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12월 두 달에 걸쳐 작업한 작품. 원고지 1300매가량이니
5년쯤 전에 괴담전문지 《幽》의 특집기사를 읽고 흥미를 가지게 된 오카모토 기도. 언제나 그렇듯 흥미만 가지고 있다가 막상 작품을 이거저거 찾아 읽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괴담과 범죄가 적절하게 잘 배합된 그 분위기가 무척 좋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를 떠올리게도 하고요.
그런 작가의 대표작을 덜컥 맡아 번역하게 되었어요. 기쁜데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근질근질한 기분.
시리즈 제목 그대로 오캇피키(에도 시대 서민 주거지의 치안을 맡던 경찰) 한시치 대장이 사건을 해결한 내용을 담은 작품이에요. 에도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건도 있고(이를 테면 괴담이나 전설을 이용한 〈쓰노쿠니야〉, 〈단발뱀〉 같은), 요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사건(묻지 마 살인 사건을 다룬 〈창 찌르기〉 같은)도 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책 안에 《한시치 체포록》 시리즈 중 하나인 〈간페이의 죽음〉이 실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오는 건 처음입니다. 책임이 무겁습니다.
《한시치 체포록》은 원고지 50매~200매 정도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로, 작품 수가 70편 가까이 됩니다. 도저히 한 권으로 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라 이번에는 그중에서 평이 좋고, 재미있는 작품 12편을 골라 선집 형태로 나옵니다. 수록 작품은
오후미의 혼령(お文の魂)
석등롱(石灯籠)
수상한 궁녀(奥女中)
쓰노쿠니야(津の国屋)
미카와 만자이(三河万歳)
창 찌르기(槍突き)
여우와 승려(狐と僧)
한겨울의 금붕어(冬の金魚)
보라잉어(むらさき鯉)
외눈박이 요괴(一つ目小僧)
단발뱀의 저주(かむろ蛇)
사라진 두 여자(二人女房)
+《한시치 체포록》의 추억(《문예클럽》 1927년 8월호)
이렇습니다. 다 각각의 재미가 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창 찌르기〉의 마지막 부분이에요. 소름이 오싹 돋았습니다. 〈겨울의 금붕어〉에 나오는 이상한 커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다시 읽으면서 새삼 좋아진 것은 〈석등롱〉의 범인이었습니다. 어디로 보나 악녀였지만, 저는 이렇게 '사랑에 미친' 여자에게 한없이 끌립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 죄의 결말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눈물도 납니다.
각각 작품마다 기억에 남는 것들,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한시치 체포록》이라고 하면 이 문장(선언)이 가장 유명하지요.
한시치는 에도 시대의 숨은 셜록 홈즈였다. (〈오후미의 혼령〉 중에서)
에도 시대의 셜록 홈즈…(웃음). 그렇담 오카모토 기도가 왓슨(..).
사실 저는 저 문장에서 '셜록 홈즈'보다 '에도 시대'가 더 눈에 띄어요. 소설 속에서 이 이야기를 발표하는 '나'는 메이지를 넘어 다이쇼 시대를 사는 사람입니다. 한시치가 활약한 것은 에도 시대 말. 작품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가장 마지막 사건은 게이오 3년(1867년) 8월에 일어났습니다.
그해 말에 대정봉환, 왕정복고…이듬해 무진 전쟁. 그렇게 에도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드러내놓고 에도 말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지만 배경으로 스쳐지나가는 에도 마지막 모습들이 어쩐지 막말 좋아하는 제 가슴을 떨리게 하는군요. '라스트 사무라이'는 아니지만 '라스트 오캇피키' 되겠습니다^.^
*에도 시대 경찰 조직의 최하위에 속한 오캇피키와 그 수하들은 사무라이가 아니라 서민이었습니다. 무사가 아닌 부분이 또 어쩐지 제 취향입니다.
*사진은 광문사에서 나온 《한시치 체포록》 전집. 띠지에 "미야베 미유키 씨 애독! '저에게는 <성전> 같은 작품이에요. 책이 망가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퇴사하면서 미야베 여사와는 한동안 만날 일이 없겠다 했는데, 이런 끈질긴 인연이^^ 출판사에 반납해서 지금 가지고 있지 않지만, 기타무라 가오루&미야베 미유키가 편집한 《한시치 체포록》 앤솔러지가 번역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석도 잘 달려 있고, 후기의 두 사람 대담도 재미있는 책이에요. 저, 미야베 여사 소설보다 미야베 여사가 내는 앤솔러지가 더 좋은데 어쩌죠;
+반응이 좋으면 후속작이 있을지도…. 없으면 그냥 개인적으로라도 계속 번역해 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그게 책으로 나오면 더 좋고요^.^(책 사세요 빔 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