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후유미와 유키 카오리

Under 취향 고찰/집착 열변   Posted @2006/03/03 17:52

유키 씨와 주상은 아직도 접점이 있을까. 막연히 망상.
'최근 주목하고 있는 사람은?' 이란 질문에 '만화가라면 유키 카오리' 라고 답한 주상.

이 인터뷰 자체가 10년 전이니, 그 후 어떻게 되었을 지는 전혀 상상도 안 갑니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의 접점이란 건 생각도 못 했던 일이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유키 카오리와 주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맙니다.

10년 전의 유키 카오리. 10년 전의 주상.
10년 전이라면 나는 주상의 존재를 몰랐고, 10년 전이라면 나는 유키 카오리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에겐 커다란 존재가 되어 버린 사람입니다.

10년 전이라면 주상도 아직 왕성히 작품을 내고 계실 때였고.(여기서 페이스가 떨어집니다만..-_-;)
10년 전이라면 유키 카오리는 자신의 색을 강렬히 내뿜고 있을 때입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고, 초반엔 정체불명의 괴작들을 쓰고 있었다는 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군요^^;;
아마도 나이는 유키 씨 쪽이 5,6살은 아래라고 추정됩니다.(좀 더 아래일지도?)


유키 카오리. 초반의 무명시절이 있었고, 조금은 엉뚱한 만화들도 그렸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 위태위태한 자신만의 색을 가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이름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가 딱 12,3년 전이라고 전 생각해요. 카프카가 발표 된 그 쯤.
내용면에도 드디어 궤도에 들었다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그림이 눈에 띄게 예뻐졌지요.
그 사람을 자리 잡게 한 '탐미'와 '근친'이라는 코드. 소녀만화 치고는 지나치게 피가 많이 나오는 편인데, 그 모습이 지나치게 위험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시절의 유키 카오리와, 그 시절의 오노 후유미가 접점이 있었다.
라는 것은 역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오싹 합니다.

나는 당시의 오노 후유미를 모르지만, 지금 좋아하는 주상의 작품이 그 쯤해서 쓰인 작품이니까요.
결과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오노 후유미도 딱 그 시기의 오노 후유미입니다.



딱 그 시기의 유키 카오리를 10대의 내가 눈물 나게 좋아했고,
딱 그 시기의 오노 후유미를 20대가 된 내가 가슴 뛰며 좋아하는데.

딱 그 시기에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아마도 친분도 있었다)

실제로 두 분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그 사실이 마치 나의 과거와 현재가 서로 공존하며 만난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아, 사랑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치, 마치,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라고.


하지만 결국 10년 전은 10년 전. 지금은 지금.
지금의 나는 아마도 조금 슬픕니다. 10년 전의 유키 카오리도 존재하지 않거니와, 10년 전의 오노 후유미도 없습니다. 지금의 내 앞엔 없습니다. 누구도.

과연 두 사람은 아직도 접점을 가지고 있을까. 아직도 서로의 작품에 흥미가 있을까.

언젠가 또 10년 전 그, 눈물 날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을 또 그려 주는 걸까.
10년 전의 두 사람이 아닌, 현재의 두 사람에 가슴 뛰고 현재의 두 사람을 그립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저 당치도 않은 욕심입니다.


>유키 카오리의 탐미와 근친이란 코드에 대해서. 일단 그림면에서도 탐미지향이란 건.. 본인은 초반에 부정했지만 어느 순간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이지요. 하지만 근친 코드야 말로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일치였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표작인 카인시리즈와 천금이 공교롭게도 근친을 다루고 있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 사람은 근친 성향을 의심하게 됩니다.
...물론 어느 정도 '누나를 바라보는 남동생의 시선' 같은 것, 심히 좋아하는 모양입니다만-_-;
이 사람이 그리는 근친은 '탐미를 위한 근친'이지 '근친을 위한 근친' 은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저로선 '근친'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나루시마 유리입니다. 나루시마 유리는 전면에 근친을 내세우지 않지만 그림자에서 근친을 빼놓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게 참 미묘하죠. 별로 끈적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아니니까 근친이라고 해도 유키 카오리가 그리는 근친의 느낌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래도 확실히 '존재감이 있는' 근친을 다룹니다. 근친으로서 그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 유키 카오리의 근친엔 그게 부족합니다. 부족합니다.

그래도 역시 절 개화시킨 건 유키 카오리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고. 근친이 부족할 때는 천금 OVA 마저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ㅡㅜ 그러고 보니 요즘 부족하다, 근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글의 관련글
2006/03/03 17:52 2006/03/03 17:52
Posted by 유우
Trackback Add   http://yue.pe.kr/tt/trackback/144