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사와의 <마크스>가 속삭이던 어두운 산도, 노무라 히사시를 묻은 다섯 명의 <마크스>의 산도 단순한 키타가타가 아닌, 후지산을 바라보는 키타가타였던가. 정상에 서서 동쪽 하늘을 우러러보려 오르는 산인가───.-髙村薫『マークスの山 - 下』講談社 p.323
<LJ>를 읽으면서 줄곧 이건 같은 시리즈가 아니라는 위화감이 있었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는 건 어려웠습니다.
나는 지금,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적어도 내 안에선 <마크스의 산>이나 <석양에 빛나는 감>이 연애물이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LJ>는 그런 점에서 전의 두 작품과는 다르다고 나는 느꼈던 겁니다.
전면 개고 된 <마크스의 산> 문고판은 오히려 <LJ>에 가까운, 아니 그것과도 동떨어진 책이었습니다.
마음을 고동치게 했던 격정적인 부분은 빠지고, 그와는 다른 측면에서 사건을 보고 있습니다.
이건 이것대로 좋지만, 아아 뭐랄까. 같은 이야기가 이렇게 다른 장르로 다가오는 것도 신선합니다.
그래도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하면 연애물이었던 <마크스의 산>이 더 좋습니다. 문고판에서는 미즈사와의 상태가 많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마치코와 미즈사와의 관계도 달라졌고, 결국 마치코의 비중이 줄어들었습니다. 나는 미즈사와가 사랑했고, 마크스가 사랑했던 마치코가 좋았는데 말이죠. 문고판에선 마크스는 결국 마치코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그의 상태로 보아, 마치코에 보이는 집착은 그녀가 특별한 존재란 사실을 얘기해주긴 하지만요. 마치코는 정말 페코 상의 말대로 그저 "머리와 자궁이 연결된" 여자에 불과했습니다.
마치코의 그림자가 희미해진 것처럼, '미즈사와'의 그림자도 희미했습니다. 그저 마크스만이 날뛰었을 뿐입니다. 미즈사와의 마크스, 다섯 명의 마크스. 어쩌면 고다 안에도 숨 쉬는 마크스.
또 하나의 러브라인(?)도 묵살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여자를 모르는 무균배양의 가노"라는 무시무시(?)한 문장이나(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도..도..동..동...저...ㅇ......?) 가노가 고다와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의 결혼식에 불참했다는 이야기나. 그런 가노의 연심을 암암리에(노골적으로) 알려주는 장면들이 싹둑 잘려나갔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가노의 우렁각시 행각은 계속됩니다. 청소해주고 목욕물 데워주고 신발 닦아주고. ... 시집가면 진짜 잘 살겠습니다-_- 딴소리지만, 전 이제 가노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싶기도 해요. 가노가 행복해지는 모습 좀 봐야겠습니다.
어차피 안 될 거면, 고다는 그만 버리고!(T_T) 차라리 7계의 유키노죠는 어때?! 따위의 권유가 하고 싶어 질랑말랑.(자가발전 너무하다 폭발했습니다. .....)
재미는 있었는데, 뒷 맛 찝찝한 것도 여전한데.
예전 걸 읽었을 때 눈물 펑펑 쏟았던 마지막 장면이 그냥 찡한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LJ>를 읽고 난 후 읽으니, <마크스의 산>의 그 묘한 쾌활함이 마음 편했습니다. 이때의 고다는 딱딱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사람이었군요. 7계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고다가 오사카 사투리를 쓰자, 가노가 네 사투리는 좋다며 좀 더 쓰라고 하는 부분을 읽다 깨달았는데. 고다가 도쿄말씨를 쓰게 된 건 일을 하면서죠?? 그럼 학생 때, 가노랑 만났던 시절엔 전부 오사카 사투리였단 말인가! 그런 범죄적인 귀여운 짓을 고다는 하고 다녔단 말인가!!! 가노가 고다만 좇아다닌 이유가 있었습니다-_-
아, 하드커버의 <마크스의 산>에서만 두 사람이 고교시절 부터 친구라고 나오는데(<석양감>에선 하드커버판에서도 대학시절친구로 되어 있음) 문고판에선 대학시절로 수정되었군요. 정녕 고교시절 운명의 만남은 없었던 건가요.
>페덱스 아저씨가 눈보라를 뚫고 살포시 가져다주신 <신조>는, 그러나 역시 못읽겠습니다. 서술 부분에 고다를 지칭하는 말이 '고다'가 아닌 '유이치로'란 말이예요.(LJ까진 분명 '고다'였습니다) 나이 마흔 넘은 아저씨를 밑에 이름으로 부르는 거냐;ㅁ; 나는 부끄러워서 읽을 수가 없어;ㅁ;(1화부터가 아니라서 못 읽는 게 절대 아니...게을러서 못 읽는 것도 절대 아닐..지도? 콜록)




레이디 조커는 문고판 나와도 안 볼까 봐요. .... 그냥 자가발전만 할까봐요...(털썩)
<다카무라의 책>은 저도 옆에 간직하며 틈틈히 참고하고 있습니다// 고다홀릭도요/// 사이트이름조차 감동적입니다// 7계시리즈는 고다시점이 아니라 말 그대로 7계의 다른 사람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모양이라 더더욱 궁금합니다. 제가 여사님을 2년 전에만 좋아했더라도(너무 먼가요;) 도서관을 뒤지는 건데T_T 아무래도 잠깐했던 일본 생활 중에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에 그 잡지가 있었던 모양이라. 뒤늦게 땅을 칩니다.
올해는 이거저거 번역이 나오니, 팬이 좀 늘지 않을까 기대 중입니다.
죽기 전에 언젠가는 볼 날이 있겠지요. 있으리라 믿습니다T_T
그래도 이번에 나와서 팬이 많이 는 것 같아요. 제가 괜히 흐믓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대로 마크스는 마크스니까요.(그 이전에 <레이디 조커> 개정 문고판에 너무 만족해서 여사의 개정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다 사라지고 말았다는;;)
고려원판의 마치코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사실 많이 아쉬웠어요. 미즈사와는 여전히 불쌍하고.
(마크스),(레이디 조커)→고다
(석양감),(태양 말)→유이치로
랍니다. 뭘 노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