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 1 야심 편 : 야마자키 도요코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7/04/08 10:23

전부 4권인데, 전 과연 2~4권을 읽어도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1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쭉쭉 소비되고, 드라마에 대한 호감까지 20% 감소 된 상황입니다. 4권을 다 읽고 나면 DVD를 열망하는 마음도 사라질지 몰라, 그럼 돈 굳네..이런 생각으로 뒷권에도 메리트를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만.(콜록)

5,60년대 일본소설 특유의 그 울렁울렁 밋밋한 느낌 때문인지, 80년대~90년대 초반 번역 특유의 초벌번역 같은 거친 느낌때문인지.. ... 문장이 괴롭습니다. 괴롭습니다. 괴롭습니다.
2006년판인데 번역 부분은 전혀 개정하지 않은 듯. 아주아주 훌륭한 번역이라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좋겠지만, 그 사이 변한 용어도 있고 번역 상 미스도 마구 보이는데, 드라마 방영에 맞춰 부랴부랴 표지만 바꿔서 낸 티가 아주 팍팍 납니다. 이런 무성의한 태도가 매우 불쾌합니다.

사람 이름이(사실 작가 이름도 야마자끼 도요꼬 라고 표기되어 있음) 고로오, 사또미 등등으로 표기된 건 자동정화 기능으로 읽고 있지만, 너무나 직역한 문장이나 앞서 말한 몇 가지 용어의 문제. 그런 게 이 책이 구판이었다면 용서가 가능했지만 신판인 이상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이 출판사 책은 절대 다시 읽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샘솟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1과의 가나이라고 합니다. 학술회에 발표하신 특별 발언을 잘 청취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나이는 기꾸가와를 관찰하듯 진하게 훑어보았으나 기꾸가와는 되레 무뚝뚝하게 내뱉었다.
"이쪽에서"

하얀거탑 1 야심편 p.204(야마자키 도요코/박재희 역/창조사)

이게 웬 외계어. 이쪽에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요. 내용 정황상 "이쪽에서"라는 게 "こちらこそ(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인 것 같긴 한데, 설마. 설마-_- 초급회화책 제일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인데요. 설마 이걸 오역했을까.(먼산)
원문이 어떻고는 둘째치고 문맥이 전혀 안 이어지는 저 말을, 번역이나 편집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걸까요. 제가 한글을 잘 몰라서 이해가 안 가는 겁니까-_-


번역에서 하나 마음에 드는 건 아즈마교수의 말투인데. 드라마에선 원작을 열심히 살리려고 했던 게 세부묘사에서도 드러나지만 아즈마교수 말투는 소설번역을 거의 그대로 쓴 모양이더군요. 아즈마교수의 그 조잔함이 생생히 귓가를 때렸습니다.
하지만 그게 도를 지나쳐서 완전 계몽소설이던데요. 와아...................아즈마교수의 행동들에는 눈물이라도 글썽이며 감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감정이입 할 수 없어 몸부림치는 한 마리)


내용면에서도 껄쩍껄쩍. 자이젠과 사토미가 친하지 않다는 걸 용서할 수 없어요!
사토미(최교수)가 자이젠(장교수)에게 싸늘한 거야 드라마에서도 그렇지만, 그 내면에선 사실 두 사람은 동기 이상의 우정(애정?)이 베이스로 있는데, 소설에선 그냥 동기 이하처럼 느껴집니다.
탁월한 심리묘사가 어쩌고 하는데, 그다지 탁월함도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냥 참 자이젠이 쩨쩨한 자식이구나란 걸 느낄 뿐.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도 있었겠죠. '모래 그릇' 때도 그랬듯이. 매력적인 작품들이긴 하지만, 어쩐지 5,60년대 일본소설은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20C 초반 작품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도 미적인 부분도 더 충실한 것 같아요. 이건 그냥 개인적 취향 문제입니다. 5,60년대의 모든 작품이 아름답지 않은 것 아니고, 근대작품이 모두 아름다운 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취향에 맞는 게 근대소설 중에 몇 작품있고, 5,60년대 소설 중엔 아직 없을 뿐입니다. 언젠가 생길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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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8 10:23 2007/04/08 10:23
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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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unnybunny님의 코멘트, Posted @2007/04/08 11:05 댓글쓰기 수정/삭제
    저도 - 신판이 나온걸 발견하고 사줄까 했는데 구판의 번역 그대로 썼다는 걸 보고; 영 아쉬워서 다시 넘기고 싶으면 도서관 갈란다 ~ 하고 접었습니다. 이왕 나오는 김에 좀 고쳐주지 그랬어!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읽었을 때도 그렇지만 정말로 80년대 출간된 책들을 읽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나름 재미나게 읽었는데 - 드라마가 원작을 그대로 따라한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면서도 세세하게 파고가면 그렇게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여기고 있어요. 드라마에 대한 간섭이 많은 분이었다고 하지만 사실 드라마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낸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국내판 거탑은 보지 못했지만 .. 요즘 거탑에 ^^; 휘둘리고 있습니다 ^^a .. ㅠ.ㅠ

    문장이라고 하면, 그냥 일본 문학을 말할때 으례 따라나오는 그 분들이 거론되는게 새삼 당연하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해요. 정말 말씀하신대로 그 즈음의 거친 맛의 추리소설이라든가 .. 일반 소설을 읽고 나면 특히 드는 생각입니다.
    •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재밌으면 사야지 했는데, 그럴 일은 오지 않을 듯T_T 번역이 정말 너무 어색해요. 번역을 새로 안하더라도 편집자가 한 번 교정만 했어도 이렇지는 않았을 듯.
      일드 하얀거탑은 지금 보다 만 상태라서 어서 봐야 할 텐데요~ 확실히 일본이 드라마는 스케일이 크지요. 하얀거탑도 캐스팅부터 압도적이고. 국내판이 그에 비해 부실하단 소리도 있지만, 그건 양국의 드라마 제작여건의 차이라 어쩔 수 없다고 봐요. 그런 걸 따지면 국내판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 정말 재밌게 봤어요.
  2. RyuHa님의 코멘트, Posted @2007/04/08 20:07 댓글쓰기 수정/삭제
    예의 M기가 발동해서 이 글을 읽고 하얀 거탑이 읽고싶어졌습니다 (웃음) 번역 이상한 문장이 차라리 80년대 번역이라 그래, 라고 하면 납득이나 가지만 20세기에 번역된 주제에 저런 문장이 나오는 책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 읽어, 읽어. 그리고 괴로워하는 거야. 같이!
      ......;

      저 책은 번역에도 문제가 있지만 담당편집자가 없었나 봐-_- 설마 교정을 거치고도 저 정도라고 믿고 싶지 않아.
  3. rirentz님의 코멘트, Posted @2007/04/09 00:26 댓글쓰기 수정/삭제
    우와 대단한 번역센스?! 아아아아주 옛날에 번역된 책을 옳다구나 하고 그냥 출판해 버린 모양이네요. 참 돈만 벌면 단가....
    • 정말 그냥 드라마 방영에 맞춰 돈 벌어보잔 속셈으로 낸 것 같습니다. 씁쓸할 따름이에요. 독서율이 낮다느니 하지만, 이걸 보고 독서 할 마음이 드는 편이 신기합니다.
  4. "이쪽에서"가 압권이네요. 나태와 무성의의 극치를 달리는 오역...-_-;
  5. 宵待님의 코멘트, Posted @2007/04/10 17:13 댓글쓰기 수정/삭제
    모래그릇은 반 쯤 읽다가 활자에 지쳐 그만 손놓았지요(영화화된 모래그릇은 매우 정감어린 작품이지만). 말씀대로 저 때의 일본 하드보일드는 정말 정진정명 '하드보일드'다워서 건조하기 그지 없어요. 전 하얀 거탑은 대형서점에서 한 번 열어보았다가 그냥 닫았습니다^^;
    • 저는 드라마 모래그릇을 보고 소설을 읽었는데. 소설도 재미는 있었는데, 그 뭐랄까- 그냥 정말 동정의 여지없이 다 나쁜 놈이고- 살해원리도 뭔가 웃겨서...콜록콜록.
      역시 일본 소설도 질척질척한 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