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작 뒤의 작품은 왜소해 보인다고 할까, 왜소해 보여야 한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낮았습니다. 리뷰 평들은 대체로 좋았지만, '그런' 작품 뒤에 호노보노라는 게 좀 꺼려져서 읽는 걸 미루고 있었던 책.
하지만 분명, 코노하라 나리세 작품이었습니다.
코노하라의 냄새가 물씬물씬 풍기는 작품이었습니다.
대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작의 그림자에 가려질 작품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가진 '호노보노'라고 불리는 것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 번 세차게 뒤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정말 호노보노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데, 그게 내가 가졌던 이미지와는 전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어휘력으론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하튼, 그런 느낌.
햇볕 냄새가 나는 이야기.
뽀송뽀송 말린 이불냄새가 나는 이야기.
호노보노란 말을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호노보노는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는 말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네요, 이 이야기의 호노보노는 제 안에선 "뽀송뽀송"이라고 번역되고 있습니다.(웃음)
내용도 삽화도 그저 잔잔하게 흘러갈 뿐입니다. 잔잔하게 흘러서, 그 종착역이 하수구가 될지 바다가 될지, 그런 불안도 모두 안고 흘러 흘러.
화려할 것 없는 사랑도 사랑은 핑크빛이고, 조용히 흘러가는 사랑도 사실은 한 번은 격렬히 소용돌이 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우유부단에 상대 배려가 지나쳐서 삽질로 빠지는 사사가와가 사실은 꽤나 스케베에에- 한 점도 꽤 재밌었습니다.
9월 신작은 분명 에이즈가 소재였지요. 시한부나 이런 건 또 제가 꺼리는 소재라서 기분이 무겁습니다. 막상 읽으면 느낌이 달라질지. 읽기 전에 누가 손수건세트를 선물로 사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이즈 다음 작품이 흡혈귀와 유쾌한 친구들인 건 어쩔거야..
(그림출처:7&Y)


리벳은 잡지 연재분을 본 바로는,엄청나게 무거운 건 아니었어요.(사람마다 무거움을 느끼는 게이지는 다르겠지만..) 그냥 별로 살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다시 살고 싶어지고 다시 약을 먹고 싶어지고(영화<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그 대사처럼) 좀 더 강해지고 싶게 하는 장치로 쓰였달까..뭐,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낼 순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