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감상은 여기
읽기는 읽어도 감상을 쓸 정신은 어디론가 가 버려서 슬픈 근래입니다.
그래도 리오우는 일단 쓰고 봅시다. 이미 기억에서 잊히고 있지만요.
당초에는 책을 읽으면서 체크했던 대사들에 대한 코멘트를 쓸 예정이지만, 방향을 바꿔서 읽으면서 읽은 후에 생각했던 단상들을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 (7/12) 리오우 라이센스가 나온 것이 4년 전. 표지도 다소 미묘하지만, 편집도 미묘합니다.
상업지라기보단 동인지를 보는 듯한 장정입니다. 번역도 미묘합니다. 손안의책의 거의 전속 번역가인 듯한(;) 김소연 씨(본업은 어느 출판사 편집자라던가^^;) 번역은 좋아하고 있고(워낙 좋아하는 작품만 하고 있어서 그런지;;), 손안의책에서 나오는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씨 하나하나 정성들였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데.
아직 미묘합니다. 이렇게 미묘할 수가.(웃음)
일단 기본적인 번역은 직역의 냄새가 강하고 오역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아주 가끔 보입니다. 또, 교열할 때 잡아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매우 수상한 문장들도 간간이 있네요. 이런 부분까지 다 합쳐서 사랑스러워 보이니 이건 대체 무슨 콩깍지ㆀ
리오우라는 작품 자체에 대해서도 새로운 맛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 그야말로 청춘의 폭풍을 맛봤다면, 지금은 에로티시즘의 극한을 맛보고 있습니다.
이 내용이 이렇게 끈적끈적했던가. 표현 하나하나가 정말 낯부끄러워서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참 잘 읽힙니다ㆀ
카즈아키의 그 가벼운 듯 무신경한 성관념이 꽤 마음에 듭니다. 성적인 장면이나 표현이 많이 나오지만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런 것들은, 남근적인 남성성이 아닌 어디까지나 여성이 그려낸 판타지적인 남성성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 부분이 전 꽤 좋습니다.
리오우도 그런 리오우를 좇는 카즈도 아름답습니다.
리오우는 그저 카즈아키의 심장에 자신의 귀를 대고 그 소리를 들었고, 카즈아키도 똑같이 한 후, 서로의 심장에 번갈아 입맞추었다
휘리릭 장을 넘기다가 마지막 장면을 다시 읽고 너무 부끄러워서 울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부끄러워도 울 수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울다가 내릴 역에서 못 내리고 지각할 뻔 했습니다;;(예전 감상엔 이 부분이 진짜 좋았다고 써 놨네요. 네, 좋았어요 다시 봐도;;) 우오오. 진짜 너네 너무 부끄럽다T_T 이 두 사람은 분명 가장 순수한 욕정으로 서로에게 끌리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성욕으로 보이지 않는 게 참 이상합니다. 저런 부끄러운 짓을 대낮에 풀밭에서 하는데 말이죠. ... 38살 좋은 나이의 남자 둘이.
: (7/30) 70년~80년대는 어느 나라건 하나의 격동기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일초일초가 전부 격동기지만요. 시간이 지나면 분명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생각될 겁니다. 그런 격동기에 휘말린 청춘의 단상은 좋아하기도 하고 무심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제겐 아직 멀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고, 그 사람들이 바로 주변에 있다고, 그 자체가 나에겐 판타지입니다. 오히려 훨씬 먼 시기 백 년, 그 이상 오래된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사담이 길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내 아버지, 내 부모, 그들이 리오우나 카즈아키와 동시대 인물이란 걸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을 보면서는 쉽게 연결짓지 못했던 일들이, 오히려 너무나 판타지적인 특수한 이 소설이기 때문에 생동감을 가지고 내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잊어버린 그들의 청춘을 생각하고, 21C가 된 지금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수만 가지의 이야기가 되어 또 나를 가슴 뛰게 합니다.
: 정말 썩은 관점이긴 한데. 두 사람은 깨끗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뒤로는 그 후 두 사람이 과연 어떻게 발전했는지 심히 궁금합니다. 그전까진 분명 두 사람은 플라토닉이었을 겁니다. 그렇고 그럴만한 시간 여유도 없었고 말이죠. 두 사람 다 기본적으론 여성을 좋아하고 말이죠.
나는 두 사람이 타카후미와 케이 같은 관계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두 사람 다 타카후미도 케이도 아니지만요. 두 손 꼭 붙잡고 천년만년 살아줬으면 좋겠단 말입니다. 남부끄럽게. 아핫핫. 상자우리의 외전인 <억새들판>에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에 이런 게 있습니다. [이전과 비하면 분명히 횟수는 줄었지만, 이 나이가 돼서도 아직 키타가와는 자신을 원하고 있다] 풉.(...) 이런 관계였다면 좋겠다는 겁니다. 리오우와 카즈아키도.
같이 살게 되었어도 각자의 인생이 있고, 또 좋은 여자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래, 여자들 만나도 좋지만 잠은 꼭 코타랑 셋이서 천개 달린 리오우 침대에서 함께 자라.(웃음)
두 사람이 나이를 먹어도 계속 깨끗하고 담백하고 열정적인 관계이길 바랍니다. 바람과 망상이 따로 놉니다.(미안, 내 머릿속에서 두 사람은 이미 갈 때까지 갔.....lllorz)
덧. 손안의책에 올렸던 <내 손에 권총을>의 일부분. 리오우와 카즈아키의 부부싸움ㆀ
"하라구치는 누가 반해도 무리가 아닌 훌륭한 남자였다. 你也看中了他. 我才看不透哪.和我你背了约.(당신도 그에게 반했던 거야. 난 알 수 있어. 내 약속을 깬 건 당신이야.)"
리오우는 그렇게 말하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5년 만에 보는 맑은 눈에 지금은 가혹한 격정의 빛이 있었다. 거의 물고 늘어질 듯한
그 눈은 이 장소의 비즈니스완 무연의,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혼잣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것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카즈아키 단 한 사람이었다. 무엇이 말하고 싶은지 반쯤은 알았지만, 반쯤을 알 수 없었다.
"坐窝儿我没的约定了…….(나는 애초에 당신과 약속 같은 건 아무것도 한 적이 없었어)"
"你忘记了, 但我不会忘记.(당신이 잊었어도 나는 잊지 않아)"
리오우는 한 손에 잡고 있던 선글라스를 다시 쓰자마자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것과 동시에 그 입가엔 훌륭한 상업용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다카무라 가오루『내 손에 권총을』, 강담사, P.285~286>


의외로 좋았달까.. 전혀 취향의 글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예요..
저도 북페어가서 사가지고 오면 다시 읽어봐야겠군요..
근데 그렇게 끈적했었던가요?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