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버린 17세의 봄 : 오노 후유미 (日)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5/03/16 20:07

앞의 몇 페이지를 읽고 우는 소릴 했지만 그 뒤는 자신이 놀랄 정도의 스피드로 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내용도 재밌었고, 일러스트도 좋아서 흥이 배로 나 버린 걸 까요.

소설책이긴 하지만 일러스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지라 표지도 스캔하고 말았습니다. 오노 후유미의 글에 하츠 아키코의 일러스트라니! 이렇게 두근거리는 책이 있어도 되는 겁니까!(눈물)

개인적으론 스토리를 좋아하는 만화가가 다른 사람의 스토리에 그림을 그리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이게 다 「요마소녀 카루타」의 악몽 때문이지요) 오노 후유미님의 글이라면 대환영이지요. 하츠 아키코님의 그림은, 솔직히 예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그 어딘지 침착 된 듯한 아름다움이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그 감각적인 스토리는 두말 할 것 없고요.

이 소설은 정말 하츠 아키코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어진 이야기처럼, 오노 후유미의 소설이면서 하츠 아키코의 느낌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소의 고풍스런 멋과, 밤의 어두움과, 그 어둠을 꿰뚫어 보는 고양이란 존재까지. 어쩜 이렇게 들어맞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사실 좀 더 예전에 「저주받은 17세」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가 복간된 것인데 그 때도 하츠 아키코님에게 일러스트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결국 다른 분이 그렸던 것을 새로 내면서 이렇게 다시금 일러스트를 받게 되었다고 하니. 인연이라면 인연이네요. 어쨌거나 두 분 모두 좋아하는 저로선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STORY▶나오키와 노리코는 봄과 여름방학이 되면 항상 이종사촌인 타카시의 집으로 놀러간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그 집은 갖가지 꽃들로 둘러싸인, 마치 도원향 같이 평화로운 곳. 나오키와 타카시는 보름 차이가 나는 이종사촌. 올해로 17세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오키의 어머니도 타카시의 어머니도 아들의 17살 생일에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그 것을 기묘하게 여기던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변한 것처럼 온순했던 타카시가 어머니 미키코에게 적의와도 같은 차가운 행동을 취하고. 결국 미키코를 자살로 몰고 가는데.. 나오키는 타카시가 변한 이유를 조사하다, 어머니의 집안 스가타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를 알게 된다. 스가타가의 장남은, 17세에 어머니를 죽인다. 그리고 그 자신도 17세를 넘기지 못한다.

간단히 집안의 저주를 찾아내고 풀어주는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트릭이 있거나 하지 않은 평이한 내용에 오노씨 답게 그렇게 무서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저에겐 충분히 무서웠습니다. 새벽에 읽고 엄청나게 후회했습니다(웃음) 확실히 오노씨의 소설은 공포물이라고 하기엔 서정적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 점이 무서운 점입니다만.
조각난 말들을 이어 붙여 가는 느낌이 오싹오싹 합니다.
마지막은 울컥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흔해 빠진 이야기. 하지만 모두가 잊어 버린 그 일로 2백 년 동안 복수귀가 되어 헤매는 어머니. 어머니란 존재가 자식에게 품는 애정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지. 얼마나 깊게 애틋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스가노가의 장남은 17살을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키워드는 장남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존재입니다. 언제나 잊고 있는 부분에 대해 허를 찌르는 오노씨 소설답게.


여담입니다. 하츠 아키코님 만화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9개의 밤의 문」이란 단편집인데, 읽으면서 그 중 하나인 「밤의 환영」이란 만화를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사촌의 환영을 보는 남자. 첫 날 밤은 어린 아이를, 다음 날은 소년을, 다음 날은 청년을, 점점 사촌의 현재 모습에 가까워지는 환영을 살해하는 남자. 닿을 수 없는 사랑을 가슴에 담은 남자. 아 너무 좋아요>ㅅ<(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사촌이란 것 밖에 없습니다만...;;)


>>표지의 그림은 위가 나오키. 아래가 타카시입니다. 잘 보면 타카시의 눈매는 색기가 있지요. 후훗.

>>하츠 아키코님의 이야기를 하면 항상 이마 이치코님 이야기도 나오곤 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로, 우유당(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과 백귀야행이란 만화가 나왔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읽은 분들은 아실테지만 두 이야기는 마치 장르가 다른 것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개인적으론 이마 이치코님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괜찮은 작가라곤 생각하지만.. 타고난 취향에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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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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