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다가 싫다

Under 일상의 재/일 년의 363일   Posted @2008/07/11 02:24

소설도 만화도 드라마도 영화도 애니도 재탕 안 하는 유양, <레이디조커> 영화 삼탕을 했습니다.
처음엔 책을 읽기 전, 두 번째는 100페이지를 남겨둔 시점, 그리고 지금. LJ를 다 읽고 반년이 흐른 시점에서의 감상. 볼 때마다 기묘하게 영화에 대한 느낌이 달라집니다. 당연하지만.
하지만 역시 영화가 허술하다는 느낌은 변함이 없군요.

영화에서는 어째서 그들이 그렇게 고독한지 나오지 않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그들이 죽음을 택해야 하는 사회의 뒤틀림이, 그들의 죽음 앞에 무기력하게 분노하는 주변인들의 절망이 모두 숨죽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다와 한다가 동등한 위치에 서있습니다. 영화의 각도에서는 고다의 라이벌이 필요했겠죠. 고다는 분명 한다에게 집착합니다. 영화에 얼핏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집요하고 치졸하게 집착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한다는 고다를 의식하고, 질투합니다. 결정적으로 두 사람은 동등하지 않습니다.

어느 모로 봐서도, 고다는 한다에게 형사로서는 한 수 위였지요. 지위도 형사로서의 능력도.


나는 오늘 갑자기 그런 한다의 질투가 정당하게 느껴졌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고다는 확실히, 부조리할 정도로 멋진 남자고, 재능에도 환경에도 혜택을 받는 사람입니다.

고다시리즈를 읽으면서는 한 번도 고다가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요즘 <땅을 기는 벌레>1를 읽으면서도 괜히 나오지도 않는 고다에게 화를 내기 일쑵니다.
그 단편집에 나오는 한 때 형사였지만, 지금은 형사가 아닌 중년 남자들의 무기력함. 형사라는 직업에 진력을 내면서도, 마음 한 곳으론 형사로밖에 살지 못하는 바보같은 남자들을 보고있자면, 고다가 떠오르기도 하고 고다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고다도 분명 형사라는 직업에서 떨어져나오면 이 남자들 같겠지.
하지만 고다는 여기 나오는 사람들보다 훨씬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출세가도의 멋진 주인공입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갑자기 쇼류가 생각나서.(웃음) 오노 후유미 소설에는 자주 쇼류같은 인물이 등장합니다만, 쇼류처럼 잘 되는 사람은 좀처럼 없습니다. 시귀의 토시오도, 동경이문의 나오시도 끝은 참 찌질구레하지요. GH의 스님은 그럭저럭 잘살고 있습니다만. 쇼류만큼 주변 환경이 따라주는 캐릭터는 좀처럼 없습니다.

지금 나에게 고다가 그런 느낌이랄까. 이런 복에 겨워서 XXX한 놈 같으니.(...-.- 애정발언..일지도)



마구 탈선해서 다시 영화얘기로 돌아갑니다.
<마크스의 산>, <레이디 조커> 두 영화에선 가노검사가 배제됩니다. 그리고 개정 된 문고판 <마크스의 산>과 <석양에 빛나는 감>도 가노가 어느정도 배제되었습니다. 앞으로 가노는 배제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인물이려나.
만약 <레이디 조커>가 또 대폭 개정되어 문고판이 나올 때는 이 이야기에서도 역시 가노는 배제당할까요. 그렇다면 애초에 그런 캐릭터, 없는 게 나았습니다. <레이디 조커>에서의 가노는 배제당해선 안 되는 인물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영화에서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왜 그들이 <레이디 조커>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다 떼어내버린 건, 영화적 구성이나 러닝타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레이디조커에서 레이디조커를 빼는 건 대체 뭔 짓? 마치 <마크스의 산>에서 마크스도 산도 등장하지 않는 그런 느낌입니다.

<석양에 빛나는 감>이 지극히 고다의 개인적인 이야기였다면 <마크스의 산>과 <레이디 조커>는 어느 부분 통하는 게 있다고 봐요. 누구에게도 마크스가 있었고, 산이 있었던 것처럼. 범인 외의 사람들에게도 조커(치명적인 약점)는 있고, <레이디 조커>라는 이름 하에 뭉친 그들은 단체이기도 하고 개인이기도 했던 점. 같은 이름이지만 그들의 <레이디 조커>는 각자 달랐다는 점. 그런 것들을 뺀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는 시답잖은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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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다카무라 가오루 단편집. 형사 하다 그만 둔(혹은 정년퇴직 한) 아저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저씨들은 한결같이 찌질합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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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1 02:24 2008/07/11 02:24
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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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헉.. 가노검사가 배제되나요? 조만간 시간될때 느긋하게 영화를 볼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ㅜㅜ)
    그나저나 왜 문고판을 내실때마다 가노검사를 배제하시는걸까요? 흑흑.. 혹시 가노검사가 찍혔다던가..(?!)
    레이디 조커도 어서 번역이 되어서 나오면 좋겠습니다만.. 제 불길한 느낌상으로 왠지 모르게 문고판이 번역되어서 나올것같은 기분이예요.. 그렇게 되기전에 어서 국내에 발매만 좀 되었음 하는 바램입니다..
    • 유우의 답변, Posted @2008/07/15 03:42 수정/삭제
      영화에는 마크스와 레이디 조커 둘 다 등장하지 않습니다. 소설(문고판)에서도 곳곳에 짤린 부분이 있고요. 소설에서 짤린 건 다 고다에게 러브빔.. 부분.. .... 여사님이 더 이상 홈오홈오가 좋지 않으신 듯;;;
      영화는 두 편 다 소설과는 꽤 다르지만(특히 마크스는 별개의 작품 취급 받는 듯;;) 전 둘 다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특히 마크스의 젊은 나카이 키이치 상, 너무나 고다고다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