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져 버린 그 순간부터 형태를 잃고, 거듭 퇴화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무엇보다 진화 된 형태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자신들의 본능이 다른 동물의 본능보다 고도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랑의 패턴은 진화하지 않는다.
사랑은 생기고 자라고 노쇠해지는 인간, 그 자체다.
나는 열병 같은 사랑도 좋고, 그 사랑이 끝난 흔적도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연애물은 소화불능이니까
어느 쪽이냐 하면 후자 쪽이 더 좋은지도.
끝나가는 사랑의 무기력한 모습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잿더미를 부둥켜 안고 곰팡이 증식하 듯 자신을 갉아 먹는 모습도.
사랑이라고 잘 못 불리워지는 모든 집착의 형태.
그 형태 안의 어느 부분인가가 나의 로맨스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모호한 표현이군요.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그 안의 넘치는 애정의 쓸쓸함이 좋습니다.
어쨌거나 남의 연애사정 따위 알고 싶지도 않은 나지만.
그래도 가끔 그 진부함에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습니다.
숨이 막힐 듯 건조하고, 고열이 날 듯한.
그런 무미건조한 애정의 끝자락이 좋습니다.
그걸 딛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