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 미야베 미유키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09/14 02:03

외딴집 - 상 - 9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미리 양해 말씀. 한동안, 이랄까 지금 리뷰 쓰려고 하는 책들 몇 권이 전부  북스피어에서 나온 책이 될 예정입니다. 출판사 홍보 이런 거 아니고요, 최근에 읽은 것들을 쓰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입니다. 어디까지나 독자입장에서.(아직 독자 쪽이 맞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인터넷서점 상품정보는 매우 편리합니다. 내용설명 내가 하지 않아도 정보 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면 되고!(아하하) 정말 옛날부터 줄거리 요약은 쥐약입니다. 게다가 제가 요약해 놓은 걸 보면 원래 작품과는 거리가 있는 모조리 제 스타일로 부패한 느낌이 나서 미안하단 말입니다-.-

<외딴집>은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극입니다. 기구한 사연으로 흘러흘러 시고쿠의 작은 번, 마루미에 정착한 어린소녀 '호'. 고위관직에 있었으나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 마루미로 유배된 '가가' 님. 가가 님이 오시면서 마루미에는 불길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호는 가가 님이 유폐 된 저택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대충 중요한 부분은 이렇게 될까요. 사실 이것만 보고 시작하면, 1권 내내 등장하지 않는 가가 님 때문에 속을 좀 앓아야 합니다.
중요한 건 호가 성장하는 과정과, 순수한 호와는 대조되는 사회의 어두운 면들. 그런 것들이겠습니다.

호가 정말 굉장히 귀여워서 호가 나오는 부분은 스륵스륵 읽힙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다 괜찮은데, 어쩐지 호가 나오는 부분만큼 술술은 안 읽힙니다. 그게 좀 아쉬움.
실은 시대적인 배경이 그렇게 깊이 관여하는 건 아니라, 에도시대에 대한 대강의 외관을 알고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만. 대부분 독자가 그다지 관심 없는 시대 얘기란 걸 생각하면 약간 씹어 넘기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저도 좀 까끌까끌했는데.
요즘은 따로 각주가 있는 것보단 본문 중간에 같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띄엄띄엄 있을 땐 솔직히 편하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그게 한 권에 한두 군데 있는 게 아니잖아요. 너무 대량으로 나오니까 내용 흐름이 뚝뚝 끊겨 분위기가 산만해집니다.

산만한 분위기엔 번역 문제도 있습니다. 김소연 씨는 워낙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많이 한 분이시기도 하고, 본인 말씀대로 시대물을 많이 작업하셨죠. 근데 제 생각에 김소연 씨 번역은 상당히 직역에 가까워서인지1, 약간 끊어지는 맛이 있는 시대물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실제로 <괴이>는 김소연 씨 말투가 아주 잘 맞았거든요. <샤바케>나 <음양사> 같은 것도 그렇고. 내용이 짧게 끊어지면서, 유쾌한 분위기가 어울립니다.
하지만 무겁고 길게 늘어지는 <외딴집>에선 약간 어긋났습니다. 직역보다는 좀 더 돌리는 편이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초반부의 이런 까끌까끌함을 무사히 넘긴다면 전체적인 내용의 재미는 보장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엔딩엔 반드시 울 수 있고요.(웃음) 사망률이 높긴 하지만, 개죽음이란 느낌은 안 듭니다. 그걸로 이 이야기가 불행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안듭니다.
세상의 부조리나 텁텁함을 이야기하곤 있지만, 결론은 따뜻한 빛이며 푸른 하늘과 바다 내음 쪽이지 않았습니까.
아무것도 몰라서 때묻지 않았던 소녀 호. 점차 세상과 접해가면서 더욱 빛나기 시작한 호. 그걸로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론 하나키치가 마지막까지 하나키치다워서 좋았습니다. 근데 가스케 대장님한텐 좀 많이 혼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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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번역의 최대 쟁점이죠. 원문을 그대로 살리느냐, 우리 말로 돌아서 가느냐.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나와있지 않습니다. 둘 다 필요해요. 세상엔 많은 글이 있는 것처럼, 그 글에 필요한 번역도 제각각이니까.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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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4 02:03 2008/09/14 02:03
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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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딴 집 by 미야베 미유키

    Tracked from Blind-Blue, Posted @2008/09/16 01:23 수정/삭제
    외딴집 - 상 -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오늘은 네 이름을 가르쳐주마." 가가님은 호의 노력을 무시하고 차갑게 말을 이었다.붓을 들어 술술 적는다.그리고 그것을 들어보여주
  1. 시대상도 어려웠었지만. 역시 문체때문에 좀 어렵게 읽었습니다..
    그래도 어떤 책들은 보면 원서가 그런건지는 몰라도 아주 중후한 분위기가 나는 번역도 있어서 그런지 그럴때는 꼭 원석을 발견한듯한 기분입니다. 옛스러운 우리말로 번역된것도 나름 좋더군요.. (>_<)
    • 유우의 답변, Posted @2008/09/17 21:00 수정/삭제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겠지요. 단, 처음 도전에 이 책은 비추천.
      그런데 시대물로 가면 정말 번역 잘 하는 분이 드물어서, 이 정도면 괜찮나 싶기도 해요T_T 엉엉엉.

      >옛스러운 문장 좋아합니다// 그런데 참 이게 어렵죠. 겉만 따라한다고 옛스러운 말이 되는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