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 토모코 신작 두 권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9/14 17:40

<Love, Hate, Love> / <Mo' Some Sting>

결국 제가 좋아하는 건 위선적인 이야기예요.
하기야 어떤 이야기가 위선적이지 않겠습니까만은.

위선적인 이야기가 울리는 감동의 끝자락을 찾는 게 좋아요.
위선이란 걸 알지만 위로받는 순간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 위선이다'라고 생각하면(자각하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디 엔드.
이야기 속에서 튕겨져 나온 저는 멀뚱거니 이야기 밖에서 위선을 봅니다.
더 이상 이해의 범주 내에 있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좇으며 토할 것 같은 현기증을 느낍니다.


야마시타 토모코의 만화가 처음부터 100점이었던 건 아닙니다.
<주점 아키라>는 재밌었지요. 재밌지만 크게 마음을 울렸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 이 사람이 100점짜리로 과대포장되고 만 걸까요. 어쩌면 잘못은 그렇게 멋대로 평가를 부풀린 나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히 야마시타 토모코의 몇 작품은 100점 그 이상의 빛을 발하고,
그녀의 센스는 숨은 대사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줍니다.

하지만 저는 기어코 이번 두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아, 위선이다.
사랑이 야쿠자를 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잖아요? 사랑으로 뭐든 이루어지면 그건 다 위선입니다.

아, 위선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가슴을 뛰게 했던 대사들이 무의미하고 무질서한 말의 나열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보았던 대사를 좀 더 포장해서 나열했을 뿐인 거짓말 상자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어쩌면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저는 이제와서 야마시타 토모코를 버릴 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나온 <장미 폭탄> 드라마CD는 정말 너무 좋았고요. 아마 앞으로 나올 것들도 기대해도 좋겠지요. 아주 조금 거리를 두고 돌아볼 때인 것 같아요. 아주 조금. 그래도 너무 멀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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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4 17:40 2009/09/14 17:40
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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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절망의정원님의 코멘트, Posted @2009/09/18 01:13 댓글쓰기 수정/삭제
    야마시타 토모코씨의 작품에는, 시리어스물이라면 우는 장면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지요.
    이 작가에게는 확 빠져들었다가, 식었다가, 역시 좋은걸! 하고 다시 호감을 가졌다가.. 스스로도 정리가 잘 안되지만, 유우님의 감상에 동감하여 초면에 글을 남깁니다.
    드라마CD는 꽤 많이 나왔더군요. 그 중에서 전 <주점 아키라>가 가장 좋았는데 말이죠. 역시 작품이 좋았던 걸까요?
    뭐 아무튼 눈을 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유우의 답변, Posted @2009/09/19 23:42 수정/삭제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지요. 책은 나오면 바로바로 사지만, 같은 책 안에서 울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과 영 감이 안 잡히는 작품이 마구 뒤섞여 있어서 결국은 '좋은 책'으로 남게 됩니다.
      <주점 아키라>의 그 느슨~한 개그가 참 좋았죠. 성우분들도 다 너무 연기를 잘하셨고요^^
  2. 지나가다가..님의 코멘트, Posted @2010/12/16 23:05 댓글쓰기 수정/삭제
    헉 아주 예전에 이 글을 읽고 지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뒷북이지만.. 그 시절의 전 야마시타 토모코를 갓 알게 된 팬이었기 때문에 (러브헤이트러브는 안읽었었고 모썸스팅만 따끈따끈한 원서를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다른 정발된 그녀의 모든 BL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닥 공감이 안갔었는데..
    아직도 책장의 가장 명당을 그녀에게 내주고 있는 전 유우님의 리뷰들을 바라보다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됐는데.
    아 이 리뷰를 유우님이 쓰셨던 거군요!
    요즘들어 너무 공감이 가서 말이에요...
    아시려나 모르겠지만 요즘 야마시타 선생님은 순정만화를 많이 그리고 있습니다.
    BL은 돈이 안되서 그런 걸까요..?ㅜㅜ 이건 계속 의문이었던 지라..
    한 때는 야마시타 토모코라는 작가에게 너무나 빠졌던 지라 환율로 고생하면서도 책을 사재기고는 있습니다만..
    왜 자꾸 순정을 파는 걸까요.. 왜.. 왜?? 왜.......
    • 유우의 답변, Posted @2010/12/18 09:07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야마시타 토모코가 양지의 세계에 머무르는 것에는 심히 아쉬워요.
      일반 만화에서도 꽤 인정받고 있는 모양이라 이제 정말 그냥 거기에 정착해 버리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이ㅜㅠ 그래도 작가 본인에게 음지의 혼이 있으니(..) 기다려 보렵니다.
      그래도 일단 요즘 나오는 양지 만화들에도 재미를 부치고 있습니다. 돈 크라이 걸 같은 건 정말 재밌더라고요.(양지를 가장한 ㅂㅌ만화라는 새로운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