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루시바라 유키 원화집 [무시아오]
원본의 사이즈, 종이 재질까지 그대로 살렸다는 정말 돈을 쏟아부은 화집입니다.
화집이랄까... 실제로 큰 원통입니다. 원통 안에 그림다발과 그림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곁들어진 안내책자가 들어있습니다.
정가 4800엔(세금포함) 완전예약 생산제.
라고 하지만 한국 쇼핑몰들이 여기저기 사재기를 한 덕에 처분하지 못한 이 고가의 화집을 곳곳에서 땡처리. 저는 지난 3월에 교보에서 3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일본에선 프리미엄 붙고 난리났던데 정가보다 싸게 산 이 만족감//
사놓고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계속 방치플레이만 거듭하다, 드디어 휴가의 여유를 틈타 포장을 열었습니다. 20장의 일러스트를 보는데 약 2시간 가량 소요한 것 같아요. 완전히 사람의 기력을 쭉쭉 빨아들입니다.
일러스트 크기도 상당하지만, 색채가 단순해지고 있는 요즘에. 무슨 만화를 수채화로 그려? 이 누나는 왜 만화에다 아트해?! T_T
수채물감의 얼룩이며, 희미하게 보이는 섬세한 연필선이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저 만화라고 하기는 아쉬움, 또 아쉬움.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단행본 5권 표지. 종이에 물을 뿌린 후 마르기 전에 배경부분의 채색을 했다는 괴물 같은 그림.(...)
그저 그림이 좋아서, 마음에 담은 것을 그리고 싶어 그린다는 느낌이 강렬합니다. 그런 자연스러움과 집요함이 우루시바라 유키의 매력이겠죠. 느려도 좋으니까, 계속 이 느낌으로 이 퀄리티로 보고 싶은 작가입니다.
사족) 그림 설명을 보다 깨달은 것 하나. 충사 완결 소식에 꽤 쇼크를 받으면서도, 내용이 클리셰해지기 전에 멈추는 건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의 클리셰보다 더 큰 문제는 세계관의 고정화였을지도.(아예 메이지초기로 설정해서 전기가 들어오네 마네 헛소리를 지껄인 영화의 만행을 생각하면 감독에게 원작을 읽긴했는지 묻고 싶어지지만) 어느 시대인지 어느 나라인지 알 수 없는 느낌이 충사의 매력이겠습니다만, 내용이 진행되면서 세계의 모습이 하나씩 정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인지도. 어쨌든 여전히 인기있는 만화를 끝내기로 정한 것에 대해서 작가도 출판사도 현명합니다. 그리고 팬으로선 아쉬움과 씁쓸함이 가득.
사족2) 무시아오(虫襖)는 흑청색을 말하나 보더군요. 그래서 통이 저런 요상한 색인건가.
(이미지는 고단샤 홈페이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