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 마크 해던(글, 그림)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3/29 03:08

쾅! 지구에서 7만 광년 - 8점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비채

"그러면 이 장소……, 이 행성……, 이건……."
"털석."
"뭐라고?"
"털썩. 그게 이름이야." 브리트니가 다리 하나를 삭막한 풍경에 대고 흔들었다.
"털썩!? 내가 들어본 이름 중 최고로 한심하네."
브리트니는 단호하고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우리 말로는 가장 심각하고도 찬란한 이름이라고."
"아."
"너네는 '달'이라는 말이 있지? 그건 우리말로 하면 방귀를 뿡뿡 뀐다는 뜻이야."
-p.232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악동'인 짐보와 짐보에 뒤지지 않는 악동 찰리,
짐보와 물어뜯기가 일상인 철없는 누나 베키가
지구 정복을 꿈꾸는 외계인 선생님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

무슨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줄거리 요약이냐고 해도, 정말 이런 내용이니까 하는 수 없습니다.
조금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유쾌한 소설이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 문제투성이에, 엉망진창입니다.
실직한 짐보의 아빠. 프라모델에 미쳐서 집안일은 나 몰라라.
실직 전의 아빠보다 더 잘 버는 엄마와 이혼할 위기를 느낄 만큼 요리 솜씨가 형편없는 남자죠.
그런데 짐보가 용돈을 털어 사온 요리책을 보더니, 나중에는 무슨 요리왕이 될 기세로….
요리책 하나로 가능한 거야? 아니, 그럼 그 전에 요리는 대충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서 그 지경이었던 거야?
여러모로 추궁해보고 싶지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넘어가기로 합시다.

남자들이 약간 오타쿠 기질이 충만하다면, 여자들은 다소 '과격파' 쪽인 것 같아요.
프라이팬을 마구 던지는 찰리의 엄마나…. '털썩 성'에는 가지 않았지만 훌륭하게 외계인을 후려쳐서 퇴치한(..) 베키나.
그런 캐릭터가 뒤죽박죽 얽혀서 뜻밖에 절묘한 균형을 이룹니다.

비채에서 나온 책은 대부분 만듦새가 감각적이고, 예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좀 튑니다.
책 중간중간의 아기자기한 소품들(마크 해던 글, 그림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작가의 그림인 듯!),
큼직큼직한 만듦새가 눈에 확 뜁니다. 시원시원한 전개와도 어울리고요.

일단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습니다만,
저는 굳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은 연령층을 꼽자면 10대 후반~30대 중반으로 하고 싶군요.
물론 이 시원시원한 전개의 리듬을 가장 신나게 탈 수 있는 연령은 그보다 좀 더 아래인지도 모르겠지만,
《은하수..히치하이커》를 떠오르게 하는 말장난의 묘미는 오히려 성인용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요컨대 읽는 연령대에 따라 재미의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저한테 '청소년 소설'은 오히려 더 음울하고 고난스러운 느낌인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했습니다.
굳이 어리지 않아도, 굳이 SF 팬이 아니더라도, 한바탕 신나게 즐길 만한 책입니다. 더불어 선물용으로도 유용할 것 같네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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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9 03:08 2010/03/29 03:08
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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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SF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Tracked from 천사마음 블로그, Posted @2010/04/14 16:40 수정/삭제
    천사마음의 도서이야기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SF소설을 좋아한다면... 쾅! 지구에서 7만광년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는 책은 우연하게 접한 책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즐겨서 보는 장르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