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아주 특별한 별나라 여행 : 모리 히로시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7/05/25 00:06

-몹시 일본소설다웠다. 같은 한국어로 쓰여 있어도 일본 소설은 왜 이다지도 일본 소설 다울까. 왜 똑같이 몽환적인 소설이라도 한국소설과 일본소설은 이다지도 다를까.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제 와서 책 소개를 보니 '자전적인 판타지 미스터리 연작 소설' 이라네. 읽으면서 생각한 또 한가지가 사소설이란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F가 된다도 사이카와의 모델은 작가 자신일까? 그리 생각했지만, 이 소설은 그 자체가 작가의 덩어리 같다는 느낌이었다.
내용의 전개가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마지막만은 추리소설답고, 또 쓸쓸했다.

-안 그래도 담백한 게 먹고 싶은 날이었는데, 이 소설을 펼친 덕분에 기로기로에 다시 가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 담백한 게 먹고 싶다. 교토에 가고 싶다. 기로기로의 멋진 치프와 유쾌한 셰프가 보고 싶다. 엉엉T_T

-소설 안에 그려진 여성상은 다소 불쾌했다. 수동적이며 여성(아내)이 남성(남편)을 보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목이 콱콱 막혔다.

-오타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번역도 편집도 정갈하다. 읽기 편하다. 번역문엔 아무런 불만도 없다. 한국어 같은 맛은 떨어져도 매끄러운 번역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옮긴이의 말'. 모리 히로시가 블로그를 꾸린다는 것,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의 신변 이야기를 알려준 건 매우 고맙다. 하지만 대체 이건 무슨 의도의 글일까. 역자의 후기도 아니고, 서평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모리 히로시 정보지? 마치 페이지 맞춰 쓰려고 인터넷을 긁어가며 억지로 끼워 맞춰 쓴 학생의 리포트 같다. 뭘까. 이 글의 정체는.


조금 특이한~을 읽고, 모리 히로시 책을 검색해보니 이런 게 튀어나왔다. 동명이인인가 했다. 매우 귀여운 그림책이다. 놀랍게도 글/그림 모두 모리 히로시란다. 재주 많은 남자다. 그림은 깔끔하고 귀엽다. 그림을 어느 방향에서 봐도 좋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중반부까지 아동교육용 과학상식책자 같은 느낌인데.
마지막에 갑자기 모리 히로시가 된다.
고독을 꿈꾸고 희망을 묻는다. 뭘까. 이 책은. 결국 이것 또한 사소설인가?

백 권 넘는 저작 중에 겨우 3권을 읽고 뭘 알겠느냐만, 공교롭게도 세 작품 모두 고독을 노래한다. 내용도 전개도 모두 달랐지만 결말은 똑같았던 기분이 든다. 어린 아이 같고, 쓸쓸하다.

뒷부분 '해설'은 되려 상상력을 제안하는 것 같다. 고압적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이 책은 한 페이지를 적어도 3시간 이상 보아야 하는데. 나는 30초 정도 밖에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거기에 대해선 반성한다. 하지만 이 '해설'을 본 이상 더는 생각을 해도 소용이 없는 기분이 든다. 왜 실컷 생각하며 읽으라고 질문을 던져놓고 '해설'이 붙은 걸까. 뭐, 해답지 없는 문제집은 답답하지만 말이다.

해설이 작가 본인이 쓴 건지, 한국어판에서 붙인건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어쨌든 그냥 좀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의 일어판은 인세가 붙지 않았단 소리가 있던데, 진실여부는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겠고, 확실히 그림책인데 천엔이란 가격은 싼 듯. 시리즈로 뒷권도 나와 있는 것 같으니 보고 싶다. 시리즈라고 하면.. 모든 것이~는 정녕 그것만 덜렁 내주는 것인가T_T 쵸큼 서운.



>>모리 히로시에 대해선 단순히 오타쿠가 아닌가 싶은 의혹이 깊게 든다. 의혹이 아니라 진짜인가.(....)
홈페이지 링크에 BL작가인 이즈미 카츠라 씨 HP가 연결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이즈미 카츠라 씨는 유명한 모리 히로시 팬인 모양. 무려 키타조교수 독신 지원 위원회의 발기인이라고 한다. 역시 세상은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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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5 00:06 2007/05/25 00:06
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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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고보니 모든 것이 F가 된다 정식 한국어판에인가, 그 소설을 쓴 이유가 집 마당에 철도를 깔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라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요... 철도 오타쿠(..).
    역자 후기는, 의외로 페이지 수 채우기 귀찮아서 그런 걸지도.. 저도 포스팅 할 때 가끔 써 먹는 짓(...). 하지만 저 여성상 이야기는 모리 히로시도 야마토 나데시코를 좋아한단 뜻일까요, 이런,
    저는 모든 것이 F가 된다,. 상당히 재미없게 읽어서. 더 읽을 생각은 없는데 저 그림책은 살짝 당기네요. ^^
    • 예, 그렇죠..-_-;; 소설 잘 팔려서 저택 지어놓고 마당에 철도 만들면서 지내고 있나 봅니다.

      원래 개인적으로 해설이니 뭐니 본편 뒤에 붙어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저걸 쓸 때 기분이 심드렁해서 더 까칠했습니다. 여성상은 모리 히로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인 시선의 문제랄까요. 저도 평소라면 별 신경 안 쓰고 지나쳤을 것 같아요. 역시 요즘 좀 까칠해서ㆀ

      그림책 귀여웠어요! 내용보단 그림 쪽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이거야말로 모리(덕후;)월드★란 느낌입니다.
  2. 그림을 잘 그리면 글을 못 쓴다든지, 글을 잘 쓰면 그림에 꽝이라든지, 글과 그림 모두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저만의 편견일지도;;) 말씀마따나 재주 많은 남자네요. 책 읽을 때마다 '이번엔 해설 안봐야지!'라는 결심이 무색하게도 보고야 맙니다.orz
    • 자기 연구에 대학 수업에 소설에 그림에 마니악한 취미까지; 굉장한 사람인 것 같네요, 진짜.
      전 해설 보는 걸 싫어하면서도 전부 읽게 되요. 이것까지 읽지 않으면 책 한 권 다 읽었다고 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꾸역꾸역. 즐겁게 읽을 방도를 찾든지 읽는 걸 포기하든지 해야 할 텐데요T_T
  3. 타로롱님의 코멘트, Posted @2007/05/28 09:47 댓글쓰기 수정/삭제
    기로기로... 후후후후후 ㅜㅜ
    책 내용은 모르겠지만 표지 굉장히 깔끔하니 이쁘네.
    소설 내용도 그러우?
    • 내용은 적당히 몽환적이고 적당히 깔끔함. 결론적으로 일본소설스러워! 난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그대에게 맞을지는 모르겠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