 적 일들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굳이 여기서 가족사를 들출 생각은 없지만(웃음).
균등한 발전 어쩌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나라도 지방과 도시의 차는 명백히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으로,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더 할 나위 없는 가까운 사이로 맺어졌을 때 그 차이는 치명적일 수도 있죠. 책 뒤표지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두 사회의 결합이야. 네가 시골남자에게 시집가면 너는 물론 부모까지 시골사람이 되는 거라고!"
와와와. 극단적인 말이네요. 하지만 이 말을 '아니다'라고 부정할 수 있을까요? 이 말에 옳소, 그렇소, 암요, 하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와 똑같은 문제가 제 주변에, 그리고 아마 누구나의 주변에 흔히 일어나고 있다는 거죠. 편견, 오해, 남들이 보기에 무척 사소해 보이는 작은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는 결혼이 말예요.
결혼할 나이가 되니, 참 이런 소설이 남일 같지 않아서 이렇게 흥분을…=_=ㆀ

눈이 돌아갈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연애 이야기도 아니고, 오히려 '그럴 줄 알았어! 악!' 하는 전개의 연속이지만,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읽고 나서도 개운합니다. 어쨌거나 해피 엔딩인 드라마처럼 말이죠.
중간중간 배용준이나 잘 사는 나라 한국 이야기가 나와서 미묘한 웃음 포인트를 자극하기도 하고. 후훗.
중국 소설, 하면 떠올리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스러운 느낌(?)이 드니, 처음 접하기에 좋은 소설일 듯하여요.

그나저나 중국의 생활 수준이 우리보다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하는 모습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이러면 결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걱정마세요. 저는 평생 개랑 같이 엄마에게 빌붙어 살 예정, 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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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4 02:32 2010/04/04 02:32
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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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작가 전작 [중국식 이혼]도 괜찮솨..'-'/
    남자 주인공 성격이 완전 우유부단한게 꼭 나같솨.....
    ㅇ<-<
    • 유우의 답변, Posted @2010/04/07 17:19 수정/삭제
      오, 그대는 역시 읽었구나! 안 그래도 전작도 읽어보고 싶었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